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황 May 15. 2018

여행사 (?)를 차리다.

김중황 투어 IN 도쿄.

모두들 어릴 적 꿈 하나씩은 있다. 난 우주비행사가 될 거야. 난 대통령이 될 거야. 와 같은. 내 꿈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바로 여행 가이드였다. 원체 책을 좋아하고 어디 다니기를 좋아했던 터라,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미리 다녀온 갔다 온 장소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으면 어떨까. 누군가 내 덕에 그곳을 보다 쉽게 가고 그곳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지 않을까. 그런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신기한 성격인 덕에 오랫동안 내 꿈은 여행 가이드였다. 그리고 스물한 살의 김중황은 드디어 그 꿈을 이룰 기회를 얻었다. 이 글은 그 세부적인 내용과 앞으로의 더 나은 프로그램을 위한 기록이다.


왜 도쿄야?

내가 지금까지 네 번 방문한 도시인 도쿄는 내가 뉴욕 다음으로 가장 잘 아는 도시이다. 비행시간이 길지 않지만 서울과는 많이 다른 매력을 뽐내는 도시이다. 영하의 기온을 자랑하는 서울과 달리 따뜻한 해안성 기후를 가졌다는 건 플러스 요소이고. 꽤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였던 만큼 기획 단계까지 합치면 거의 반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할애된 프로젝트였다. 겨울 여행의 성수기는 12월~2월이다. 우리가 출발하게 될 일정은 내 입시가 모두 끝난 1월 중순 정도고. 항공권은 빨리 예매하는 편이 좋았기에 프로그램 신청이 풀리면 바로 입금 가능하게 열심히 홍보했다. 여기서도 고려할 사항들이 있었다.

도쿄 아사쿠사에서.

도쿄를 준비하다 (수능 전)


1. 몇 명이나 데리고 가는가?

인터파크에서 개인이 예약 가능한 항공권 장 수는 9장이었다. 그 이상이면 단체 항공권 예약을 해야 해 여러 모로 불편했다. 게다가 참가자 수가 두 자리가 넘어가면 인원 인솔하는 것도 버겁기 시작한다. 그룹으로 인원을 나누면 되겠지만 그러면 가이드를 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또한 인원 관리 측면/ 소규모 식당 탐방에도 애로사항이 있기에 가이드를 포함한 9명의 인원만을 받기로 결정했다.


2. 어떤 사람을 데려가는가?

홍보 자체는 충분히 여행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SNS 독자 분들과 지인들을 통해 진행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고민해야 할 문제였다. 조건은 하나였다. 검증된 사람. 지인이 좋게 평가하는 지인이거나, 여행 중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주사가 심한 사람 같이 문제점이 있는 사람들은 보 단계에서부터 걸렀다. 트러블메이커는 사절이다. 최종적으로 20살부터 23살의 남녀가 함께하는 여행이 되었다.


7월의 어느 날, 24시간 동안 진행된 신청&입금 기간 동안 8분의 고객님이 각각 29만 9000원을 입금해 주셨다. 그 날 받은 여권 정보로 항공권을 예약했고 미처 여권을 발급받지 못한 분들에겐 여권 발권을 독촉 (?) 했다. 그리고 난 다시 수능 공부를 했다.


숙소 근처 이자카야에서 맥주를 쨘.


도쿄를 준비하다 (수능 후)

입시가 끝났다. 이제 보다 세부적인 계획을 짜는 데 들어갔다.


1. 숙소는 어디로 정할 것인가?

숙소를 정하는 기준은 두 가지였다. 중심지와 얼마 가까운가. 와 어떤 시설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안타깝게도 4박 5일의 일정 모두를 한 숙소에서 묵을 수 없었다. 불가피하게 한 번은 모든 짐을 들고 숙소를 옮겨야 했다. 그렇기에 두 숙소 간 거리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숙소는 두 곳. 그랜드 센츄리온 아카사카와 신주쿠 프린스 호텔이었다. 그랜드 센츄리온 호텔은 작은 규모였지만 캐리어를 들고 가도 3분 남짓만 걸어도 바로 역이었고 관공서가 주로 있는 고급스러운 아카사카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호텔 바깥에 투숙객을 위한 온천이 있어 여행의 여독을 풀 수 있었다. 신주쿠 프린스 호텔은 수백 개의 객실 수를 자랑하는 고급 호텔이다. 신주쿠 중심가에 위치해 있는 만큼 돈키호테를 비롯한 여행자들을 위한 각종 쇼핑센터와도 가깝고 신주쿠의 화려한 야경을 창문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었다. 잠들지 않는 신주쿠의 특성상 새벽까지 밖에서 노는 고객님들도 계셨으니 유흥 면에서는 충분했다. 사실 첫 번째 숙소가 작고 아담한 규모라 걱정했는데  오히려 객실 자체의 매력은 첫 번째 숙소에서 더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한 층에 숙소가 수십 개가 있는 신주쿠에 비해 아카사카 쪽이 더 심적으로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었다고 했다. KFC와 친구 아빠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예로 들면 딱 좋겠다 싶었다. 다행히 두 숙소 모두 깔끔한 청소와 함께 친절한 서비스를 보여 주어 만족스러운 평을 받았다.


2. 공항까지 어떻게 가는가?

8시 비행기였으니 적어도 6시에는 도착해야 했다. 그렇지만 버스/지하철으로 모두가 그 시간까지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기는 어려웠다. 차를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개인 리무진 서비스가 있었다.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했다. 공항 리무진 버스와 비슷한 인당 만 오천 원 정도의 가격에 리무진 벤을 빌렸다.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픽업 해주시니 여러 명이 한번에 움직이면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 코스는 반포 -> 당산 -> 인천 코스로 중간에 당산을 경유해 픽업을 한번 더 한 후 인천 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3. 돈은 얼마나 챙겨 가는가?

다들 고민했을 문제지만, 난 그 고민이 더 심했다. 총 예산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예비비를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정도를 가져가야 현지에서 생길 여러 문제에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총 순 이익이었던 4만 엔 남짓한 돈을 모두 엔화로 바꾸어 가져가기로 했다. 이는 후에 일어나는 각종 분실 사고를 비롯한 사건의 수습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게 없었으면 공항까지 가지도 못했다 (!)  


4. 무엇을 먹는가?


먹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살인적인 일정을 짜놓았기에 더더욱. 사실 도쿄 맛집은 꽤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식당 섭외가 꽤나 힘들었다. 혼자 다닐 때는 혼자만 들어갈 수 있으면 땡큐였지만 이젠 모두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있는 식당을 짜야 했다. 모두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골라야 했음은 물론 가격도 합리적으로 맞추어야 했다. 오마카세 스시보다는 저렴하지만 가성비 좋은 스시 집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또 있었다. 새로운 음식을 통해 새로운 경험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 개인 화로에 구워 먹는 야키니쿠보다는 독특한 우설 구이를 추천하고 백 년 넘은 소바 식당으로 안내했다. 일정에 참가한 모두는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다양한 배경이 있는 식당에서 음미했다. 이런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음식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숙소 근처에 있던 라멘집. 김중황  맛집 스카우터에 걸린  현지인들의 맛집이었다.
일본의 김밥천국, 마츠야. 언제 와도 가성비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130년의 전통을 가진 칸다의 소바집. 원래 있던 목조 건물이 불이 나 새로운 건물로 옮겼다. 하지만 고소한 소바 맛은 그대로!
한국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오직 현지인들만 줄을 서서 먹는 돈까스 맛집. 여긴 최고다. 정말 최고다.
일본 맛집 평가 사이트인 타베로그에서 1위를 한 마루카 우동. 여기서는 소고기 듬뿍 들어간 니꾸  우동이 최고다.
친구가 인생 츠케멘이라고 불렀던 츠케멘 집. 백종원 씨도 여기 단골이다.
다들 줄 서 있길래 사먹어 본 애플 파이. 달달하니 맛있더라.
간단하게 술안주로 하려 했더니 양이 많았다. 와, 그래도 참 맛있었어.
스시는 행복이지요. :) 가성비 괜찮았던 스시 집에서.
소 혀 (우설) 구이이다. 알려주면 안 먹을 것 같아서 먹였더니 맛있다고 하네. 그리고 소 혀라고 하니 기겁.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야!
자유시간에 만난 친구랑. 친구 언니 분이 맛집 가면 사준다고 하셔서 얻어먹었다. 여기 유명해요.
규동은 어떻게 찍어도 참 예쁜 것 같아. 같은 마츠야 가게입니다. :)
120년 전통을 자랑하는 텐동 가게. 주믄 즉시 튀겨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특제 소스는 또 어떻고.. 사장님이랑 사진 찍음. 핳.


아사쿠사에서 바라본 스카이 트리



첫째 날


신주쿠 - 아카사카 - 긴자 - 도쿄 도청 - 롯폰기 힐즈 미술관 & 전망대 - 아카사카


롯폰기 힐스에서 바라본 도쿄 타워는 여전히 빛났다.


둘째 날  


아카사카 - 아사쿠사 - 센쇼지 - 우에노 - 칸다 - 진초보 - 시부야 (자유 시간)


당신의 운세는 어떠한가요? 이것도 세번짼데 나름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항상 긴장된다.
김중황 셀카 시즌. 오른쪽 왼쪽 사진이 귀엽다. (아무말)
신사에서 뽑은 점궤. 너의 삶은 고생길의 시작이라는 뜻이 나왔다. 하지만 버티라고 했다. 언젠가 볕 들 날 온다고. :)
아사쿠사 관광 안내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센쇼지
우에노의 육교에서.
칸다에서 진초보로 가는 길. 노을이 진다.
우에노 시내에서



셋째 날 아카사카 숙소 - 신주쿠 숙소 - 키치죠치 - 에도 도쿄 건축 박물관 - 신주쿠



흔한 숙소 밖 풍경.
에도 건축 박물관. 모두 실제로 도쿄에 있었던 집이다.
도쿄에도 전차가 다녔다. 이 열차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바로 그 열차의 모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있던 지브리 스튜디오는 박물관과 가깝다. 그래서 감독은 자주 이곳을 왔다고 한다. 그렇게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된 욕탕에서 한 장.


일본은 거리조차도 아름답다.


넷째 날 (두 팀으로 코스를 나눔. 한 팀은 디즈니랜드를 감.)


신주쿠 - 메이지 신궁 - 신주쿠 교엔 - 아키하바바라 - 신주쿠

신사의 입구를 뜻하는 도리이. 메이지 신궁의 도리이는 일본에서 가장 큰 도리이다. 대만 원시림의 나무를 사용했다.
신주쿠 교엔에서 바라본 NTT 도모코 타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 의 주된 촬영지인 신주쿠 교엔.  영화의 배경이었던 비 내리는 날 와서 더 반가웠다.
비 내리는 아키하바라. 그래도 밝은 전광판들이 여기가 아키하바라에요. 하는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 날 신주쿠 숙소 - 지유가오카 - 신주쿠 - 나리타 국제공항


세번째 방문하는 지유가오카. 참 오래 걷고 싶은 길들 천지인 것 같아. :)



자유 시간에 만난 일본 친구들이랑.


마주한 문제점과 앞으로의 여행은?

모두에게 앞으로도 더 멋진 경험을 주려면? 간단하다. 신중하게 생각해보자.

당연하지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였기에 문제점이 없을 수는 없는 여행이었다. 비행기 연착, 분실 사고 등 이런저런 문제가 참 많았다. 매 순간이 새로운 계획의 연속이었다. 외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내 과도한 욕심이 부른 문제도 있었고. 이번 기회에 문제점을 천천히 짚어 보고 왜 이런 문제가 생겼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 방안을 찾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날 밤에 찍힌 사진. 30시간 동안 단 10분도 자지 못했다.


1. 과도한 여행 코스 설정.

이는 첫날 일정에서 유난히 두드러졌다. 제주항공 비행기의 2~3시간에 달하는 연착으로 인해 도쿄 시내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늦은 오후인 5시쯤이었다. 첫날 동선을 짰던 난 여유 없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원래 짜 놓았던 일정대로 강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는 크나큰 실수였다.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새벽 4시에 반포에서 출발한 우리였다. 나를 포함한 몇몇 분들은 퇴근 하자마자 바로 왔고. 게다가 연착까지 겹쳐 가뜩이나 피곤하고 정신없었던 상황이었다. 몇몇은 롯폰기 이동 전부터 피로감을 토로했지만 난 일정을 강행해 롯폰기로 가 전망대에 올라갔다. 전망대의 야경은 아름다웠고 전시도 좋았지만 다들 힘들어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일부는 먼저 전시장을 나와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그때 정신이 들었다. 나 하나의 만족을 위해 일정을 짠 것이 아니었나. 하고 정작 만족해야 할 사람들은 힘들어하고 있는데. 당시 분위기 또한 그리 좋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너무 힘들고 일정이 빡빡하다고 토로할 정도로. 내 실책이었고 자책감을 포함한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 잠을 계속 설치다 메모지를 뜯어 각 방에 한 장씩 사과 편지를 썼다. 차마 직접 말할 수 없었다. 무척이나 부끄럽다.


그 후에는? : 기획을 함께 짰다. 물론 완벽하지 않았다. 기치죠치를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를 위해 일부러 기치죠치 일정을 넣어 준 분들도 계시니. 하지만 그 날 이후로 달라진 것은 분명 있다. 기획한 동선을 완주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모두의 의견을 반영해 코스를 짰다. 9시 이전에는 무조건 숙소로 들어왔고, 출발 시간을 충분한 여유를 가진 후인 10시 이후로 잡았다. 오래 걷는 코스를 지양했고. 시간마다 일행들의 체력 상태를 체크했다. 일정을 진행하다 힘들면 바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한 명이라도 힘들다는 의견을 피력하면 전면적인 일정 수정에 들어갔다. 그런 방식으로 마지막날까지 진행되었다. 공항 가는 길에. 솔직한 답변을 하는 분에게 후기를 물어봤다. 첫 날은 무척 힘들었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좋았다고 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 비교적 적었던 자유 시간.

도쿄는 4박 5일간 둘러보기 벅찬 도시이다. 그렇기에 자유시간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자유시간을 하려면 그만큼 내가 기획한 코스를 둘러보지 못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 무리하게 돌면 모두 힘들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정해진 코스를 훑어보면서 동시에 개인별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현명한 시간 사용이 필요했다.


그 후에는? :  전체적으로 볼 거리가 많은 곳들 위주로만 다녔다. 이틀차 되던 날 쇼핑의 성지 시부야에서 4시간 정도의 자유 시간을 가졌다. 너무 많이 줬나 걱정했지만 더 시간을 달라는 몹시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 그 외에도 매일 9시~10시쯤 숙소에 도착한 후에는 자유시간을 가지고 편의점 음식을 털었다. 귀국 전날 밤에는 하루 종일 자유시간을 가졌다. 디즈니랜드 팀과 김중황 팀으로 나누어 디즈니랜드 팀은 디즈니랜드로. 김중황 팀은 미처 가보지 못했던 도쿄의 핫 스팟들을 탐방했다. 몇몇은 이때 가본 코스가 도쿄에서 제일 좋았다고 하니. 다행인 일이다.


3. 서로의 니즈 충돌.

처음부터 예견되었던 문제였다. 9명이 가는 여행은 9개의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의 목적은 상이하게 달랐고 관심도도 달랐다. 이는 여행지에서 개인이 한 관광지에서 할애하는 시간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성별부터 나이까지. 좋아하는 취미에서 식습관까지 판이하게 다른 개개인의 니즈를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맞추어야 했다.


그 후에는? : 에비스에 위치한 맥주 박물관처럼 코스에 들어가 있었지만 너무나 마니악하게 생각되었던 곳들은 과감히 제외했다. 쇼핑 센터 같은 곳에서는 팀으로 나누어 자유 시간을 가졌다.


4. 각종 사건 사고.



그 후에는? : 예비비를 넉넉하게 책정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예비비는 많을수록 좋다.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일들로 여행 내내 하루에 4~5시간밖에 자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잘 마치고 집에 와 한번도 잠을 설치지 않고 유난히 푹 잤던 것 같다. 날 믿고 따라와 준 모든 분들께. 해람 형, 지슬 누나, 소현이, 예지, 수연이, 주찬이, 그리고 광민 동생까지.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이 없었으면 시도조차 못해봤을 도전이었으니까. 덕분에 모두들 잊지 못할 기억 하나를 만들었네.

첫날 저녁 찍은 사진, 만 하루를 꼬박 새운 우리지만 잘 웃는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그만큼 그 대상이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에 그런 것 같다. 사실 자존감도 바닥이었고 많이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런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주위 사람들이 내게 보낸 끊임없는 믿음과 신뢰가 아니었던가 싶다. 4~5시간밖에 못 자 피곤함에 혓바늘이 났던 그 순간마저도. 그 순간을 지금 생각하면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정말 행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도 행복했다. 누군가 날 믿고 여기까지 와 주었다는 것이, 그리고 힘든데도 꾹 꾹 참고 있다는 것이 눈물날 정도로 고마워서, 그리고 무척이나 미안해서. 그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 지겹지만 또 하려 한다. 다들 수고 정말 많았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남대문 시장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