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이런 말 한 남자는 니가 처음이얏!
사귀면서, 결혼하자는 프러포즈가 아닌
그냥 좋다는 프러포즈를 내 남편은 언제 했을까?
사실 우린 29살 31살에 만났기에
딱히 1일 같은 거 없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사귀고, 결혼한 케이스다
지금도 처음 만난 날짜 같은 것은 서로 기억 못 한다.
친정 엄마는
처음 만난 날, 처음 손잡은 날, 처음 뽀뽀한 날, 결혼기념일 등등을
결혼 45년이 지나도 챙기는 것에 비하면
정말 나는 무덤덤한 딸인 것 같다.
지금도 결혼기념일 이벤트 같은 것은 아무 생각 없다.
그날도 그냥 똑같이 출근하고, 일하고 밥 하는 날일 뿐
뭐라도 하면 돈만 써버리니까 안 하는 게 좋을 뿐 ㅋㅋ
그래도 남편이 고백 비슷하게 하기는 했는데
그것은 너무나 똑똑하게 기억을 한다.
바로 만난 첫날이었다.
만난 첫날,
"안녕하세요" 한 그 순간
나는 남편의 동공이 커지고, 입이 쩍 벌어지면서
나한테 반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꽤 예쁘고, 인상이 좋은 통통한 아가씨였고, 대부분의 남자들은 처음부터 나에게 호감을 갖곤 했었으니까.
그런데 이 남자, 분명 첫눈에 나한테 반했는데. 뭔가 도도했다.
술이나 한 잔 하자는 내 말에 감히!
술은 싫다며, 당구나 치자고 하는 등 할 말을 다 하는 꼴이 의아했다.
보통 남자들은 쩔쩔 메면서 하자는 것은 어떻게든 다 해줬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일찍 헤어지고 집에 데려다주는데
이 남자 뜬금없이
"나는 예쁘다고 막 무조건 다 해주는 그런 남자 아니야"라는 대사를 날렸다.
"어머! 나한테 이런 말을 한 남자는 처음이얏!"
그때 이 남자 나한테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
이 남자, 정말 말 그대로 내가 원하는 것은 그다지 척척 해준 적이 없다.
내 술 상대도 안 해주고
나한테 휴가도 안 주고,
살림이나, 육아도 10년 넘게 안 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좋다고 아직 붙어 있으니
나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남편 말로는,
"안녕하세요" 한 순간 이미 머릿속은 증손주까지 봤다면서, 이 여자 꼭 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단다.
그리고 나는 기억에 없는데
헤어질 때 내가 목캔디 한알을 줬는데
그게 내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애들한테 "남자한테는 사탕 한알도 주지 말라"라고 교육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