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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belbyme Oct 30. 2023

메로나는 멜론색

슬픈 짐승: 모니카 마론

주인공은 약 100살 여자. 100살인지, 90인지 정확하지 않다. 누군가를 진짜 사했다는 것 이외는 확실한 것이 별로 없다. 심지어 딸이 살아 있는지 살아 있으면 어디에 사는지 명확하지 않다. 사랑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이 기억을 만든다. 어느 날 동독 출신인 그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병원에 실려간다. 그 후 인생에서 유일하게 가치가 있는 것은 사랑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커다란 공룡을 아름답다고 한 남자 프린츠를 사랑하는 내용이다.


사랑 이야기라고 하지만 집착의 스토리이다. 그녀의 집착은 유부남인 프린츠가 그의 부인과 여행을 가면서 분출하기 시작한다. 이 여행에 커다란 질투와 분노를 느낀 주인공은 공항까지 쫓아가서 처음으로 프린츠의 부인을 본다. 공항에서 부부는 영국으로 떠나고 주인공은 공항을 빠져나온 후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프린츠가 소유한 같은 종류와 색상을 가진 차를 가진 차주는 프린츠와 비슷한 사람일 것이라고 믿어버리고, 정말 같은 종류와 색상을 가진 차를 추격한다. 프린츠가 아내와 섹스하는 것을 상상한다. 그 상상에 질투가 나서, 프린츠와 비슷한 남자와 섹스를 한다. 결국 질투와 집착을 참지 못하고, 프린츠 집에 가서 프린츠 부인을 만난다. 연인이 중요하시하는 관계에 대한 고려는 없다. 오직 그녀의 사랑과 사랑의 대상에 대한 욕망만 있다.


그녀는 사랑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녀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상태에 있다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라면 프린츠이던 다른 누구이던 상관없다. 어쩌면 순수한 사랑은 상대가 필요 없다. 이 책에서도 미친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과는 싸우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을 미친 사람과 동급으로 취급한다. 순수하게 미친 사람은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에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자신이 만든 가상의 대상과 대화한다. 사랑은 메로나 아이스크림 같다. 메로나 아이스크림은 이미 멜론맛이 나서 멜론색일 필요 없다. 하지만 메로나니까 멜론색이 나야 하는 것처럼 사랑에는 대상이 필요하니까 사랑의 상대를 찾는다. 멜론이 안들어간 메로나를 먹으면서 멜론맛을 느끼는 것처럼 상대가 없어도 사랑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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