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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방서가 Feb 03. 2023

당신은 "왜" 일을 합니까?

사이먼 시넥, Start with Why

성공하는 조직의 비밀: 골든 써클

사이먼 시넥은 매우 공공연한 애플 지지자이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예시가 애플이다. 사람들에게 애플 제품이 왜 가지고 싶은지를 질문할 때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선망, 우리나라에서 흔한 동기가 되는 '집단 동기화'의 욕구, 여러 대의 기기를 하나처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 디자인, 심플한 제품력 등등 산발적인 이유를 들 수는 있겠지만 뚜렷하게 하나로 떠오르는 근원적인 이유를 대기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기기 하나를 사려고 하면서 ‘이런저런 핑계가 있는데’ 라며 멋쩍게 웃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본인도 이유를 잘 모르면서 소유하고 싶은 충성심을 만들어내는 힘’을 애플이 가진 Why 라고 표현했다. 애플의 핵심 가치는 단순하다는 것이다. “Think Different” - 여전히 think differently가 맞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 매우 강하게 들지만- ‘다르게 생각하기’, 이 한 문장으로 애플의 세계관을 형성해 버렸다. 애플의 제품들은 애플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며, 실현하였더니 그 결과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다.

많은 회사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만 집중하고 Why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우리는 기업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바라보고, 그들은 '상품'을 파는 회사처럼 행동한다. 우리가 그들을 '상품'을 파는 회사로 여기면 그들은 더더욱 '무엇을' 할지와 '어떻게' 할지에만 집중하면서 악순환을 반복한다. 차별화에 매몰되어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그곳은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일뿐이다. 뚜렷한 Why가 있는 조직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은 자신이 다른 조직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가치를 사람들에게 확신시키는 데 힘들이지 않는다. 당근과 채찍을 이용한 복잡한 시스템도 필요 없다. 실제로 다른 조직들과 구별되며 모두가 그 사실을 잘 안다.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 Why로 시작한다.


요는, 애플은 ‘왜’ 일하는지를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확고부동한 이유가 있기에,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충성을 얻을 수 있었고, 애플이 무엇을 만들어내든 구매로 연결되었다. ‘애플 is 뭔들’ 이 가능해진 것이다. 솔직히 나는 기업은 잘 모른다. 구멍가게도 열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월급쟁이인 나를 욱여넣곤 하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는 최대한 ‘나, 개인’ 자체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왜’ 이 일을 하는가


사회 초년생 때, '나는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가 엄청난 비웃음을 산 적이 있다. 물론 월급의 중요성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내 일이 ‘고작’ 월급만을 위해서일 때 나는 좀 불행했다. 그 말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뭔가 아쉬웠는데 책을 읽고 보니 나의 ‘why’를 충족하지 못하는 일들이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덧, 잠깐 그랬다. 그 후로 나는 나름의 당위를 찾았고 십여 년 넘도록 같은 일을 했다.


스스로 납득할만한 당위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없으면 일 자체로 만족이 되지 못하고 생산물이나 성과를 가지고 무의미한 경쟁을 계속하게 된다. 이를테면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누가 승진을 언제 했는지로 끊임없이 나와 남을 비교선상에 놓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명확히 알면 그런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나의 '비전' (Why)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How)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무엇을’(What) 하는지는 고민의 산물일 뿐, 반드시 하나의 결정으로 수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가 why로 시작하면 신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여러 개인적인 이유로 매력을 느낀다. 티핑포인트(주. 사업 성장 속도나 아이디어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며 판도가 바뀌는 지점)는 제품 품질이 아니라 가치관과 신념이 만든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어떤 목적의식과 대의, 신념을 추구하는지 명확하게 밝히고, 제품과 서비스가 이를 실현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why가 없으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도 금세 가격 경쟁에 내몰린다. why의 부재로 '상품화'가 진행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기술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회사가 잘못된 방법으로 제품을 판매하려고 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왜’만 찾으면 성공하는가


사람들이 때때로 ‘성공’과 ‘성취’를 혼동하여 사용한다는 생각을 한다. 국어사전의 정의는 이러하다. 성공의 공 자는 '공 공'자로 파자로 풀면 '장인이 힘써 이룸'의 뜻이다. 장인이 무언가를 힘써 이룰 때에는 무엇을 취하였는지보다 어떤 경지에 이르렀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성취의 취 자는 '나아갈 취'이다. 그 안에는 이르다, 좇다, 따르다는 뜻을 포함하며 서울 '경'에 더욱 '우'가 붙어 '사람은 나면 서울로!'처럼 목적지향적이다. 얻고자 하는 바가 확실한 이룸이다. [참고: 국립국어대사전]


성공(成功): 목적'하는' 바를 이룸

성취 (成就): 목적'한' 바를 이룸


저자는 성공과 성취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성취란 도달 하거나 획득하는 일이다. 목표와 비슷하다. 성취는 확실하게 정의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으며 형체가 있다. 반면 성공은 느낌이나 상태다. 따라서 목표를 달성해 내는 방법은 쉽게 생각해 낼 수 있지만 성공했다고 느끼는 방법은 알아내기가 어렵다.” 그러면서 성취는 what과 동반되는 개념으로 원하는 것을 획득할 때 따라오는 것이지만 성공은 why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으로 분명한 why가 없다면 느끼기 어려운 감정적 상태로 구분했다. 꽤나 그럴듯한 정의다. 앞서 말했듯 ‘왜 이 일을 하는가’가 명확하지 않으면 성취라 불리는 마일스톤 몇 개를 넘더라도 공허할 수 있다.

훌륭한 기업가들은 사업이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지점에 이르렀다. 이들은 what과 why 사이에 깊고 개인적인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은 why를 공유하고 찾기 위해 모였고 이야기하는 중에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성취를 얼마나 했든 why를 결코 잃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위대한 리더는 한눈팔지 않고 한결같이 why를 바라보며, 이정표 같은 성취를 하나씩 이루어나감으로써 함께 일하는 모두가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인도한다.

아무튼 성공했다는 감정을 위해서는 성취가 필요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 눈부신 성취를 이루겠다는 열정 가득한 why 만으로는 손에 잡히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 사람들의 마음에 열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태생적인 리더가 있는가 하면 그를 뒷받침하여 세부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조직을 구성하는 수뇌부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저자는 그것을 “성공한 why 는 유능한 how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혹시 열정이 가득한 리더형이라면 그 열정을 현실로 바꿔줄 how 형 인재 영입을 고려해 보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현실형 두뇌를 타고났기에 나의 why에 부합하는 리더를 만나면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해보았다. (aka 타고난 일개미)

why 유형은 미래를 내다볼 줄 안다. 이들은 환상에 가까운 상상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자신이 상상하는 일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낙관주의자가 많다. 반면 How 유형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실주의자이며 실용적인 일에 더 명확한 판단력을 보인다. why 유형은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미래에 집중하고 how 유형은 남들도 볼 수 있는 것에 집중해 구조와 절차를 능숙하게 형성하며 추진력이 있다. 어떤 유형이 더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그저 사람마다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지금 당장은 why를 찾지 못해 마음이 바쁘다면.


조바심은 금물이다. 저자는 “모든 개인이나 조직의 why는 과거에서 출발한다”며 우리를 다독인다. 시장 상황이나, 고객의 요구에 맞추라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진짜 why는 ‘나에게서’ 나온다고도 했다.

화살은 목표물에서 180도 반대 방향인 뒤로 당겨져야 빠르게 날아가면서 힘을 얻으며 why도 이 같은 방식으로 힘을 얻는다. why는 성취하고 싶은 바를 내다보고 달성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장조사나 고객, 직원 등을 심층 인터뷰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why는 오히려 현재 위치와 정반대 방향을 바라볼 때 드러난다. why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다. (중략) 모든 개인이나 조직의 why는 과거에서 출발한다. 이는 개인이나 조직의 성장 과정과 경험에서 생긴다. 모든 사람과 조직에는 why가 있다. 조직은 신념을 보여주는 what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회사란 창립자가 자신의 why를 증명하려고 눈으로 볼 수 있게끔 실행한 일이다.


이때 진정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진정한 why가 아니라면 사람들의 마음에 열망을 불어넣는데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진정성은 내 마음을 꺼내어 보여주겠다는 감언이설이 아니라 언제 어떤 상황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키려는 태도에서 설명된다. 그러니 내 안의 why를 꺼내놓았을 때 변치 않도록 다듬고 지켜야 한다. '지속 가능한 나의 핵심 가치, why를 찾는 것'이 지금 당장 빠르게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진정성이 성공의 필수요건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을 오래 지속하고 싶다면 반드시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또다시 why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자신이 믿는 대로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일이 바로 진정성이다. '무엇을' 하는지만 알고 존재 목적인 why를 모른다면 말과 행동이 신념과 일관성을 이루는지 알 수 없다. why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진정성을 갖추려 노력해도 항상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로 끝나고 만다.


책을 읽고 남기는 소회


골든 써클의 가장 안쪽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은 개인이 만들어내는 크고 작은 결정에 모두 적용되는 논리라고 생각한다. 나더러 책을 왜 읽냐고 물어보면 명확히 답할 수 있다. “좋아하니까”라고. 그래서 호기심을 건드는 책이기만 하면 어떤 책이든 가리지 않는다. 그것으로 꼭 생산물을 토해내야 한다는 강박도 없다. 왜 약사가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거야 수능 점수에 맞춰 학과를 지원했는데 지방으로는 가기 싫어서 의대에 안 갔다는 답이 원초적이다. 생각해 보면 스무 살 시절에 모든 why를 결정하라고 종주먹을 대는 것도 너무하지 않은가 말이다. 되게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한참 살아보니 지금은 다른 why가 생겼다.


나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더하여, 가능하면 그 단단함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소문에 흔들리고 유행에 급박해지는 대신, 각자 자기만의 발 디딜 자리를 찾아 우뚝 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글과 삶을 연결하는 단단한 독서를 권하고, 약과 건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근거에 기반하여 전달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이 내가 꾸준히 읽고,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다. 이렇게까지 쓰고 보니까 약간 쑥스럽지만. 나는 반푼어치 그릿의 소유자로, 꽤나 지속성이 강한 인간이라 ‘땅에 발 디딘 단단함’만큼은 잃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거면 되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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