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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MOM Apr 14. 2016

"뉴요커한테 상처받지 말아요~"

LA와 NY에서 살며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뉴욕과 시카고, 그리고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사람들의 인사법에 대한 것입니다.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뉴욕 사람들은 저만치 서서 손만 살짝 들고 ‘하이’ 인사한다고 합니다. 시카고 사람들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LA 사람들은 성큼 다가서서 허그(Hug)를 하며 반가움을 표한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해주신 분은 공교롭게도 세 지역에서 모두 살아보신 분이었습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각 지역 사람들의 특색을 단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카고에서는 살아보지 않았지만 LA와 뉴욕에서 지내본 결과 LA 사람들이 뉴욕보다 상대적으로 더 따뜻하고 친절한 것 같습니다. 날씨처럼요.


LA에서 7년을 살다 뉴욕쪽으로 이사를 갔을 때, 그 곳에서 만난 한 지인이 조언을 해줬습니다. 그녀는 시카고 출신이었는데 제가 LA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사람들한테 너무 상처받지 말아요. 일부러 불친절하게 대하는 건 아니니까요”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말 뜻을 너무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뉴욕에선 사람들이 서로 눈이 마주쳤다고 무조건 인사하진 않았습니다.


LA 사람들은 눈 마주치는게 뭡니까.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엘레베이터가 움직이는 그 잠깐 사이에도 날씨며, 스포츠며, 이야기하고 이름 물어보고 악수까지 하고 헤어집니다.


음 뉴욕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 맞은 편에 앉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당연히 인사를 했죠. 먼저 해맑게 웃어보였는데 민망해서 혼났습니다. 상대는 미소대신 고개를 훽 돌려버리고 말았거든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도 그랬습니다. 먼저 탄 제가 “몇층 가냐”고 물었는데, 상대방은 저를 한번 보더니 대답 대신 층수를 직접 눌러버렸습니다. 다음번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는 의식적으로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버튼에서 젤 가까운데 서 있는데 물어봐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 중이었는데, 이내 그 고민들이 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말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는 층만 누르고 있었거든요. 슬프게도 뉴욕의 엘리베이터에서는 아무도 상대방의 층수를 묻지 않았습니다.

차가운 뉴요커에 대한 오해가 그나마 풀린 것은 한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입니다. 그 분은 저와 반대로 뉴욕에서 오래 살다 LA로 이사를 가셨습니다. 비즈니스를 크게 하는 사장님이셨는데, 욕에서 오래 살다 LA에 가니 오히려 LA의 여유로움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하셨습니다.


친절하게 주변 일에 다 상관하고, 날씨 이야기, 스포츠 이야기해가며, 일은 도대체 언제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경쟁하는 뉴욕은 항상 바쁘고 정신이 없는 곳인데, LA 사람들은 매일 따뜻한 햇살 아래 휴가는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직원들을 야단치기도 했고, 혼 많이 답답해 하셨다고 합니다.


뉴욕 출신 사장님에겐 LA의 여유로움이 나태함으로 비쳐졌던 것이죠. LA 출신인 저에게 뉴요커들의 분주함이 불친절로 느껴졌던 것처럼요.


사장님은 전화를 끊기 전 각자 사는 모습, 일하는 방식이 다른 거라 생각해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사장님 당신도 이제는 많은 부분이 이해되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바쁘게 일만 하겠냐고, 이제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대신 함께 LA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연습을 하는 중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이셨습니다.


조금 천천히 움직이니 주변의 사람도 보이고 말소리도 들린다 하셨습니다. 계속 뉴욕에 살았으면 몰랐을, 앞만 보고 바쁘게 움직인다고 놓쳤을 것들을 돌아보고 있다고도 하셨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역시도 몇 해 지내다보니 뉴요커들의 모습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불친절하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까지 신경쓰면서 살기엔 대도시의 삶은 너무나 분주힌 것 뿐이었습니다. 주변 것들 다 상관하며 웃고 인사 나누기엔 뉴욕의 시계가 조금 빠른 것 뿐이었습니다.

전 그렇게 바쁜 템포에 맞춰 살다 겨우 적응될 때쯤 다시 LA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시간의 속도보다 겨울이 너무 춥고 길어서, LA 의 햇살이 그리워 돌아 왔습니다.


LA 날씨는 여전히 좋습니다. 또하나 새삼 느낀 것은 여기에도 눈 마주쳐도 인사 안하고 엘레베이터에서 자기 층만 누르는 사람들,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전 뉴요커들만 그런 쌀쌀함을 가졌다고 느꼈을까요?


5년전 그 엘레베이터엔 쌀쌀 맞은 뉴요커들 대신 마음을 꽁꽁 닫은 엔젤리노가 혼자 서 있었던 것은 아닌지,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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