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會食)...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회식통보(會食通報)

by 신들의 예찬

회식(會食)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음"


회식은 직장생활에서 "빠질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모임 중 가장 중요한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술을 대체하여 건전한 문화회식을 활성화하려는 노력들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나 전통적인 관습?을 지키려 하는 노력들이 대다수 인 듯 보인다.


회식의 목적도 다양하다.


한해 업무실적과 다음 해 단합을 견고히 하기 위한 송년 회식
새로운 한 해 힘찬 도약을 위한 신년 회식
연초 승진자들을 축하하기 위한 승진을 기리기 위한 승진 회식
더 나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직원 또는 퇴사하는 직원을 위한 환송 회식
신입사원 및 경력사원 신규 입사자를 축하하기 위한 환영 회식
건조한 직장생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단합 목적의 단합 회식
동급 Level끼리 단합을 위한 비밀 회식
맘 맞는 사람끼리 상사를 씹기 위한 뒷담화 회식(폭음 주의)
그 외 불특정 하게 하루 일진에 따라 뜬금없이 명령과 반 강요에 의한 반강요 회식


이처럼 우리나라 직장에서 회식은 필수 불가결한 문화가 되어 버렸다.


회식 날짜


회식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요일(曜日)" 일 것이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과 한주를 마감하는 금요일은 회식 날짜를 계획할 때 금기(禁忌) 시하는 요일이다. 특히 금요일의 경우 대부분 주말에 각자 개인적인 일정계획이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꺼려하기 때문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자유의 땅을 눈앞에 두고 복병을 만나 포로가 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주변머리 없는 상사의 경우 젖과 꿀이 흐르는 자유의 땅이 오히려 감옥처럼 느껴져 금요일 회식하고 주말을 동면상태로 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여 금요일로 회식 날짜를 못 박는다.


특히 징검다리 연휴 전날은 욕 나온다.

그러나 상명하복의 단순 무식한 논리 앞에선 어쩔 수 없다. (요즘엔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아직도 이러 한 만행은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회식자리

솔직히 회식은 참여자 중 가장 높은 직급을 위한 자리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가 원하는 메뉴와 그가 좋아하는 술 등 위치적인 요소도 전혀 배제할 수 없고 반영되어야 만 한다.

술자리의 상석(上席)과 하석(下席)도 중요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주로 상석은 임원과 최 선임의 자리가 되는데 회식 참가자들을 아우룰 수 있고 조망할 수 있는 "가운데 안쪽"이 유력하다.

하석(下席)의 경우 메뉴와 먹거리가 떨어졌을 때 신속하게 조달하기 위해 "문지방 쪽"에 착석한다.

대부분 회식 참가자들은 상석의 주변을 피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영혼을 느낄 수 없는 불편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깍듯이 왼손으로 오른손의 잔을 받들고 상대방의 정면을 기준으로 좌우 90도 돌려마시는 자태는 윗사람에게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라기 보단 시중을 드는 "종(從)"과 다름없다.

일단 회식장소에 도착하면 최대한 빨리 들어가 선점을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물론 대부분 직급별로 자리에 앉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선점해야 한다.)


★ 자리 선점 시 고려사항 ★

1. 말술 옆자리는 무조건 피하라

2. 임원 옆자리는 몸이 경직되는 파킨슨씨 병이 찾아온다.

3. 고기를 필히 구워야만 하는 자리는 피하라. 다음날 아침 팔목이 쑤셔온다.

4. 항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출구 쪽이 적격이다.


여직원의 경우 자리 선점이 별 의미가 없다.

특히 여직원이 거의 없을 경우에는 더욱이 선택의 여지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열의 아홉은 임원 옆자리에 배정된다.

다른 자리에 앉으면 임원이 알아서 부르기 때문이다.


회식자리 이야기들

주로 회식자리에서 술맛이 떨어지는 업무 얘기는 절대로 하지 말자고 눈빛 교환의 암묵적 동의를 거친다.

그러나......

술 한잔 두 잔이 들어가면서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업무 이야기와 뒷담화로 귀결된다.

돈을 벌기 위해 뭉친 조직에서 업무 이야기를 빼면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불합리한 업무지시, 내일 있을 예정인 중요한 미팅 Agenda, 타 부서 뒷담화 등 영혼 없는 이야기들이 섞여 시궁창이 되어 버린다. 술이 흥건히 취하게 되면 소리 지르고 싶은 영혼들이 앞장서서 노래방을 무의식 중에 찾아 들어간다. 그들의 기분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오늘 회식이 즐거웠노라고 다음날 숙취해소를 위한 해장국을 먹을 때 회자될 수 있도록 썩소를 지으며 잘 보이지도 않는 노래방 책자 번호를 10분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그렇게 무르익고 난 후 5분을 더 달라고 요청한 후 부르는 마지막곡은 왜 항상 "여행을 떠나요!" 인지 모르겠다.


3차

그렇게 힘겹게 빠져나온 입구 앞에서는 3차를 모집하고 있다.

그 무리 중 나오자마자 팔짱을 끼고 강제로 가야만 한다고 당위성을 주장하는 주정뱅이도 항시 대기하고 있다.

마다하지 못해 3차에 참석할 경우 다음날 출근에 대한 기약은 없어진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과 알코올 공해로 아침 공기를 흐리는 말술(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한마디 한다.


어제 왜 혼자 일찍 도망갔어?


어제 집까지 데려다주면서 집 앞에서 구토 한 사실을 모르는 것을 보니 필름이 끊긴(Black-Out)것 같다.


회식의 추억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회식으로 인해 자의든 타의든 기억이 끊길 정도로 술에 취해본 적은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한번 정도는 해볼 만한 경험이지만 두 번 떠올리기는 거부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는가 보다는 의미 있는 대화가 오고 갔는지 일 것이다.

술자리에서 나눈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휘발성이 강해 다음날 기억을 못하거나 그 순간만큼은 피를 토하며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발행하지도 못한 삼류소설로 치부되어 버린다.

회식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회사생활로 지친 영혼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방금 오늘 회식이 잡혔다.
살아남을 수 있을 까?


https://brunch.co.kr/@thym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