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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s Oct 25. 2018

건강검진 전 금식은 언제부터, 어떻게?

오늘은 가벼운 주제로 의학 검사 전 금식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의외로 의사들도 본인이 자주 내는 검사가 아니면 내가 낸 검사의 준비Preparation를 어떻게 할지 잘 모릅니다. 예를 들어 인슐린이나 스트레스 호르몬 검사처럼 금식시간과 채혈 시간, 채혈 시 자세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검사도 있고, 24시간 소변검사처럼 긴 설명이 필요한 검사도 있습니다. 의사의 설명을 듣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검사실에서 설명을 들었지만 왜 금식을 해야하는지 모르시는 경우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많이들 받고 계신 건강검진 검사 전 준비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물론 건강검진을 하기 전 병원에서 자세히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다음 원칙을 알고 계신다면 정확한 검사 준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검사 전 금식은 1) 식사(당, 지방, 단백질)가 검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행하는 경우와 2) 위장의 영상 촬영, 구토 가능성 등 기계적인 문제 때문에 장을 비워둬야 하는 경우 2가지로 나뉩니다.


1) 식사가 검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공복 혈당 측정, 콜레스테롤/중성지방 등 지방의 분획을 검사하는 지질 검사는 8시간 이상의 금식을 요하는 검사입니다. 검사 전에 먹은 탄수화물, 지방 등이 혈액으로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이지요.


그럼 모든 혈액검사에서 금식이 필요할까요?


의외로 식사가 혈액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빈혈 여부를 확인하는 혈색소 검사, 백혈구/혈소판의 수는 식사와 큰 관계가 없습니다. 그 외에도 신장기능/간기능 효소 농도를 재는 혈액검사도, 검사 직전 과식이나 과음을 하지 않았다면 금식이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당뇨를 진단하기 위한 혈당 검사 중에서도 금식이 필요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당화혈색소Hemoglobin A1c라는 혈액 검사인데요, 혈액 중 포도당이 아니라 당화 된 적혈구의 %를 구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금식이 필요치 않습니다. 다만 당뇨환자의 경우 공복 혈당을 같이 측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식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면, 공복 혈당 검사와 지질 검사 등 상당수의 혈액 검사는 공복이 필요한 검사입니다. 하지만 식사 내용물 중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물은 조금 마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검사 전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혈액이나 소변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한두 잔 정도로 제한하는 게 좋겠습니다.


2) 장을 비우는 것이 중요한 경우


건강검진에는 위, 대장 내시경이 많이 포함되죠. 위 내시경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구역감을 참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수면마취를 할 경우에는 본인 의지로 구토를 참는 것이 불가능하죠. 이 때문에 내시경 검사 전에는 물을 포함한 모든 식사를 금지합니다. 게다가 금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어렵게 내시경 검사를 했음에도 음식물이 시야를 가려 검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때문에 내시경 검사 전에는 물을 포함한 금식을 특히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특히 김, 다시마, 해바라기씨, 옥수수 같은 해초와 견과류는 반나절 금식만으로는 대장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대장내시경을 계획하신다면, 2~3일 전부터 해초/견과류/씨나 껍질채 먹는 과일 등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복부 장기를 보는 CT나 MRI, 초음파에서도 물을 포함한 금식을 요구합니다. 배 안 장기 중 가장 길고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위-소장-대장인데요, 물을 포함한 식사로 장이 늘어나게 되면 당연히 영상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복부 영상 검사는 8시간 이상의 금식을 요구하게 됩니다.


조금 특별한 경우로, 복부 장기를 보지 않는 CT나 MRI검사에서 물을 포함한 금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영제라는 약을 투여받는 경우인데요, 이 약은 혈관과 장기를 더 잘 보기 위해서 CT/MRI 시행 직전에 혈관에 투여하는 주사제입니다. 이 약은 가끔 구토를 유발하고 거의 모든 CT와 MRI는 누운 자세에서 시행하기 때문에, 구토가 발생할 경우 구토물이 기도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조영제를 투여하는 CT/MRI에서는 구토를 해도 위험하지 않도록 4~8시간의 물을 포함한 금식을 요청합니다.




정리하면, 금식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당, 지방, 단백질 등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검사 전 밥 먹는 것을 금지하는 금식 - 물은 조금 마셔도 됩니다.


2) 복부 영상, 내시경 영상과 구토 위험성 등으로 물을 포함한 모든 음식을 금지하는 금식 - 물도 마시면 안 됩니다.


최근의 건강검진에서는 내시경, 복부 영상 검사가 포함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식을 기본적으로 요청받게 됩니다. 공복 혈당 검사와 지질 검사도 거의 모든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검사이고요. 때문에 '모든 의학 검사는 금식이 필요하구나'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식사나 물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목적이 있을 때만 시행되어야 합니다. 만약 내시경이나 공복 혈당/지질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굳이 금식을 하실 필요는 없으므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환자분들을 보다 보면, 의외로 물도 못 마시는 장시간 금식에 지쳐 몰래 음식까지 드시는 경우도 적지 않답니다. 정확한 금식 시간과 종류를 알아두신다면, 안 그래도 유쾌하지만은 않은 병원 방문에 괴로움이 하나 덜어질 수 있겠지요.


걱정에 하나 덧붙인다면, 검사 직전날에는 술 마시지 마세요. 간기능 검사를 포함한 혈액 검사가 꽤 오래 이상해지기 때문에, 금식시간을 지키셔도 재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답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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