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knownothing Aug 24. 2020

사랑에 대한 짧은 대화

나는 오늘 그에게 있어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가 요즘 읽는 책에서는 사랑을 죽음과 비교하며, 나의 자아가 삭제될 수 있을만큼 다른 이에게 이입할 수 있을 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는 자신이 사랑이 뭔지 잘 못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랑은 자아를 버리는 것이 아닌 새로운 자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J와 내가 함께 한 8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사랑은 두 종이가 젖어들어 하나가 되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쉽게 젖지 않았던 두 장의 종이가 만나 서서히 젖어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누가 나이고 누가 너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주 교묘하게. 나는 내 자아를 지키고 있다고 거만히 생각하고 있다가, 어느덧 너의 작은 불행에도 웅크리고 누워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처럼.


그리고 오늘 네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던 너의 생각과는 달리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사랑을 잘 실천하는 사람이다. 네가 행복하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아주 조심스럽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