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막」
칼이 있다
적당함이 없어 매번 살점을 베는
다소 가엾은 금속
꿈속에서는 누군가의 선망
베이지 않기 위해
이따금씩 뭔가를 베었으므로
잘 보이는 곳에 감춰둔다
「제2막」
그 이마에 꽂힌 칼은
얼핏 보면 내 것 같아서
알고 싶어
얼마나 차가워질 수 있는지
정강이에 꽂힌 내 것이
새삼 기특하고
그것 역시
영혼이 줄곧 타원을 그리게 했는지
칼은 밤중에 일어나 내 자리를 들춰보곤 했다
「제3막」
각자의 자리
맨 끝
끝과 끝이 연결되어
모난 등을 맞댄 채
너의 등은 둥글고
둥근 것은 끔찍하게 사랑스럽다던
그로테스크한 교신
은 혼잣말이었다
용서받기 위하여
개어둔 철 지난 옷에 끼워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