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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튼튼 김프리 Feb 20. 2023

[축구하는 아들] 지방 대회 9박 10일, 잘 다녀와

좋은 성적은 프로선수 때 내면 돼. 부상없이 집에 돌아오길 

축구하는 아들 춘식
팔목 미세 골절이지만
9박 10일 지방 대회 출발!





벌써 올해 5학년이다. 이 아이를 낳은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그새 이렇게 흘러버렸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로 세월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아들은 정해진 스케쥴 대로 움직이면서 공부하고, 축구 훈련 가고,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없고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 틈새 시간에 나 역시도 여러가지 일을 해치운다. 아들 연습 경기도 보고, 딸 아이 픽업도 다니고, 중간중간 일도 했다가 시간나면 골프 연습도 한다. 아들이 바쁘니 엄마인 나도 바쁘고 덩달아 동생도 바쁘다. 서로의 시간을 쪼개서 함께 살아가다보니 우리 네 가족은 투닥거리면서도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지난 주 일요일 오후, 춘식이가 울면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동네 종합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하고 놀고 오겠다며 기분 좋게 나갔던 아이였는데 외출한지 40분만에 대성 통곡을 한다. 이유를 들어보니 운동장에서 같이 놀던 (처음 본) 중학교 형이 패널티 박스 안에서 춘식이를 향해 강슛을 찼고, 그걸 무의식적으로 막다 손목이 뒤로 확 꺾여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왔다고 한다. 


밖에서 놀 때는 전화 한통 없이 한 나절을 보내는 아이이고, 왠만해서는 아파도 그냥 눈물 찔끔 흘리며 잠깐 속상했다 금방 괜찮아지는 아이인데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딸, 남편과 찜질방을 가려던 계획을 수정해서 아들이 있는 곳으로 운전대를 틀었다. 차에 바로 태워 일요일에 진료하는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미세골절이 의심된다고 한다. 


일을 어쩌면 좋나. 다음주에 긴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데 그 사이 회복이 안되면 아이는 운동장에서 뛸 수 없다. 속이 상하지만 마음을 다잡아 본다. 이미 일을 벌어졌고 회복에 최선을 다 하는 수 밖에 없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다친 아이만 손해다. 그래도 발이 아니라 왼손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손으로 막지 않았으면 갈비뼈를 맞아 부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춘식이의 말에 더 깊은 안도감이 든다. 


그래, 이만하길 다행이지. 


아들은 일주일 내내 팔목 회복을 위해 꼬박꼬박 소염제를 챙겨먹고, 보조대를 착용하고, 체력 훈련에만 참가했다. 그 사이 연습경기가 3번이나 있었지만 뛰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집에서 휴식했다. 


4일 정도 지나니 아이 팔목에 파란 멍이 잡힌다. 미세 골절은 엑스레이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아들은 더 애가 탔다. 차라리 깁스를 하면 운동장에서 뛰는 걸 포기하는 게 더 쉬울텐데 보호대만 해도 된다고 하니 더 욕심이 나나보다. 


이해는 한다. 대회 참가를 위해 매일 힘들게 운동하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1종 클럽 대회를 부상 때문에 못 뛰게 되니 무척이나 속상하겠지 싶다. 그래도 어쩌랴. 부모 마음은 작은 부상일지라도 경기를 뛰는 걸 쉽게 허락할 수 없는 것을....


일주일이 지나 대회 출발 전 날인 토요일, 가려던 정형외과 원장님이 휴진을 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다른 정형외과를 찾아냈고 접수 마감 시간 20분 전에 도착했다.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골절이 확실하단다.  왠만하면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사의 말에 아들은 눈시울이 불거졌다. 일주일 정도만 쉬면 좋겠다는데 그 말은 아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아빠에게는 비밀로 하고, 손목 보호대와 테이핑은 반드시 할 거고, 조금이라도 무리가 되고 통증이 있으면 경기는 뛰지 않기로 단단히 약속을 하고 아들을 배웅했다. 집에 데리고 있어봐야 서로 속만 상할 것 같으니 아들이 알아서 잘 해낼거라 믿고 구단 버스를 태웠다. 


운동을 하는 아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매일 애가 탄다. 축구는 보호장비가 정강이 보호대 하나 뿐이다. 맨몸 스포츠라 부상의 위험이 높고 축구화를 신은 발은 굉장히 강해서 잘못 밟히기라도 하면 발등, 정강이, 고관절 골절도 순식간이다. 이걸 다 알면서도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니 못하게 막을 수 없다. 연습경기만 해도 마음이 쪼그라든다.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두번째고 매일 다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아직까지는 큰 부상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번 대회도 잘 해내고 올거라 믿어본다. 좋은 달란트를 가지고 이 세상에 나왔으니 가지고 있는 장점을 이 세상에 다 풀어내며 신명나게 뛰었으면 한다. 나의 믿음이 아들의 마음에 닿길 소망해본다. 


춘식, 무조건 널 응원한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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