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메이커스 Jul 28. 2020

오늘, 유난히 힘들었나요?

‘뒤셴 미소(Duchenne smile)’라는 말 아세요? 볼과 눈 주위 근육이 수축하며 만들어지는 미소를 말합니다. 인위적으로 지을 수 없는, ‘진짜 미소’를 뜻하죠. 사람들의 표정에 관심이 많던 1800년대 프랑스의 의사이자 신경병학자인 뒤셴 드불로뉴가 정의했습니다. 그럼 이 ‘뒤셴 미소’는 어떨 때 나타날까요?


우리가 몰랐던 꽃의 기능


인간은 5000년 넘는 세월 동안 꽃을 주고받았습니다. 2005년, 미국 럿거스 대학의 해빌랜드-존스 교수팀은 이 같은 인간의 습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연구를 진행하죠. 150여 명의 실험 대상을 3개의 그룹으로 나눠 꽃다발과 과일 바구니, 양초 바구니 중 한 가지를 선물했습니다.


그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꽃다발을 받은 집단은 한 명도 빠짐없이 ‘뒤셴 미소’를 지었죠. 반면 과일을 받은 사람은 90%, 양초를 받은 사람은 77%가 ‘뒤셴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선물을 받은 뒤 놓아둔 장소도 달랐습니다. 꽃다발은 사람들의 눈에 띄는 장소에 뒀죠. 그러나 과일이나 양초는 구석에 두었습니다.


연구팀은 노인을 대상으로도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노인 113명에게 선물을 주고 우울증 개선 비율을 관찰했죠. 그 결과 꽃다발을 두 번 받은 노인의 81%가 우울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번 받은 사람은 64%, 꽃을 받지 않은 사람은 57%에 그쳤습니다.



삶의 막다른 길에서 만난 8cm의 위로


‘날마다 그림’이라는 예명으로 매일 ‘일 탄생화’를 올리며 이름을 알린 김민선 작가.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를 설명할 때도 ‘꽃’이 등장합니다. 꽃으로부터 큰 위로와 위안을 얻었기 때문이죠.


김 작가는 서른아홉이 되던 해인 2007년,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이라는 희귀 질환을 진단받습니다. 이 증후군은 피부와 점막을 동시에 침범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입니다. 피부 관련 질환 중 유일하게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약물 치료 부작용으로 체중이 급격히 불어나고 시력을 잃을 고비도 넘겼습니다. 점점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을 때 아버지의 췌장암 진단 소식까지 듣게 된 김 작가. 자신의 투병에 아버지의 병간호까지. 버티는 삶을 살던 중 가족과의 말다툼에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어두운 생각에 빠진 김 작가는 발길을 산으로 이끕니다. 땅만 보고 산을 오르던 그는 사람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숲 귀퉁이에서 작은 보라색 꽃 한 송이와 마주합니다. 당시엔 이름도 잘 몰랐던 8cm의 작은 꽃. ‘나를 생각해 주오’, ‘순진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제비꽃이었습니다.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인적 드문 길. 김 작가는 온 힘을 다해 피어나고 있던 작은 제비꽃 한 송이에 묵직한 위로와 감동을 받습니다. 그리곤 병마에 지쳐, 고된 일상에 지쳐 5년간 놓고 살았던 그림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꽃 그리기에 착수합니다. 아름다운 꽃 그림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1년 중 하루도 생일이 아닌 날은 없기에, 모두가 소중한 나만의 꽃 한 송이를 갖고 있다는 뜻을 담은 ‘366일 탄생화’의 시작입니다.


오래 함께하는 나의 꽃


카카오메이커스는 ‘366일 일탄생화’의 취지에 공감, 지난 1월부터 김 작가와 손잡고 ‘월간 꽃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제품화해 그 가치를 알리는 것. 이를 통해 일상에 예술이 스밀 수 있도록 하는 아티스트 지원 활동의 일환입니다.


매일 누군가의 생일을 상징하는 꽃. 탄생화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꽃을 사용해 생일을 축하하던 로마인들로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로마인은 계절마다 피는 꽃을 장식이나 선물로 사용했습니다. 또 아기가 태어나면 꽃을 선물하며 축하했죠.


김 작가가 그린 탄생화는 총 366개. 1년 반에 걸쳐서 완성했습니다. 2월이 29일까지 있는 해까지 고려해 365개가 아닌 366개가 됐죠. 김 작가의 그림들은 현재 카카오메이커스의 P.O.D(Print on Demand)파트에서 다양하게 제품화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제품은 머그잔입니다. 테이블에 늘 함께 하는 머그잔에 꽃을 담으면, 가장 많이 눈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까닭에서 기획됐습니다. 또 나만의 특별한 의미가 담긴 머그잔이 있다면 더 애착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종이컵 사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죠.


첫 주문부터 성공적이었습니다. 처음 준비했던 200개의 머그잔이 대부분 소진됐죠. 7월까지 매달 그 달의 일 탄생화 머그를 주문받은 결과, 한 달 만에 3500개의 주문을 성사시키는 등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머그잔으로 고객들의 수요를 확인한 뒤엔 ‘탄생화 패브릭 포스터’, ‘공기정화 탄생화 에어월’, ‘탄생화 에코백’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모두 김 작가의 정성이 담긴 탄생화 그림과 날짜가 새겨져 있습니다.


요즘 유독 힘들어 보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친한 친구나 가족의 생일이 가까워졌다면, 예쁜 탄생화가 새겨진 컵으로 마음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평생 시들지 않고 옆을 지키며 ‘뒤셴 미소’를 선물해 줄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를 위한 '각방 쓰기' 프로젝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