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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ang Eun Apr 13. 2022

작심삼일이 어디야

오늘도 대략 저녁 7시 30분경에는 곧 퇴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예감은 빗나갔다. 12시 반에 퇴근했다. 집에 있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은 기분 그거,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갈 수 없는 기분 그거.


퇴근하자마자 그니 궁팡, 으니 쓰담, 으니랑 사냥놀이를 해주고 미리, 그니, 으니에게 간식을 줬다. 건강 문제만 아니면 간식 백 개라도 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깝다.


눈이 반쯤 감긴다. 오늘은 오전에 스쿼시를 다녀와서 출근을 늦게 했기 때문에 점심 때 책을 못 읽었다. 어젯밤에는 한 챕터만 읽고 자겠다고 다짐했지만 더 읽고 싶어서 결국 세 챕터를 읽고 덮었다. 오늘 자기 전에 또 두어 챕터를 읽겠지. 그리고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잠들겠지.


오늘 한 일이라고는 역시나 일, 고양이, 스쿼시가 전부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스쿼시 못 갔는데 오늘은 다녀왔고 덕분에 출근이 늦었고 그때문은 아니지만 퇴근은 더 늦어졌다. 단조로운 하루여서(물론 일은 너무나 스펙터클하고 이제 그만 좀 스펙터클 했으면 하는 바람, 그거 그냥 바람일 뿐) 별로 쓸 말도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브런치를 켰다. 작심삼일, 사람들이 만만하게 얘기하지만 작심삼일이 제일 어렵다. 그러니까 최소한 삼일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일단 아무말이나 막 쓴다.


매운 게 땡겨서 저녁으로 떡볶이를 시켜 먹었고 마시던 맥주는 배 불러서 다 못 마셨다. 아까워서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지금 이거 쓰면서 마시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맥주는 김이 빠져도 맥주. 시원하면 그럭저럭 맥주.


노트북을 덮고 나면 지금부터 할 일은 또 같다. 고양이들 화장실 청소, 밥그릇 설거지, 물그릇 씻어서 새 물 담아주기, 그리고 가급적 오래, 싫증내고 가버릴 때까지 그니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는 것, 싫증내고 가버릴 때까지 으니의 이마와 눈가, 턱밑을 오래오래 쓰다듬어주는 것, 세수도 해야겠고, 오늘 받은 택배 포장도 정리해야한다.


조만간, 그러나 일본의 지정국에서 한국이 해제된 후에 일본 출장을 가게 될 것 같다. 일본 출장을 가려면 미뤘던 백신 3차 접종을 해야 한다. 백신 접종 이후에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져서 3차는 굳이 맞고 싶지 않았는데 해외 가려면 필요하다. 작년에 여권도 만료돼버려서 여권 사진도 찍어야 하고 사진이 나오면 재발급 신청도 해야 한다.


어제는 오랜만에, ≪여섯 번째 영향력≫ 주문이 들어왔다. 영향력 6호에 누군가의 글이 실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그 누군가의 누군가가 책을 주문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어떤 작가의 글이 보고 싶어서 누가 주문한 것일까 궁금하다. 예전엔 택배 당일 접수, 당일 수거가 됐는데 최근 파업 이후 접수 다음날부터 수거해가고 있다. 부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시기를. 내일이면 우리집에서 인터넷 서점 물류센터로 책이 입고되고, 물류센터에서는 입고된 책을 검수 후에 주문한 분에게 책을 발송해줄 것이다. 알라딘의 경우 당일 배송 되는 경우도 꽤 많았는데 최근엔 책을 주문하면 보통 이틀에서 삼일, 길게는 사나흘도 걸린다. 당일 배송 될 때는 그게 또 당연했는데 사나흘 걸리는 것도 또 그러려니 한다. 집에는 읽을 책이 쌓여 있는데 너무 재깍재깍 배송되어 오는 것도 부담스럽다. 기다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읽지 못한 책을 읽지 못한 것도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는 것만 문제다.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서 누군가가 너무 혹사당하지 않는 편이 훨씬 더 좋다.


사료를 바꿨는데 미리/그니가 먹던 성묘용 건사료가 맛이 없는지, 으니가 먹어야 하는 키튼 사료를 먹는 그니. 자동급식기에서 나온 사료는 쌓여간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어느 정도는 좋은 것일까, 아니면 기호성 좋은 사료로 바꿔줘야 하는 걸까. 언어가 다른 존재와 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하루이틀 더 지켜보다가 여전히 먹지 않는다면 사료를 바꿔줘야겠다. 사둔 사료는 길에서 지내는 고양이들에게 주면 된다. 모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프더라도 그것이 사람에 의해서는 아니어야 한다.


눈이 감기려고 한다. 할 일을 해야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도 역시 퇴고는 없다. 부끄러움도 없다. 그냥 쓰고, 그냥 마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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