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쿄 레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황 Sep 03. 2024

커피의 고정관념을 깨다.

호리구치 커피의 혁신

전 무라카미 하루키 미술관 내부에 있는 카페 <오렌지 캣>의 세심함과 꼼꼼함에 감탄했습니다. 전 문득 <오렌지 캣>에 원두를 공급하는 곳이 궁금해졌습니다. 이런 디테일함은 원두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이는 원두 공급처와의 긴밀한 소통이 없으면 놓치기 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두 공급처를 물었습니다. 오렌지 캣 카페에 원두를 공급하는 곳은 바로 호리구치 커피입니다. 호리구치 커피는 호리구치 토히시데씨가 1990년 도쿄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커피 브랜드입니다. 호리구치 씨는 이미 여러 권의 커피 관련 책을 쓴 일본을 대표하는 커피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대형화에 성공한 일본 스페셜티 프랜차이즈 중 하나이죠. 현재 요코하마에 커피를 가공하는 공장이 있고, 도쿄뿐만 아니라 상하이 등 전 세계에서 직영 매장을 운영하며 커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호리구치 커피가 가진 독특한 특징은, 카페를 대상으로 블렌디드 원두를 맞춤 제작한다는 데 있습니다. 먼저 싱글 오리진 원두와 블렌디드 원두의 차이에 대해 짚고 가보겠습니다. 싱글 오리진 커피는 생산지가 하나인 커피를 말합니다. 생산지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커피이죠. 블렌디드 원두는 여러 생산지의 커피를 섞습니다. 각 커피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이 한데 합쳐져 새로운 맛을 내죠. 커피 시장에서 원두의 생산지와 특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페셜티 커피가 하나의 문화가 된 이후, 여러 원두가 섞인 블렌디드보다는 싱글 오리진 커피가 더 고급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호리구치 커피의 오너인 호리구치 토히시데는 말합니다. 


호리구치 커피의 9가지의 블렌디드 원두 중 하나를 들고 있는 호리구치 토히시데 대표. 그가 직접 블렌딩을 했다.


원두를 단순히 볶기만 하면 되는 커피를 판다면, 내 이름을 걸 이유가 없다

싱글 오리진 커피를 전 세계에서 자기만 갖고 있다면 경쟁력이 생기겠지만, 아쉽게도 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생두를 대량으로 공급받은 업체는 여러 회사에 판매를 하게 됩니다. 커피를 볶는 로스팅 정도에 따라 차별화가 있을 수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죠. 일본만이 아닙니다. 한국의 유명 로스터리 카페 또한 시기마다 비슷한 원두를 쓰고 있습니다. 싱글 오리진 커피로는 차별화를 갖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호리구치 커피는 말합니다. 차별화의 답은 블렌디드 커피에 있다고 말이죠. 한 가게의 특성을 보여주는 데에 블렌디드 커피만큼 좋은 게 있냐는 말입니다. 블렌디드 커피의 조합은 무궁무진합니다. 중후한 디자인을 가진 카페라면 묵직하고 초콜릿 향이 나는 원두가 낫고, 산뜻한 디자인의 카페라면 꽃 향이 나는 커피가 비교적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물론 시기마다 다르게 들어오는 원두를 사용해 균일한 맛이 나게 만들긴 어렵습니다.


가게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진다면 정말 쉽지 않겠죠.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커피 로스팅과 판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인 호리구치 커피 팀과 함께라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지요. 호리구치 커피는 자신의 매장을 위해 경쟁력 있는 블렌디드 커피를 만듭니다. 더 나아가 독특함을 갖추려는 업장을 위해 커피를 맞춤 제작하죠. 이것이 호리구치 커피가 경쟁력을 가진 비결입니다.



호리구치 커피는 <오렌지 캣>의 원두를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우선 호리구치 커피의 블렌디드 커피 팀은 건물을 방문해 구마 겐고의 디자인과 건축 의도를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블렌딩 원두의 이름은 <Resonance>. 공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공진이라는 뜻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도서관엔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음악, 책, 대화. 수많은 요소가 공진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 속 마음을 나누는 모든 이를 위해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독서를 할 때, 음악을 들을 때, 친구와 이야기할 때, 이 커피가 긍정적인 화음이 될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설명처럼,  <Resonance> 블랜드는 달콤한 맛과 화려한 맛을 동시에 냅니다. 도서관에 들어왔을 때 우리가 느낄 놀라움과, 좋은 대화를 들었을 때의 편안함이 커피 한 잔에 담겨 있습니다. 


호리구치 커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후, <오렌지 캣>에서 커피를 결제하려는데, 카페 직원이 제 휴대폰 뒤에 있는 스티커를 보고 반갑게 말했습니다. "저기, 이 공간을 가보신 건가요? 저도 참 좋아하는데!"


(다음 글에 계속)


여러분 안녕하세요. 글은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전 현재 무료 뉴스 레터 서비스인 <도쿄 레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뉴스레터의 일부를 옮겨 브런치에 함께 연재하려 합니다. 도쿄에서 보고 겪은 것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해 전달합니다.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 뉴스레터의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함께 했으면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