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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Mar 10. 2021

"성소수자도 당당한 군인"

새 대통령의 LGBTQ 행정명령

미국 46대 대통령 임기 첫날인 2021년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17개의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코로나 퇴치와 기후변화 같은 시급한 사안 중 하나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 퇴치를 위한 행정명령이었다. 그리고 5일 후, 대통령은 군대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금지령을 해제한다. 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류에 사인한 대통령은 설명했


"미국이 포괄적으로 모두를 포용할 때, 이 나라는 더 강해집니다. 군도 예외는 아닙니다." 


세계 각국 이민자의 에너지로 만들어온 나라, 미국다운 이유였다.  


묻지도 대답하지도 말라던 군대


"올 한 해 우리 LGBTQ 권리를 옹호해준 사람 중 조용하고 겸손한 이가 있습니다. 미 군복을 자랑스러워하는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한 그의 강력하고 단호하며 변함없는 지지는 그 누구보다 빛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람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합니다." 


2011년 12월 31일, <LGBT Ally> 그룹은 올해의 인물로 '스트레이트' 남성을 선정한다. 마이크 뮬런 제독, 43년 복무한 군을 두 달 전 은퇴한 정통 군인이다. 해군 작전 사령관과 미국 합동 참모 의장 등 군 수뇌를 역임했다. 2010년 합동참모본부장 신분으로 의회에 출석해 클린턴 정부 때부터 20여 년간 유지되어 오던 군대 내 "Don’t Ask, Don’t Tell" 정책 폐지에 앞장서는 발언을 한다. 1993년부터 시행된 DADT 정책은 성소수자의 미군 복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였지만 반대로 커밍아웃한 이들을 강제 전역시킬 수도 있는 반쪽 짜리 포용 정책이라는 군 고위 인사의 문제 제기였다. 


"동료들을 방어하기 위해 젊은 군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거짓말하도록 강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고민스럽습니다."


합동 참모본부장의 주장에 힘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그 해 12월 22일, DADT 폐지를 승인한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1년여에 걸친 연구를 했다. 공화당 상원의원과 그들의 가족 70%가 DADT 종료를 수긍했다. 성소수자 때문에 군 지원자가 줄고 군인들의 사기와 부대의 결속력이 저하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신의 신분을 속이지 않고 복무할 수 있게 된 동성애자들은 이 모든 것이 우려였음을 증명했다. DADT 폐지 서명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선언한다. 


"실력과 용맹함, 열정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훌륭한 성과를 낸 군대 내 진정한 애국자가 동성애자란 이유로 강제 퇴역당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말인 2016년, 성소수자의 공개 복무와 함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정책은 1년도 가지 못하고 뒤집힌다. 그의 후임으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트랜스젠더를 군대에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군은 트랜스젠더 인력 보유에 따른 엄청난 의료비와 혼란에 부담 갖지 않고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랜드 연구소 추정에 의하면 130만 현역 미군 중 트랜스젠더는 2,500명가량이다. 이들 현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조직에서 소외되거나 쫓겨났고 입대 예정자들은 거부당해야 했다. 얼마나 많은 수가 전역했고 입대하지 못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렇게 4년 여가 흘렀고 올 1월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전대의 금지령을 다시 뒤집는다. 행정명령에 서명한 날 바이든 대통령은 트윗했다. 


"간단합니다. 미국은 봉사할 자격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고 공개적으로 군에 복무할 때 더 안전해집니다."

군대 내 성소수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거판의 레인보우 웨이브

지난 2월 23일 abc 뉴스는 1급 해군 하사관 브록 스톤을 소개했다.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암호 기술자인 스톤 하사관은 지난 15년 동안 해군에 대한 전자적 위협을 분석하며 외국어 정보를 해석하는 업무를 해왔다. 중요한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던 그는 지난 2017년 강제 전역의 위기에 처했었다. 트랜스젠더였던 그와 같은 LGBTQ들이 군대에 남길 원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벌어진 조치였다. 


"저는 아프가니스탄에 가야 했어요. 당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죠. 내가 나 자신으로 존중받지 못했던 시기였습니다." 


커밍아웃 후 군에 복무하던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퇴출되거나 승진에서 배재됐다. 입대를 준비하던 이들은 거부되어야 했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군을 떠나거나 입대를 포기했는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스톤 하사관처럼 예외를 인정받고 일했던 이들은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심리적 굴욕을 견뎌야 했다.


국방부 최고위직 트랜스젠더인 브리 프램 공군 중령은 당시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멸종위기 종이 되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나 같은 처지였던 이들은 아무도 입대하지 않았고 이상 우리 같은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그러나 프램 중령은 펜타곤에서 은퇴를 앞둔 상사가 한 말을 잊을 수 없다. 상사는 자신이 평생 갖고 있던 트랜스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녀가 깨준 사실에 고마워했다. 프램 중령은 자신과 같은 이들이 배제되지 않고 스트레이트한 이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초대 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된 피트 부티 지지는 2009년부터 17년까지 미 해군 정보관으로 복무했다. 7개 언어를 구사하는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기도 했던 미국 최초의 성소수자 장관이다. 


지난해 11월 전국 선거에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들의 당선이 눈에 띄었다. 올해 서른 살이 된 델라웨어 주 상원의원 사라 맥브라이드는 트랜스젠더다. 오클라호마주 88구역 하원이 된 모리 터너 의원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공개적이고 non-binary(여성도 남성도 아닌 성별로 이분법적인 성별에 속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나 젠더 퀴어에 속하는 사람) 주 의원이자 오클라호마 최초의 무슬림 의원이다. 뉴욕 브롱스 지역에서 하원의원으로 선출된 흑인, 라티노인 리치 토레스는 몬데어 존스 의원과 함께 공개된 게이 하원의원으로 기록된다. 


미 언론은 이들 소수자의 정계 진출을 '레인보우 웨이브'라 부른다.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영역이 정치이기에 이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다양한 미국인들이 군대에서 힘을 합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미국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죠."


성소수자 장관 부티 지지가 자신의 8년여 군대 생활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스트레이트 군인과 같은 이유였다. 


종교적 자유에 대한 논쟁


해군 하사관 브록 스톤이나 공군 중령 브리 프램 같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군에서 일하는 이들에겐 새 대통령의 포용 정책이 얼마나 유지될지 걱정이다. 그래서 대통령 행정명령 하에 정식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하원의 승인을 얻어 상원에 간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법안은 보수 종교 지도자들의 반대로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AP 통신은 3월 8일 기사에서 이 평등법에 대한 상원 청문회 날짜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법안 통과를 위해 필요한 60표 중 상원 공화당 누구도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지 않다. 미국에서 가장 큰 개신교 교단은 이 법안은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는 법 중 종교적 자유에 대한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고 하고 있다. 오랫동안 관련 법안이 통과지 못한 이유이다. 


2017년 갤럽은 미국 성인 4.5%가 LGBT라고 했다. UCLA 윌리엄스 연구소는 3.5%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고 트랜스젠더는 0.3%라고 발표한다. 미국에서 이들의 권리는 종교의 영역이 아닌 삶의 일부분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는 퍼센티지다. 


"지금 저와 같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이터는 트럼프의 금지 조치로 ROTC에서 하차해야 했던 트랜스젠더 닉의 얘기를 전한다. 그는 지금 또 다른 ROTC 지원을 계획 중이다. 


같은 로이터통신은 3월 4일 자로 한국 트랜스젠더 군인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이 사건은 모든 신체 건강한 남성들이 약 2년 간 의무 복무하는 나라에서 성전환자들이 군대에서 어떻게 대우받는지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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