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덫
Are You Ready?
깔끔하고 지적인 향기가 풍기는 잘 다려진 하얀색 Y셔츠.
유난히 반짝거리는 잘 빠진 검은색 정장구두.
봄이라는 계절에 딱 어울리는 산뜻한 연초록 넥타이.
면도 후 짜릿함을 가미해주는 스킨로션.
간지 나는 브라운 계통의 서류가방.
잘 정돈된 머리 스타일을 하루 종일 유지시킬 수 있는 초 강력 스프레이.
스위스 전통 손목시계와 나만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의미 있는 반지.
정갈하게 정돈된 검은색 계통의 양복.
마지막으로 나 자신의 향기를 강화시킬 수 있는 불가리 향수를 손목과 귓불에 터치하고 향의 지속력을 위해 하체에 분사한다.
지켜야만 하는 규칙
당당한 걸음걸이 남 다른 포즈를 연습하고 출근길 지하철 출입구 Door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의 매무새를 재 확인하고 점검한다.
나는 남이 지시한 업무와 마감시한을 반드시 지켜야만 하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점심을 먹어야만 하고 집으로 귀가할 때에도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다 큰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처럼 규정화된 시스템 속에서 길들여져만 간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없다.
나는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없고 통제받는다.
나는 내 소중한 시간을 팔아서 수입을 창출한다.
팔려나간 시간은 한 달 정도 연명할 수 있을 정도의 돈과 맞바꾼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팔아서 남을 위해 남의 성공을 위해 집중하고 헌신한다.
나에게 굳이 성공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자면 시간 팔아 번 돈 내에서 저금하고 아껴 쓰며 자녀 교육비 정도 준비하고 1년에 한번 휴가 때 지친 영혼을 달래 줄 정도라 할 것이다.
나는 시간을 파는 "Time Seller"이자 곧 나의 꿈도 멀어져만 가고 잊혀만 가는 "기억상실 증후군(amnestic syndrome)"에 걸려있다.
나를 칭하는 드러나지 않고 숨겨진 이름은 노예지만 나는 나름 맡은 직무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전문 직장인이다.
점심시간이면 노예를 상징하는 노예징표를 목에 걸고 자랑스레 활보한다.
우리는 어찌 보면 자유를 갈구하지만
자유를 위해 구속당하는 애초부터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덫(Human Trap)"에 걸려든지도 모른다.
마치 먹이를 위해 생명과 맞바꾸는 동물이라는 가면을 쓴 채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직장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