하도 남편 욕을 하다 보니
문득
내가 진짜 이 사람을 사랑하나?
왜 이 사람 일거수일투족을 다 신경 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단, 하루 24시간을 붙어있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다가 (내가 눈치 봐야 하는) 사장님이기도 하고
게다가 (전통적인 주부역할에서) 신경 써줘야 하는 남편이기도 하니
하루 종일 남편만 바라보고, 남편 표정에 신경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이제 애들도 다 커서
매일 밤 새벽 3시에 들어가도 신경도 안 쓰다 보니
온통 내 신경은 남편에게 쏠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나한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맞긴 하는데......
일단 시간활용부터가 남편 일정에 나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나란 하찮은 인간보다
나보다 돈 더 잘 벌고, 변화도 해가는 남편에게 기대하는 바가 더 커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정말 남편을 내가 사랑하나 보다
그런데 왜 밉지?
아.. 정말 세상에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4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당신 쉴 때가 됐어. 00 날에는 출근하지 말고 쉬어"라는 말을 절대 안 한다. 본인이 24시간 365일을 일해도 힘들긴 해도 할만한 사람이고, 본인이 그렇게 일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이기에, 직장인이 휴가가 필요하고, 주부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을 못한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가 없는, 체력이 없는 나는, 몸이 견디지 못하고 힘들 때 소리를 지르고, 악다구니를 하고, 남편을 미워하게 된다. 그전에 좀 쉬라고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두 번째는 "내가 피곤한지 안 피곤한지 안색을 살피지 않는 것" 나는 항상 얼굴을 보면서, 남편의 일정을 관리하면서 "좀 쉬라. 이날은 늦게까지 자라. 이때는 사우나를 다녀와라"라는 말을 하는데.
결국, 남편이 아내인 나에게 쉬라는 말을 안 하는 이유는 그 정도로 내 안색을 살피고, 내 기분을 살피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말로는 사랑한다고 하면서, 입으로만 나불댄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내 일정을 시시콜콜히 다 알면서, 맨날 얼굴 보고 일하면서, 어쩜 내가 피곤할 때가 됐는지 안 됐는지를 결혼 15년 차가 되도록 모를까. 아니 15년 동안 그냥 참고 일한 내가 문제인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시댁에서 뭔 일로 악다구니를 하며 싸울 때였는데 "저 사람 이상한 사람이야. 혼자서 시간일 보내야 쉬는 것 같다는 사람이야"라고 남편이 큰 소리를 냈는데. 그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바로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그렇게 잘 알면서, 어떻게 내가 똥 눌 때도 애를 안 봐주고 울리냐. 그렇게 잘 알면서, 어쩜 한 번을 나 혼자만의 시간을 안 주냐!"라고 소리쳤어야 했다,
세 번째는 나랑 술 먹고 놀아주지 않는다. 나는 술이 좋다. 술 먹고 해 롱 되는 거 좋다. 술 먹으면 애교도 많아지고, 이야기도 술술 하고 너무 좋다. 그런데 결혼 이후 친구들과 다 멀어지고, 오로지 남편 하나 남았는데. 남편은 술을 못하고, 받아주지도 않는다.
술을 안 마셔도, 내가 막 주정을 부리지 않는 이상, 아니 주정을 좀 부린다고 해도, 좀 받아주면 안 되나?
지가 먼저 맥주 두 모금 먹고 뻗거나, 같이 먹지도 않을 때는 뭔 말만 하면 술 취해서 하는 말 싫으니까 가서 자라고나 하고.....
정말 동네친구 술친구 만들고 싶다. 그래서 혼자 술 먹을 때마다 결국은 많이 외로워진다. 그까짓 것도 나를 위해 못해주는 남자가 남편이라니......
네 번째는 섹스리스.....
이게 가장 클지도 모른다. 모든 에너지를 일에만 쏟으니
모든 시간을 일에만 쏟으니
사실 신혼 때 좀 재미를 봤으면, 이 나이쯤 되면 시들해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연애 때도 순수했으며, 진짜 결혼하자마자 애가 생겼고, 그때부터 섹스리스였다.
남편에게 내가 짐승 같다고 왜 나만 하고 싶냐고 말하면 남편은 피할 뿐. 하기야 이제 뚱뚱해지고 못생긴 마누라한테 뭘 하고 싶겠냐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내가 이렇게 된 것은 신혼 때, 애들 어릴 때 단 5분도 애를 안 봐주고, 돈도 안 준 당신이 만든 결과"이니 더더더더 억울할 뿐이다.
그냥 평생 나는 짐승이구나. 빨리 늙어야지 생각뿐
모르겠다.
이 모든 것도 결국 일종의 관심과 애정과 사랑이겠지 생각은 하는데
결국은 내가 더 좋아해서 라는 생각도 드는데
평생 해결되지 않을 저 4가지를 나는 포기를 못하니 답답하다
누구나 평생 해결되지 않을 문제를 짊어지고 살겠지
누군가는 돈이고, 건강이고, 가족이고 등등 누구나 다 좋은 것도 있고 싫은 것도 있고 참는 것도 있겠지 생각은 한다만
내 문제들은 남편이 좀 만 더 바뀌고 노력해 주면 될 일이라는 점에서
서운한 것 같다.
좀 내려놔야지. 이 나이에 돈이 이렇게 엮여있는데 이혼할 것도 아니니
혼자 국밥에 참이슬 플래시나 한 잔 하면서
유튜브 보면서 그러면서 지내다 보면 한 10년 더 살면 익숙해지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