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 인센티브가 운동 참여에 미치는 영향
[이영임 박사의 스포츠경제학 산책-4] 응원의 힘: 축구경기에서의 홈 어드밴티지는 존재하는가? https://brunch.co.kr/@bruncht7ac/71
이 글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정책연구실 이영임 박사의 다섯 번째 글입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금정적 인센티브가 운동을 촉진한다'라는 믿음이 과연 맞는지, 관련 연구 결과와 함께 생각해봅니다.
[참고논문] Rohde, K. I., & Verbeke, W. (2017). We like to see you in the gym—A field experiment on financial incentives for short and long term gym attendance.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 Organization, 134, 388-407.
사흘마다 작심삼일, 운동은 힘들어
‘규칙적으로 운동하기’는 많은 이들의 신년 계획에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입니다. 하지만 바쁘고 힘든 일상을 보내다보면 꼬박꼬박 운동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 너무 피곤하니까 오늘은 그냥 쉬고 내일부터는 꼭 열심히 가야지’ 라고 생각하며 합리화를 하게 마련이죠. 하지만 내일은 순식간에 오늘이 되어버리고 결국엔 ‘아, 오늘도 피곤한데 내일 가지 뭐’의 무한루프에 빠지고 맙니다. 하긴, 어찌 보면 실천이 어렵기 때문에 매년 새해마다 다시 결심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 대장암, 유방암, 우울증의 위험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고관절 골절이나 척추 골절의 위험도 감소시키고, 체중 조절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와 긍정적 사고에도 영향을 주고, 대인관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아마 속으로 이런 생각들을 하실 것 같습니다. ‘아니, 누가 운동 좋은 거 몰라서 안하나?’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운동을 오늘 하지 않고 내일로 미룰까요? 여러 이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이득이 오늘 당장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오늘 한 시간 뛴다고 해서 높았던 혈압이 눈에 띄게 낮아지지 않고, 체중이 드라마틱하게 줄지도 않죠. 오히려 입맛을 돋우는 부작용(!)이 나타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운동을 위해 쏟아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당장 필요한 것이고, 게으른 오늘이 주는 달콤함 역시 눈앞에 가까이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미래보다는 현재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현재 지향 편향(present bias)’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당신을 피트니스 클럽에서 만나고 싶어요
그렇다면 운동을 하려는 오늘의 노력에 눈에 보이는 보상을 즉각 해준다면 운동가는 것이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것이 지속되어 습관이 된다면 보상 없이도 운동을 계속 가게 되지 않을까요? 네덜란드의 경제학자인 Rohde와 Verbeke는 이러한 효과를 알아보고자 흥미로운 실험을 합니다. 즉, 운동하러 꾸준히 체육관에 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이러한 인센티브 제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찰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실험은 2010년 네덜란드 남부의 한 피트니스 클럽에서 회원 1,3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클럽은 아무 때나 제한 없이 출입 가능한 회원 1,182명과 일주일에 한번만 출입이 가능한 제한적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 188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험에서는 이들을 1) 별도의 보상을 해주지 않는 통제집단 2) 멤버십만 유지한다면 분기당 10유로[약 1만3천원](제한적 멤버십) 또는 15유로(무제한 멤버십)[를 무조건 환급해주는 집단 3) 주 1회 이상 출석하면 분기당 10유로(제한적 멤버십) 또는 15유로(약 2만원)무제한 멤버십)를, 주 2회 이상 출석하면 분기당 25유로[약 3만3천원](무제한 멤버십)를 환급해주는 집단으로 나누었습니다. 이 클럽의 월 평균 등록비용은 36유로(제한적 멤버십)~46유로(무제한 멤버십)[약 4만7천원에서 6만원 사이]이기 때문에 환급 금액은 등록비의 약 10%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표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회원들에게는 “우리는 당신을 피트니스 클럽에서 만나고 싶어요(we like to see you)”라는 제목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는 안내를 하고, 미리 선정된 그룹에 따라 각각 환급 기준과 금액을 알려 주었습니다. 이 실험에서 아쉬운 부분 중 하나는, 현재 지향 편향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출석 할 때 마다 환급을 해주었다면 좋았겠지만 클럽의 행정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여 분기마다 환급을 시행한 점입니다. 물론 한정된 예산 때문에 매주 환급을 한다면 한 번에 지급하는 금액이 너무 푼돈이 되어 보상의 의미가 작아진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이 실험은 2010년 1분기와 2분기, 총 6개월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금전적 보상이 운동을 지속시키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아래의 그래프를 먼저 보시고 설명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먼저 실험 전후의 기간을 포함한 2009년 4분기부터 2010년 4분기까지의 통제집단(control), 무조건부 환급 집단(UR), 조건부 환급 집단(CR)의 총 출석 횟수(total attendance), 주 1회 출석 주수(nr. of weeks once per week), 주 2회 출석 주수(nr. of weeks twice per week)를 그래프에 표시해 보았습니다.
그래프에서는 분기별(가로축), 집단별(그래프 색깔별)로 참여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 집단별 차이가 통계적으로도 의미가 있는지를 검정하였습니다(Mann-Whitney U test). 검정 결과 출석 기준을 충족할 때 환급을 받는 조건부 환급 집단이 실험 기간인 2010년 1분기의 주 2회 출석, 실험 직후인 2010년 3분기의 총 출석 횟수 및 주 1회 출석에서 다른 집단(통제집단, 무조건부 환급 집단)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그래프에서 보여주는 변화를 좀 더 정교하게 살펴보기 위해 이 연구에서는 영과잉 음이항 회귀모형(zero inflated negative binomial regression)을 이용한 분석도 했습니다. 이 모형은 자료에 ‘0’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 적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에, 지금처럼 출석을 하지 않는 회원이 많은 경우 즉, 출석 횟수가 ‘0’이 많은 경우 매우 유용합니다. 결과표가 너무 길어 다 보여드리기는 어렵지만, 모형을 이용한 분석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조건부 환급은 2010년 1분기의 주 1회 또는 주 2회 출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러한 효과가 2분기까지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둘째, 출석과 무관한 무조건부 환급은 2010년 1분기의 주 1회 이상 출석을 증가시켰고, 2분기의 ‘아예 출석하지 않을 확률’을 감소시켰습니다.
셋째, 조건부 환급은 실험이 종료된(출석을 해도 돈을 받을 수 없는) 3분기까지는 출석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부 환급은 실험이 종료된 이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즉, 이 실험에서 금전적인 인센티브는 운동 참여에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효과만을 기대할 수 있으며, 운동 습관을 형성하는 것에는 실패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무엇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가
물론 이 실험만으로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소용없다는 결론을 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릅니다. 이 실험의 참가자들은 책정된 환급액이 ‘나를 움직이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었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3개월 후의 보상은 운동의 효과만큼이나 멀어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환경에서 시행된 이 실험의 결론은 금전적 인센티브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정책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연구에서 조금 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하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인종목 또는 단체종목으로 실험을 병행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운동으로 인한 보상이나 효과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운동 그 자체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다면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이 연구는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운동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