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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황 May 15. 2018

칵타락시아 탄생기.

강원도 최초의 주류 탐방 동아리

대학교를 입학하고 학과 친구들과 특별한 교류 없이 지냈다. 두번째 새내기 생활이었으니 새벽까지 진행되는 술자리는 이제 지겨웠다. 덕분에 늦은 새벽 차 한 잔 하며 책을 읽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모두들 믿지 않았다. 김중황이 자발적 아웃사이더라고? 하면서. 그렇게 조용히 장학금이나 받고 아싸로 지내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고 했던가. 난 주위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혼자 쭉 지낼 수는 없는 성격이었던 거다. 과 활동을 안 해도 누군가는 어? 그 중황 씨 아닙니까? 하며 날 알아보더라.


그렇게 한두달 정도 혼자 살다 보니 혼자가 싫었다.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었다. 금주하던 술 또한 마시고 싶었다. 다만 개총이나 MT 때 강요받는, 마음에 안 맞는 사람들끼리 마시는 술은 싫었다. 술을 마시기 위해 모이는 것이 아닌,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 가기 위한 도구로 보고 싶었다. 더 나아가 건전한 술 문화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필요 이상으로 마시는 술,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술 버릇을 보여주는 대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잘 만든 칵테일은 예쁜데다 맛도 좋다. :)


그 순간 칵테일이 떠올랐다. 평소 주량은 약하지만 다양한 술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칵테일부터 전통주까지 두루 구매하고 시음하기를 좋아했다. 이를 인연으로 다른 대학교 칵테일 동아리가 돌아가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날 칵테일 계에 입문시켜 준 서울대학교 칵테일 동아리 '휴림' 의 전 회장 고재호 형에게 감사 이야기를 전한다. 그렇게 얻어진 유명 바&주류 사장님들과의 친분을 통해 칵테일에 대해 조금씩 배우고, 편집장을 맡고 있는 The Life Inside 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강남의 한 단골 바에서 할 수 있었다.


The Life Inside 크리스마스 파티.


내 이러한 경험들을 잘 이용하면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 없으면 말짱 도로묵인 것. 춘천이라는 지역은 살면서 세 번 정도 와 본 전혀 연고가 없는 곳이었던지라 홍보를 할 방법도 많이 없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학교 커뮤니티에 모집 글을 올렸다.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뜨거웠다. 수십명이 연락이 왔다. 심지어는 도 내 다른 도시에서까지 연락이 왔으니 파급력은 꽤 컸다고 볼 수 있겠다.


왜 이렇게 반응이 뜨거웠던 걸까. 예상보다 뜨거웠던 반응의 이유를 난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알 수 있었다. 가입 신청을 받으며 들은 답은 단순했다. 강원도의 칵테일 문화는 거의 없다시피 했거든. 춘천 같은 대도시의 몇 곳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바가 몇 없었다. 그나마 서울의 바와 견줄 수 있는 바는 도 전체에 단 하나뿐이었다. 올림픽을 열 정도의 문화적 행사를 치룬 도였지만 아직 문화적으로 소외된 부분이 많았던 거다. 뽑은 회원들 리스트에서 알 수 있었다. 도 내 학생이 비교적 적은 학교에 비해 가입을 한 회원 대부분이 강원도 거주자라는 것에서. 이는 얼마나 도 내 학생들이 칵테일을 비롯한 문화적인 측면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 싶다.


신주쿠 프린스 호텔 바에서.


바로 그래서 학교 안 커뮤니티에 공고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타대 학생들까지 연락이 왔던 거다. 이걸 받아야 하는 걸까. 하고 잠시 고민하다 도 안에 있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어차피 이러려고 만든 동아리였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이 문화를 향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덕분이었다. 이렇게 난 강원도 내 최초, 최대, 최고 칵테일 동아리의 초대 회장이 되었다. 시작은 고작 30명이고 참가 학교도 3개 학교지만 나중엔 더 커지겠지.


걱정을 없애 드려요.


말은 칵테일이지만 실은 주류 대다수를 이야기한다. 펍을 다니며 요즘 힙하다는 수제맥주도 마시고 가끔은 와인도 따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재즈바도 가볼 생각이다. 여기서 걱정들을 하셨다. 회비는 얼마나 되느냐는 것. 동아리 가입을 막는 요소 중 하나는 회비 아닌가 싶다. 가기는 싫은데 회비를 냈으니 가야 하니. 그래서 호비를 없앴다. 불참자에게 전혀 불이익 없고 술자리에서 2차, 3차도 없다. 마시는 술 잔도 제한을 두고 민폐짓은 바로 퇴출인 동아리다. 여기 동아리의 다섯 가지 규정이 있다. 다섯 가지 규정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365 베버리지 라운지의 김경술 대장님과 서울대학교 주류 동아리 '휴림' 에게 감사 말씀 드려요.


1. 술 강요 없음 (논알콜 칵테일 가능)

2. 술을 더 마시고 싶어도 딱 3잔만

3. 회비 없음. 먹은 만큼만 내면 됨. 필참 행사 없음

4. 2차, 3차는 각자. 강요 없음.

5. 술 주정, 듣기 불편한 언행 등 민폐가 될 행동 금지, 2회 이상 시 퇴출


하튼 회장을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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