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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May 09. 2024

손흥민 선수의 어떤 순간(54/100)

0.0000000001%라도 아니 그보다 더 작은 모든 확률의 최선

사실은 축구를 자세하게 모른다.

상대방 골대에 골 넣기.

 발대신 손을 쓰면 안 된다.

너 맞고 공 라인 나가면 우리 공.

달릴 때 상대방 잡으면 안 되고, 과한 태클은 반칙 정도..

그리고 엄청나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닌 그저 가끔 애국심 불타오르게 하는 종목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좋은 기회에 런던 토트넘경기장에서 직관을 하게 되었다.

없던 애정도 생길 에너지를 받고 온 경험이다.

덕질의 기본이 그러하듯, 손흥민 선수만 눈으로  보니 재미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전반전 때 내가 본 시야에서는 상대방 골대가 잘 보이는 곳이었다.

슛을 하고 나면 보통 골키퍼가 공을 자신의 편에게 던져주거나 차주는 과정에서 손흥민은 올지 안 올지 모를 기회를 한 번도 놓치지 않는 것을 봤다. 진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후반전 때는 역할이 바뀌었는데 손흥민 선수의 역할을 하는 선수는 하지 않더라. )

골키퍼나 상대편의 선수가 아주 미세한 실수를 할 확률에 자신의 성실함을 걸었다고 생각이 되었다.

어쩌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을 그런 순간이다.  그리고 어쩌면 아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확률보다는 골을 넣을 더 좋은 확률이 있을 테니까.

나는 이 장면을 계속 찍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골을 넣은 그 순간보다 기억에 남았다.

0.0000001% 아니 더 적은 확률에서도 그의 최선, 의무와 무게 그리고 성실이라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상한 속도로 흘러가는 요즘을 나는 이렇게 느낀다.

되는 게임, 내가 잘 될 것 같은 것, 똑똑하게 방법을 찾아 유명해져라 등, 쉽게 쉽게 이루는 게 뭐가 어때서!


이런 시점에서 만난 손흥민 선수의 경기에 나는 고마웠다.

이렇게 잘하고 유명한 선수가 보통의 말하는 것들이 아닌

되지 않는 게임, 내가 잘 되지 않아도, 묵묵한 최선, 어렵지만 꾸준함! 을 해내고 있어서 말이다.


내가 유명하지도, 잘하지도 않지만 잘하고 있구나 하는 응원을 던져 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런 지점을 발견했듯

누군가는 나의 어떤 지점들을 잘 봐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응원까지.


비싼 티켓값과 큰 흥미가 없어 보지 않으려고 했던 축구경기는 나에게 가치 있는 응원을 남겨주었다.


그래 또 열심히 지내보자. 그게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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