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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튼튼 김프리 Sep 14. 2023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뛰고 싶은 그 열정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난다.



가을이 코 앞에 왔다. 여름이 길어진 탓에 9월 중순의 대낮은 여전히 덥지만 8월과 비교하면 살만해진 요즘이다. 움직이면 살짝 땀이 나지만 가만히 서 있으면 적당히 시원한 가을의 초입. 날이 시원해져서 운동하기 좋은 계절. 9월~11월 사이에는 유소년 축구대회가 많이 열리는 기간이다. 꼭 대회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지역에 있는 유소년 팀끼리 연습경기도 많이 하니 체력관리를 잘 해야하는 시기


8월 말에 햄스트링 부상이 있어 약 2주간 운동을 쉬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워낙 운동량이 많은 아이라 운동 강도와 운동량 조절을 잘 해야한다. 아이들마다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나는 아이들이 많다. 이 때 부상을 당하면 아이의 경기력에 큰 마이너스가 된다. 아직 나이가 어려 회복도 빠르다고 안심하면 안된다. 한번 다친 곳은 반복적으로 다치기 쉽기 때문이다.


15일간의 휴식과 재활을 마치고 다시 구단에 복귀한지 3일째 되는 날. 오늘은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초등 리그가 있는 날이다. 5학년, 6학년이 함께 리그 구장에 모여 훈련과 경기를 뛴다. 아들은 5학년이지만 6학년 경기에 투입되는 경우도 꽤 있어 6학년 경기도 자신이 출전할 수 있는 경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 학년 올려뛰기를 하다보면 피지컬 차이가 많이 나는 상대팀 선수들과의 경합 과정에서 실력이 많이 는다. 엄마인 입장에서는 마냥 좋지만은 않다. 머리 하나 큰 형아들과 뛰다 다치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앞선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코치님께서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챙기라고 하시는 걸 보니 경기 시작 시간까지 비가 계속 될 모양이다. 비오는 날은 구장도 미끄럽고 체력 소모가 크니 엄마 마음 같아서는 취소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만, 천둥과 번개, 감당할 수 없는 폭우와 폭설이 아닌 이상 아이들의 경기는 그대로 진행된다. 많은 유소년 팀들이 한꺼번에 경기를 하다보니 잦은 일정 변경은 여러가지로 낭비되는 부분이 많다. 정해진 스케쥴대로 진행이 되어야 서로 편하고 혼선이 없다.


오늘 구장은 송도LNG 축구장


집에서 50KM 떨어진 곳이다. 경기가 끝나는 시간이 하필 퇴근시간이다. 비도 오니 오가는 길이 밀릴 것을 예상하고, 아들과 송도에서 단 둘이 여유롭게 저녁이나 먹을 마음으로 오랜만에 아들이 뛰는 구장을 찾아갔다. 예상했던 것처럼 주차장엔 유소년팀 차들, 학부모들이 차들로 가득차 있다. 아들들이 멋지게 뛰는 모습을 마음 속에, 카메라에 담고 싶은 부모님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아들이 재활하며 쉬는 사이, 구단의 전술이 바뀌었다. 선수들의 위치와 역할에도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감독님께서 달라진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 한들 다른 친구들과 아직 합을 맞춰보지 않은 상태라 오늘 경기는 못 뛰거나, 뛰어도 아주 짧게 뛸 거라 예상을 했다. 15일을 집에서 쉬고 재활하느라 몸이 많이 무거워졌으니 오래 뛰기도 힘들었을거다.


예상대로 아들은 전반전이 5분 정도 남았을 때 교체 선수로, 후반전 시작 후 약 5분 정도만 뛰었다. 6학년 경기라 뛰면 좋고 안 뛰어도 큰 상관은 없었다. 뒷벅지가 완벽하게 회복된 게 아니라 오늘처럼 비오는 날은 차라리 안 뛰는 게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들은 단 1분이라도 경기장을 뛰고 싶어하겠지만 나와 아들은 서로 입장이 다르니까.


전반 25분, 후반 25분을 가만히 지켜 보기만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가만히 서서만 있을려니 옷과 신발을 젖고, 비가 계속 내리니 추위가 느껴졌다. 허리가 불편해서 더 힘드니 서 있다가, 걸어다녔다, 잠깐 쪼그리고 앉았다를 반복하며 시간을 떼운다. 쉬는시간까지 포함해 약 60분간의 경기가 끝났고 온 몸이 다 젖은 아들을 가까이서 보게 되니 갑자기 마음이 찡하다.


경기를 다 뛰면 힘은 들지만 체온이 올라 춥지 않은데, 오늘처럼 구장 밖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으면 엄청 춥다고 한다. 얼굴을 보니 입술이 퍼렇다. 유니폼과 축구화도 다 젖었다. 경기 결과가 좋아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런 날 경기에서 패하면 아들을 보는 내 마음은 더 아프다. 꼴도 엉망인데 져서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이놈의 축구는 왜 하느냐며" 마음과는 다른 따가운 말이 내뱉어진다. 이러지 말아야지 수도 없이 다짐하지만 매번 다짐만 한다. 아들의 속상한 마음에 또 기름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경기가 끝나고 아들 단 둘이 저녁을 먹었다. 고기를 먹고 싶다는 아들의 의견을 존중해 돼지갈비집으로 향했다.  비 오는 날은 체력소모가 심해 저녁을 더 고칼로리로 먹어야 한다. 안 그러면 금새 몸살 감기에 걸린다. 혼자서 돼지갈비 2.5인분, 공기밥, 된장찌개, 냉면까지 완벽하게 클리어하고 즐거워하는 5학년. 엄마가 데릴러 올지 몰랐는데 와줘서 너무 행복하고, 동생 없이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어서 즐겁다는 아들. 많이 뛰는 만큼 먹는 것에 진심인 아들이라 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 것 같다.



운동장에서 뛸 때 가장 행복해 보이는 아들.

오늘도 부상없이 집에 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앞으로 뛰어야 될 수많은 날들을 위해 몸과 마음도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관리해보자.


그나저나 너 눈높이 학습지 해야하는데....

오늘은 못하는거겠지?

내일도 못하는 건 아니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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