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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석 Jul 14. 2022

표절이라는 통념에 반대해 봅니다.(feat. 유희열)

저는 표절이라는 통념에 

반대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표절이란 개념이 없어지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살펴보면 비슷한 것 투성이이고, 우리가 새롭다고 느끼는 것들도 사실은 70~80%의 있었던 것들에 20~30%(이것 또한 다른 곳에 존재했던...) 다른 관점의 무언가를 합친 것들이 대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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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건축, 네이밍, 음악, 시험문제들, 드라마 스토리 전개 라인, 기승전결(크게 보면 대부분의 이야기가 기승전결의 카피본들임), 하다못해 유튜브 영상 편집도 다른 영상들의 편집점이나 연출 스타일들을 모방하고 내용에 맞게 짜깁기해서 편집하고 있을 겁니다. 새로 출판된 책들도 살펴보면 대부분 다른 논문이나 남의 스토리를 사례로 하면서 자신의 의견과 통찰을 덧붙이는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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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도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최초로 증명하는 것이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새로 증명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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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입고 있는 유행을 따르는 옷들도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디자인하고 시즌 신제품 발표 런웨이에서 보여준 스타일을 좀 더 작은 브랜드들이 카피하고 각자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추가해서 패션계의 큰 유행이 만들어지면서 구매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최초로 시즌 발표를 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과연 세상에 없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일까요?

근현대적 디자인 사조를 공부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부분 모던-히피-포스트모던-빈티지-모던.... 이런 큰 휴행의 반복입니다. 그 틀 안에서 디자이너의 독특한 인사이트 한 방울이 들어가면 "창의적인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이 나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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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의 아버지 뉴턴도 수많은 새로운 물리학적 발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업적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가서 바라봤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하며 선인들의 공로를 치하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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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나의 의견이라고 하는 말과 주장들은 이미 타인이 했던 주장들을 내가 받아들인 것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사실 창작은 기존에 있었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 발견과 해석의 결과물이지, 정말로 세상에 없었던 것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요?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야생에서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소년이 인간의 지적 능력에 한참을 못 미쳤던 사례만 보더라도 우리에게 발현된 창의성이 얼마나 타인으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왜 유독 음악계에서는 표절에 민감한 것일까요?


저는 이 모든 모방의 과정을 표절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유독 음악계에서 심하죠.  

법원에서 음악 표절에 대해 보수적으로 판결을 내린 사례가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네요.



표절하지 말고, 컨셉과 레퍼런스를 밝히는 문화.

창작이라는 주장보다는 응용과 모방의 산물임을 인정하는 문화를 제안합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 아빠의 영향을 받으며 자랍니다. 누군가를 통해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가 새롭다고 느끼는 그분은 99.999%의 이미 있었던 것들에서 나온 것임을 인정하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혹, 전혀 새로운 문화를 접하여 100% 새로움의 충격을 경험했더라도, 그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존재하고 있던 것일 뿐이죠. 새로움이라는 건 어쩌면 기존에 있던, 내가 모르던 무언가를 처음 만나는 순간의 감정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저는 요즘 표절 의혹(법정 고소나 판결이 없었으므로)으로 이슈 되는 작곡가들(유희열, 이적 등)의 곡들과 표절곡의 원곡으로 의심되는 곡들 비교해서 들어봐도 충분히 다른 매력과 새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새로움의 요소가 단 1% 일뿐이더라도요. 기존의 작품과는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어떠한 앞선 작품/작가의 영향이 있었는지 밝히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존하는 '표절'의 개념이 바뀌지 않으면 이러한 일들은 반복적으로 더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표절이라는 통념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누군가의 것을 참고했다고 밝히면 그 작가를 깎아내리는 대중에 대한 두려움이 현시대의 아티스트들에게 큰 족쇄가 되고, 그 결과물을 통해 삶을 향유해야 하는 대중들에게도 손해가 되는 일일 것입니다.



창작자와 대중 모두가 문화의 풍요를 누리기 위해 

원작자라는 개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을 제안합니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창작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는 수많은 분들의 입장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맘이 있습니다. 그래도 대세에 편승해서 남 헐뜯는 일에 신난 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다른 관점으로도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완성시켰습니다. 

(참고로, 저의 MBTI가 ENTP라서... ㅈㅅ)


누군가의 노력을 쉽게 훔치는 것은 범죄이고 그것을 막아줄 법적 테두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타인의 저작물을 참고할 때 그 사실을 밝히거나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창피하거나 자신의 창의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자는 취지에 대해 공감하실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티스트, 창작자, 예술가, 표절, 모방, 레퍼런스... 이런 개념들을 현대 시대에 맞게 재정의 할 필요성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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