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일하던 때를 돌아봤다

짧고 굵었던 CGV 미소지기의 추억

by 김이박최

지금은 영화관을 잘 안 가는 추세가 되었지만 팬데믹이 돌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관은 잠깐의 휴식처이자 많은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었다. 나는 그 속에서 밝게 빛나는 팝콘 기계, 쉴 새 없이 분주한 티켓 발권기, 거대한 극장까지 CGV 미소지기를 하던 그 시절에는 그 특별한 세계의 구석구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실 CGV는 정말로 용모 단정한 사람들을 위주로 뽑는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라기보다 겉보기에 깔끔한 사람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더러웠다기보다는 좀 꾀죄죄하다고 해야 할까. 멋이 안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운 좋게 어찌어찌 들어가게 되었고 그만큼 좀 더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영화관이라는 곳은 그저 영화만 보는 공간인 줄 알았다. 하지만 티켓 한 장, 팝콘 한 통이 관객의 손에 닿기까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과 분주함이 있다는 것을 나는 곧 깨달았다. 매표소 앞에서 긴장하며 영화를 고르던 사람들, 어떤 음식을 고를지 모르기에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야 했던 매점의 분주함, 영화가 끝난 뒤 여운에 잠겨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까지도 나는 모두 지켜보았다.


일을 하면서 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작은 순간들을 마주했다.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며 수줍게 손을 잡던 커플, 혼자 극장을 찾아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가족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쌓는 이들까지.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극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펼쳐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 상영 전 청소를 하며 바라본 텅 빈 극장의 모습이었다. 수백 개의 좌석이 나란히 정렬된 공간은 마치 숨을 고르고 있는 듯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나는 그 고요한 순간에 기대감을 품으며 이 자리를 찾게 될 사람들을 상상하곤 했다. 영화관 안의 공기는 마치 다음 관객을 위한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모든 날이 밝고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다. 끝없이 쏟아지는 관객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힘든 날도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매점에서는 팝콘 냄새와 뜨거운 기름의 열기 때문에 때로는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가끔은 고객의 불만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바닥에 쏟아진 팝콘을 치우면서 한숨을 내쉬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농담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며 힘든 날들을 견뎌낼 수 있었다. 힘든 순간에도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은 큰 위로가 되었다.




쉬는 시간이면 잠깐이나마 극장 뒤편의 직원 휴게실에서 숨을 돌리곤 했다. 휴게실은 마치 작은 세상처럼 모든 것이 모여 있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꿈을 가진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가끔은 함께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개봉할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설렘을 공유하기도 했다.


CGV에서의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보면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이 아니었다. 내성적인 내가 새로운 성격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단지 영화를 보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요즘은 가끔씩 관객으로서 극장을 찾는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여전히 분주한 스태프들을 보며 슬쩍 미소 짓는다. 그곳에서 나는 영화가 아닌 삶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목격했던 것이다. 극장의 어둠 속에서 내가 보았던 모든 이야기들이 여전히 나에게 따뜻한 위로와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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