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청춘에게- 말 대신, 글로 써 보는 방법이 있었군요.
내일은 한 기행 프로그램을 녹화하러 갑니다.
아침 일곱 시에 현장에 당도하기 위하여 새벽 세시 반에 집에서 출발하는 꼭두새벽 일정.
그러나 야외 녹화물, ENG 촬영은 참 오랜만이기에 설렙니다. 기분이 좋아요.
재현이를 돌볼 백업의 손길(=친정어머니)도 안방에 모셔왔고요(란 표현이 무색하게 곧 재현이 시중에 녹초가 되시겠죠. 흑흑), 필요한 의상이며 소품도 고이 개켜 현관 앞에 놓아두었습니다.
이제 원고만 한 번 더 보고 자면 되지만...
내일 꼭두새벽부터 온종일 엄마가 사라질 것을 알기라도 한 듯, 무려 조금 전인 한 시까지 안 자겠다 엄마와 놀자 아빠는 안 된다 버티던 아이 때문에 방금 전에야 원고 적힌 종이를 탁자 앞에 펼쳐놓을 수 있었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 꼭 말을 하고 싶은데 집 안 모두가 잠에 빠져 있습니다. 브런치는 정말 좋은 친구네요.)
내가 오롯이 내 일과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었던 시절에, 나는 과연 늘 지금과 같은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었는지.
사회인으로서 더 멋진 미래를 이루고자, 전열을 정비하고 진중하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란 게 부모가 되기 전에 갖는 일종의 특권임을.
이후에는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참 귀하디 귀한 시간임을
그 때 누구든 내게 일러 각인시켜 주었더라면.
그랬다면 쇠털 같은 나날들을, 청춘이니 방황해도 괜찮다면서 흔들리고 고민하고 자책하고 많이 아파하는 데에 사용하는 대신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액션을 취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다만 며칠이라도,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그렇다면 뜬금없는 이 밤의 끼적임도 그 때의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인지되고, 읽히고, 기억될지도 모르니 이 시간은 헛되지 않고 오히려 보람되다.
그렇지 다희야, 이만하면 됐지?그만 자자.
오지라퍼 아줌마는 이제 스마트폰을 덮고 밤잠을 청하겠습니다.
모두 깊이 잠드는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