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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ang Eun Apr 14. 2022

드디어 작심삼일째

오늘은 11시 반쯤 퇴근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30분짜리 회의를 하고, 10시 10분쯤 스쿼시 하러 갔다. 레슨은 이미 진행 중이었고, 도중에 들어갔는데 같은 반 회원분 중 일찍 와서 혼자 레슨을 받았던 분이 힘들다며 먼저 가셨다. 거의 십 년만에 다시 라켓을 잡는 거라 무리하면 다음날 못한다며. 운동이 재밌으면 컨디션에 따라 운동량 조절하는 게 쉽지 않은데 꼭 필요한 것. 20분 늦은 친구와 30분 늦은 나를 위해 코치님이 평소보다 좀 더 길게 레슨을 해주셨고, 끝나고 같이 연습을 하던 우리는 옹심이 칼국수와 감자전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비가 와서 날이 흐리고, 이런 날은 칼국수를 먹어야 하니까.


그리고 1시 반쯤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서 퇴근한 게 11시 반. 퇴근하자마자 거의 한 시간 가량 놀아줬다. 열 시간을 놀아주면 열 시간도 신나게 놀 으니인데 많이 못 놀아줘서 미안하니까 지칠 때까지 놀아줘야지, 했지만 결국 내가 먼저 포기. 간식 주고 마무리했는데, 장난감을 치울 때 나는 방울소리에도 으니는 득달같이 달려왔다. 으니 미안. 


욕실에서 그니랑 단둘이 (으니를 싫어하는데 그니랑 나랑 뭔가 하면 꼭 으니가 가까이 오기 때문에 (으니는 그니를 너무 좋아하다) 문을 닫고 궁팡을 해줬다. 지금 털갈이 시즌이라 얼굴이 자석처럼 털을 끌어당겼고 그렇지 않아도 비염 때문에 고생 중인 나는 자연스럽게 바로 세수. 이대로 자러 가고 싶었지만 정말 못해도 삼일은 하자, 그런 마음이었으니까 일단 브런치를 열었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참 쓸데없다 싶은 것을 썼네. 이후에도 쓸데없는 것만 쓸 것.


한동안 책을 못 읽다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잠시 참았던 책 쇼핑도 열심히 하고 있다. 정지돈 글에 새삼 빠져서, 지금껏 구매하지 않았던 정지돈 단행본을 모두 샀다. 정지돈의 글이 실린 책을 모두 사기에는 너무 많았다. 청탁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그래도 전업 작가는 아마 쉽지 않겠지. 이렇게 열심히 쓰면 전업도 가능해야 할 텐데.


오랜만에 민음사 북클럽도 신청했다. 선택할 수 있는 책 가운데,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오혜진 문화연구가가 추천했던 책이 있어서 망설임없이 골랐다. 들개이빨의 『나의 먹이』라는 에세이. 전혀 몰랐던 만화가인데 오혜진 연구가가 추천했기 때문에 기대하며. 그리고 또 한 권은 루리 작가의 『긴긴밤』이었는데 누구의 추천이었는지 기억 안 나지만 신뢰할 만한 사람들의 좋다는 평가를 많이 본 거 같아서 골랐다. 그런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걸 보면 정말 내 지인 누군가가 추천을 한 건지 워낙 마케팅을 많이 해서 나도 모르게 인지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싶다.


(식탁에 앉아 이걸 쓰고 있었는데 내가 식탁에 앉기만 하면 옆에 와서 매우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 미리가 어김없이 애절하게 나를 보고 있어서 미리와 으니에게 츄르를 주고 왔다. 그니는 간식을 많이 즐기지 않는다. 좋아하는 간식도 늘 좋아하진 않고, 츄르도 남길 때가 더 많다. 고양이가 츄르를 남긴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쨌든 오늘 읽을 책이 잔뜩 왔다. 아직도 읽지 못한 책이 잔뜩 있지만 어쨌거나 또 읽을 책을 잔뜩. 일단 좋다. 그리고 아직 할 일이 많고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마무리는 생각하지 않고 여기까지 쓰고 덮는다. 눈이 가렵고(지긋지긋한 알레르기), 졸리다(지긋지긋한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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