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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 Jun 03. 2024

Live my Pace

요즘 가능한 매일 달리기를 하려 한다. 꾸준한 요가로 근력도 꽤 붙고 있지만 체지방율을 낮추기 위해 더 이상 유산소를 미룰 수 없다. 무엇보다 체력을 위해 유산소는 필수니까!


대망의 첫날, 여전히 왕초보긴 하지만 그래도 런데이 왕초보 한 달 코스 완성자가 아닌가^^ 5km는 그래도 이 악물면 뛸 수 있지 않을까 하였으나 4.5km 정도에 고지를 앞두고 gg를 선언했다. 1년 만에 달리기를 해 까먹었다. 진짜 달리기는 너 무 힘 들 다.


다음날, 목표를 3km로 낮췄다. 그래, 욕심부리지 말고 쪼금만 이 악물어도 되는 수준을 목표치로 설정하자. 지속가능한 운동을 해야 하니까, 가늘고 길게 해 보자. 그랬더니 좀 뛸 만했다. 페이스는 주로 6 중반 대였다.


그러던 어제, 달리기 메이트가 오늘은 LSD를 해보잔다. Long Slow Distance로 장거리를 느린 속도로 뛰는 훈련법이다. 달리기 초보들에게 부족한 심폐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좋은 훈련법이란다. 일견 그럴듯하다. 나는 지금 페이스를 올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좀 더 오래 뛰는 능력이 필요하니까.


워치에서 목표치를 5km로 설정하고 아예 느리게 뛰기 시작했다. 어차피 5km 못 뛰겠지만 그래도 목표는 원대하게. 페이스가 한 8 정도 나오려나 할 정도로 느리게 뛰었다. 확실히 덜 힘들다. 평소엔 매 순간이 포기하고 싶었는데 어째 뛸 만하다. 호흡도 편하고 풍경도 눈에 넣을 여유도 있고 머리도 조금씩 비워진다.


그렇게 43분을 쉬지 않고 내리뛰었다. 내 달리기 역사상 신기록이다. 6km가 넘는 거리를 내달렸다. 무엇보다 평균 페이스를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무려 6.56이다. 그제야 달리기가 너무 힘들다는 내 말에 조금 천천히 뛰어보라던 달리기 고수인 회사 동료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부터 내 체력에 6 초반이라는 오버 페이스로 뛰니 호흡은 달리고 자꾸만 의욕은 떨어지고 구간 페이스도 점점 크게 떨어져 결국 저 평균 페이스가 나오고, 거기다 오래 뛰지도 못하게 돼 고작 3km를 뛰고 만 것.


그런데 어제는 처음엔 느린 - 그러나 내겐 잘 맞는 - 페이스로 달리다 보니 평소보다 훨씬 더 오래 뛸 수 있게 됐고 호흡 조절이 잘 되면서 뒤쪽 구간들에서 오히려 페이스가 올라가며 (내 기준) 저런 미친 결괏값을 얻은 것이다. 평소보다 고작 시속 500m 정도 더 느리게 뛰었을 뿐인데.




지난주 동료가 쓴 인터뷰 아티클에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하나 발견했다. 아이가 생기고부터 삶의 속도보다 ‘삶의 질’을 더 생각하게 됐다고.


최근의 나는 어딘가에 몰입하며 속도를 내고 싶지만 뭐랄까 방향성을 잃어버려 우울해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런 전형적인 서사를 읊게 될 줄이야 몰랐다만, 빠르고 몰입하던 20대를 떠올리며 지금의 내가 뒤처지고 있는 것만 같아 조급했다. 문제는 방향성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빠르게 속도를 낼 텐데, 방향을 모르겠으니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말이다.


그러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고 만다. 속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방향마저 잃어버리고 있는 게 아닐까. 삶에서 속도만이 중요한 가치가 아니란 걸 진즉에 깨달았으면서 또 어리석게 느끼지 않아도 될 조급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 속도란 허상에 불과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데. 어제의 달리기처럼 나의 페이스가 필요한 건데. 내 입버릇인,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사실을 정작 내가 잊고 있었다. 실제로 마라톤을 안 해 봐서 그런 듯. 충격적인 어제의 달리기에서 얻은 큰 교훈으로 시작해, 앞으로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걸 몸에 각인시켜 보겠다. 더 오래, 더 잘 뛰기 위해. Live my Pace를 위해. 오늘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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