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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Aug 19. 2023

가족이란 뭘까 오빠는 오긴 할까



어느날 오빠가 집을 나갔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짐작만 할 뿐이다


나간 뒤로 가족들의 연락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

친가 친척들에게 알려져 친척들도 연락했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




아빠는 내가 집에 갈 때마다 말했다

오빠한테 연락해봤니, 오빠가 연락을 안 받는다

나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겠다고 했지만, 진짜 연락을 참은 것은 더 시간이 흐른 후였다

아빠의 감정은 오락가락했다

언제까지 연락하지 않으면 영영 연락을 끊겠다고 했다가

또 다른 날엔 나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고 했다가


나는 가족들 중에 오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오빠 입장을 (짐작해서) 이야기했다

오빠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싫어서, 가족 사이에 갈라지는 게 싫어서 그랬다


병원 상담선생님은 가족이 꼭 계속 만나면서 살아야 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우리 가족이 지나온 길을 돌이켜보았다

계속 만나지 않고 사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아빠 생각은 그렇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은 맞았다




오빠는 할머니 전화도 당연히 받지 않았다

할머니에게도 전화하지 말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계속 전화를 했다

아빠는 본인도 전화를 하면서, 전화하는 할머니에게 뭐라고 했다

그 뒤로 할머니는 전화하는 것을 아빠에게 숨겼다

나에게 넋두리를 할 때도, 네가 전화해보라고 시킬 때도 아빠에겐 비밀로 하라고 했다


작년 추석에 할머니가 울었다

내 결혼 전 맞는 마지막 명절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빠가 할머니 번호를 차단했다고 했다

오빠가 미웠다

그리고 할머니에게도 서운했다

이후엔 죄책감이 들어서 괴로웠다


그 뒤로도 계속 되었다

계속 전화를 하고, 계속 전화를 받지 않는 날이 계속 되었다

아빠가 오빠에게 보낸 문자를 나에게 보여주는 날도 있었다

아빠가 불쌍했다

오빠가 미웠다

그렇지만 또 오빠도 불쌍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종종 본가에 갈 때마다 할머니는 맛있는 걸 해줬다

그러면서 말했다

오빠가 오면 해주려고 남겨둔 고기인데, 오지 않았다

오빠가 오면 해주려고 사둔 고기인데, 오지 않았다

맛있지만 불편한 고기였다

얘기를 하다보면 꼭 오빠 얘기로 흘렀다

할머니는 슬퍼했고 나는 위로했다

아빠한테는 비밀이었다

그치만 아빠도 퇴근하면 나에게 오빠 얘기를 했다

집에 가기 싫었다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었다

오빠도 없는데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결혼을 했다


시댁 어른들은 오빠를 본 적이 없다

오빠는 상견례에 오지 않았다

바빠서 못 온 거라고 둘러댔다

결혼식엔 올 거라고 했다

오빠는 결혼식도 오지 않았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에 사과드렸다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그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가족들은 나를 오빠와의 유일한 소통창구라고 여겼다

내가 전화하면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오히려 연락을 많이 참았다

온 가족이 전화를 해대니 받기 싫을 것 같았다

나라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빠와 연락이 된 적은 3번 있다

내가 이직한다고 문자를 보내니 전화가 왔다

축하한다고 했다 진심 같았다

오빠 이야기는 물어봐도 답해주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했다


상견례 약속이 잡혔을 때도 연락했다

올 거냐는 물음에 모르겠다고 했다

날짜가 임박했을 때 올 거냐고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없었다

전날 다시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없었다

오빠는 오지 않았다


모바일 청첩장이 나왔을 때 연락했다

살을 아주 많이 뺐다고 말했다

열심히 잘 했다고 칭찬해줬다

사진도 이것저것 잘 골랐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희생하지 말고 중심을 잘 잡고 살라고 했다

결혼식에 올 거면 옷을 사줘야 되니 알려달라고 했더니 억지로 그러지 말라고 했다

필요하면 말하겠다고 했다

결혼이 임박했을 때 오빠에게 결혼식에 올 수 있냐고 문자를 보냈다

답은 오지 않았다

오빠는 옷도 신발도 필요하지 않았다

내 결혼식에 오지 않을 거였으니까



결혼하는 것은 좋았다

결혼식날에 울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울었다

엄마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파서 울었다

할머니가 울어서 울었다

아빠가 웃어서 울었다

나는 행복했지만 슬펐다

오빠가 왔어도 나는 울었을 것이다

조금 덜 쓸쓸하긴 했겠지만





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 친정집에 갔다

친가 친척들이 다 모여있었다

아빠에게 가족이란 그들까지도 포함이었다


아빠는 그 날 술을 마시고 울었다

나도 눈물이 났다

슬펐다

친척들은 아빠가 결혼식날 울었다고 했다

말해주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행복하게 결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행복은 1순위가 되지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것을 상기해야했다

오빠가 집에 오지 않는 것도

그래서 아빠와 할머니가 속상하다는 것도

그 와중에 내가 떠나서 더 공허해한다는 것도


친척들은 나에게 아빠에게 잘하라고 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굳이 말했다

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마음 편히 행복하면 안 된다는 듯이





몇달 전, 낮에 할머니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엔 전화오는 일이 거의 없는데

깜짝 놀라 받으니 오빠가 왔다갔다고 했다

와서 같이 점심을 먹고 갔다고


쉬는 날이라 왔다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러 왔다고 했다

나는 기뻤다

마음이 놓였다


오빠는 아빠는 만나고 가지 않았다

연락도 하지 않은 것 같다

나에게도 연락은 없었다

내 남편이 괜찮냐고는 질문은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묻지 않았다


결혼 후 가끔 오빠에게 문자를 보냈었는데 그 날 이후론 보내지 않았다

오빠는 누군가 연락을 해서 혹은 하지 않아서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오빠가 할머니에게 연락한 것은 좋았지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그 후로 한 달 뒤였던가

밤에 할머니 전화가 왔다

이틀 연속 전화는 드문 일인데, 얼른 받았다

오빠가 다시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다녀간 후로 종종 연락하면 받았었는데 다시 받지 않는다고 했다

나보고 전화해보라고 했다


안 하겠다고 했다

뾰루퉁하게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처음으로 짜증이 났다

서운함이 밀려왔다

할머니에게도, 오빠에게도 서운했다

자기 할 일만 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것 같았다

서운함을 느꼈다는 것에 죄책감도 느꼈다

서운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내 서운했다




지금까지도

할머니는 오빠에게 연락해보라고 한다

아빠도 오빠에게 연락해보라고 한다

나는 하지 않는다

할머니와 아빠는 오빠가 미안해서 못 하는 것일 테니 나보고 먼저 하라고 한다

나는 하지 않는다






집에 가면

할머니, 아빠, 내가 있다

그렇지만 사실은

할머니, 아빠, 오빠가 있는 것 같다

그곳에서 나의 존재감은 없다


나는 넋두리 혹은 비상연락을 위해 있다






오빠가 나가기 전 아빠는 오빠와 다퉜다

오빠가 나가기 전 할머니는 오빠와 마찰이 있었다

오빠가 나가기 전 나는 오빠와 평소처럼 지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오빠를 잃었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 마음은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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