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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nownothing Jul 10. 2021

그리운 것들

기록

최근 일주일 동안 내 자신이 정말 지쳐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동안에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 조차 괴로웠다. 빈 J의 집에 가서 주말 동안 요양하고, 아주 오랜 시간 잠을 잤다.


그리고 지금은 문득 그리운 것들을 생각한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같은 꿈을 반복해서 꿨는데, 평소의 일상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모든 세계가 거꾸로 뒤집히는 꿈이었다. 그 꿈을 꿀 때 마다  속이 불편해지는 특정한 감각이 강하게 느껴졌고 잠에서 깨어났다. 또 악몽을 꿨다고 말하면 어른들은 키가 크는 꿈이라고 말했고, 이상하게 정말 키가 계속 컸다.


그리고 빨리 생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빌던 어느 날 극심한 생리통과 함께 이른 생리를 시작했고, 꿈은 사라졌다. 이상하게 이 꿈이 가끔 왜 그리울까. 그 당시엔 그렇게 공포스러웠는데도.


초등학교때부터 질투하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얼굴이 예쁘거나 인기가 많아서가 아니라 글, 그림 모두 나보다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는 동네학원을 다녔는데 그 아이가 쓴 독후감을 읽으면 언제나 자괴감에 빠졌다. 내 글은 형편없게 느껴졌고 내가 아닌 다른 것들로 꾸며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J는 미술실력도 뛰어났는데, 스승의 날 책읽는 학원 선생님께 점토로 만든 문걸이를 선물로 드렸고 그 선물은 어린 아이가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선생님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기억난다.


스무살이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친구였고 갑작스럽게 함께 유럽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겨울의 동유럽을 함께했고, 어느날 바다 앞 부둣가에 함께 앉아 있었는데 나에게 번갈아가며 노래를 부르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며 J의 노래소리를 들었다. 정확한 노래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없이 깊었던 그 아이의 노래소리가 기억난다.


고등학생이 되며 나는 부쩍 조용해졌고 어릴적 친구들과는 대부분 멀어졌지만 O는 꾸준히 내게 안부를 물었다. O는 멋진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었고 수험생활에 지겨워질때 함께 한강을 갔다. 어느 날 교통체증이 심했고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야 했는데, 사람들이 교복을 입고 헬멧을 쓴 나와 O의 모습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이 재밌게 느껴졌다.


그 날의 한강은 눈부셨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시원한 바람과 반짝거리는 물결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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