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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 Jan 14. 2024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독후감임. 어쨌든 독후감임. 

큰일이다. 벌써 10시 반이 넘었는데 이제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년 2월부터 벌금형 글쓰기 모임에 들어갔다. 매주 일요일 자정 글을 마감하지 않으면 벌금이 한 사람마다 5만 원이다. 지금은 나 빼고 5명이 있으니 총액이 무려 25만 원이다. 하지만 자칭 타칭 기강맨답게 주로 평일이나 늦어도 토요일에는 꼬박꼬박 글을 올리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 이유는 일요일에 글을 쓰면 늘 쓰기가 싫어지기 때문에 미리 써 올린다. 일요일은 뭐랄까 다음날을 위한 일종의 의식이 필요하다. 일요일은 다가올 한 주를 위해 오롯이 써야 한다. 보통의 나는 약속을 잡아도 토요일에 약속을 잡고, 일요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금요일 밤에 쓸고 닦은 - 이것 또한 다른 의식에 따르는 것이다 - 집을 또다시 쓸고 닦는다. 그 후 샤워를 한 후 새 잠옷으로 정갈하게 갈아입은 후 가벼운 밥을 먹고 밀린 책과 영화를 보며 차분하고 고요하게 한 주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러하여 일요일에 내가 약속을 잡고 나간다는 것은 당신을 매우 사랑한다는 뜻이다. 


문제가 될 때는 이번 주말처럼 주말 통째로 여행을 가거나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다. 이번주는 브라이덜 샤워를 끔찍하게 여기는 나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친구들이 내가 없어도 나의 브라이덜 샤워를 열 기세라, 참석하기 위해 대구로 향한 주말이었다. 그리곤 연말에 함께 보내지 못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도 향해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다. 보통 이러한 주말엔 평일에 미리 글을 써 올리지만 이번주는 다수의 미팅과 일정으로 바빠 그러지 못했다. 


다시 일요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읽은 친구에게 빌린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계속해서 읽느라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말았다. 마감 날인 일요일에 주로 글을 쓰지 않으니 일요일이 마감 날이라는 감각이 몸에 없다. 뒤늦게 습관처럼 브런치를 켰다 이 사실을 깨닫고 노트북을 부랴부랴 켜는데, <작별하지 않는다>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잔상에 남아 도저히 내 문장을 마무리할 자신이 없다. 


글감이 잔뜩 쌓인 메모장을 켤 때마다 나는 참 할 말이 많은 사람이라 느끼지만, 왠지 오늘은 그 할 말을 외치고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문장이 너무 아름다웠던 탓이다.. 어떻게 이런 문장과 단어들을 쓸까. 내 문장과 어휘 선택이 너무 하찮게 느껴져 오늘은 약간의 꼼수를 부려 아무 말로 글을 채워 본다. 어딘가에서 책상 앞에 앉아 골똘히 글감을 고민하고 어렵게 손가락을 자판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일 동료들에게 미안하지만, 오늘 글은 그렇게 됐습니다. 이 모든 게 한강 작가 때문입니다. 


(조금 성의 없는 독후감이 되었지만 책이 정말로 좋습니다. 꼭 읽어 보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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