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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튼튼 김프리 Oct 25. 2023

괜찮다고 해도 너희들에겐 너무 중요한 승패

배우는 중이니까 주눅 들 거 없어. 힘내자


오늘은 F조 2번째 경기가 있는 날. 10월 18일 수요일, 남동구청과의 경기다. 인유 서구와의 첫 번째 경기에서 패했으니 오늘은 꼭 이겨야 하는 경기다. 이번 경기를 이기거나 비겨야 결승 토너먼트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옆 구장에서는 같은 조인 인유 서구와 부평초의 경기가 열린다. 부평초가 인유서구를 이겨준다면 그야말로 너무 고마운 오늘의 경기.


평일이지만 경기 시간이 7시. 집결 시간은 6시라 시간적인 여유가 좀 있다. 김포에서 같이 운동하는 6학년 형과 5학년 친구를 함께 태우고 송도로 출발했다. 이전에도 같은 구단에 있던 형과 친구라 서로 친하게 잘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운동할 땐 세상 상남자들이지만 평소에는 너무 순한 애들이라 이동 시간 내내 깔깔대면서 장난치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 역시 초딩은 초딩이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몸을 푸는 아이들. 송도 LNG구장은 만들어진지 얼마 안돼서 인조 잔디 컨디션은 너무 좋은데 바람이 엄청 분다. 뛰는 아이들도 춥고, 기다리는 부모는 더 춥다. 아들 축구 3년 시킨 엄마는 나름 짬밥이 있어 얇은 내복에 기모 긴팔과 플리스를 입고 왔다. 2시간 이상을 움직임 없이 밖에서 기다려야 하니 무조건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5학년, 6학년 친구들 중에 이너웨어 없이 반팔 유니폼만 입은 친구들이 있다. 주문해 놓은 이너웨어가 아직 도착을 안 해서 추울까 봐 걱정이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쌀쌀한데 교체 선수로 나갈 때까지 몸의 열이 식지 않게 충분히 웜업을 해야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가는 시기에는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여름은 너무 더워서 걱정이고 가을 겨울은 추워서 걱정이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전반적 시작 :: 선발 출전


경기 시작을 위해 선발로 뛰는 선수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아들이 뛰든 안 뛰는 매번 설레고 긴장된다. 어랏? 중요한 경기인데 아들이 선발로 뛴다. 6학년 형과 두 톱으로 전방 공격수다. 이 전 구단에 있을 때는 왼쪽 윙에서 많이 뛰어 공격과 수비를 같이 했는데 구단을 옮기고 나서는 주로 센터백,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면 미드필더도 되었다 전방 공격수도 되었다 윙에도 선다. 여러 가지 포지션에 서는 것 역시 장단점이 있다. 포지션별로 각자 맞은 공간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공부가 된다.


김포에 사는 나는 인천 지역 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인천 남동구청 U12팀은 인천 지역에서 꽤 잘하는 팀이라고 한다. 폭발적인 성장이 시작되는 6학년들이라 아이들마다 키와 체격 차이가 나는 시기. 남동구청 선수들도 팔다리가 길쭉하고 키가 훤칠하다. 아들도 5학년 치고는 키가 상당히 큰 편이지만 아직 2차 성징이 오지 않아서 키만 크다. 형들 사이에서 힘차게 잘 뛰어주길 기도했다.


아들은 전반 15분을 뛰고 교체되었다. 6학년 선수가 부족해서 2~3명은 5학년이 뛴다. 형들 경기는 5학년 경기보다 체력이 많이 소진된다. 거기다 전방에 서는 친구들은 더 힘들다. 아들이 나오고 같은 5학년 친구로 교체되고 경기는 계속 진행되었다. 전반전은 0:0으로 종료. 예상외로 잘 막고 잘 뛰어준 아들들. 이기면 너무 좋을 경기라 다들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더 진지하다.



후반전 시작 :: 교체로 투입


약 10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후반전 시작. 상대팀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경기 시작 직후 상태팀에서 1골이 터졌다. 감독님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뭔가 문제가 생긴 거다. 보고 있는 나도 조마조마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뛰는 아이들. 전반에 뛰었으니 후반엔 안 들어오겠구나 했는데 후반 6분 후에 아들이 교체 선수로 들어온다.


후반 포지션은 센터백. 열세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센터백 포지션은 굉장히 바쁘고 정신없다. 공격이 잘 풀릴 때는 중앙 라인을 넘어서 위로 올라가 있어 공격수들이 바쁘지만 경기의 흐름이 상대팀으로 넘어가 있으면 수비수들은 바짝 긴장해야 한다. 특히 반칙을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상대팀에게 프리킥 찬스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 하나, 몸싸움 하나에 골이 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보는 엄마도 온몸이 쪼그라든다.


후반 5분, 상대팀의 2번째 골이 터진다. 환호하는 아이들과 한숨짓는 아이들의 표정의 깊은 간극이 보인다. 골을 넣어서 기쁜 팀과 골을 못 막아서 속상한 팀의 온도차는 아주 확연하다. 0:1이면 해볼 만한 경기지만 0:2은 애매하다. 승리의 여신이 상대팀을 향해 미소 짓기 시작하는 스코어. 후반 20분경 3번째 골이 이어진다.


6학년 형 1명 빼고 전원 5학년으로 선수를 교체하는 감독님. 속이 단단히 상하신 모양이다. 지도자의 마음을 100% 알 리는 없겠지만 감독님 마음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아이들의 포지션에 큰 변화가 생겼고 아들은 미드필더로 올라갔다. 몇 번의 유효 슈팅이 있었지만 골로 이어지지 못한다. 아쉬운 마음이 커진다. 보는 엄마 마음도 조급해진다. 속상한 아이들의 얼굴이 그려진다.


2번째 경기도 0:3 패.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을 경기인데 생각보다 잘 안 풀렸다. 열심히 뛰어도 잘 안 되는 날이 있다. 지켜보는 부모님들은 가볍게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괜찮다는 응원을 보내주지만 직접 뛰는 아이들은 한없이 가라앉는다. 감독님과 코치님한테 혼난 아이들은 마음이 훨씬 더 무겁고 속상하다. 배우는 중이라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위로를 건네보지만 아이들에겐 성장만큼 승패도 중요하다. 그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집에 돌아가는 길은 오는 길과는 대조적으로 차 안이 조용하다.



배우는 중이잖아. 괜찮아. 주눅 들 거 없어.

잘 되는 날도 있고 잘 안 되는 날도 있는 거지.

10년 넘게 뛴 프로 선수들도 경기장에서 실수하고

선수들끼리의 캐미가 잘 안 맞는 날도 있어.


매번 경기 지고 올 때마다 엄마도, 감독님도, 코치님도 다 속상해.

우리의 바람대로 매번 이기는 경기를 하면 좋겠지만

많이 져봐야 이기는 법을 더 공부하고 연구하고 배울 거 아니겠니.

앞으로도 셀 수 없이 많이 질 텐데 많이 지는 만큼 더 배운다 생각하자.

남의 평가 신경 쓰지 말고, 어깨 펴고 당당하게, 매일 열심히 조금씩 성장하자.

늘 그렇듯 엄마는 오늘도 아들을 응원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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