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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뜰밖 Oct 28. 2021

시간을 할당하는 삶

공원에서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

외로워도 자유로웠던, 나 혼자 살며, 혼자 글을 쓸 수 있었던...


내 시간을 타인을 위해 할당하지 않아도 되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결혼 후, 웨딩드레스를 입고 아이를 세상에 둘을 내보내고 나서, 내 삶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내 좁디좁은 마음의 방에 나는 세를 주었다. 전세금도 주지 않으면서, 하숙인가 자취인가. 이런저런 웃긴 생각을 한다.


거리를 거닐며, 공원에서 서점에서, 지성이와 서진이만 한 몸체에 귀여운 손가락과 발가락을 가진 아이들이 보인다. 내게 보이지 않았던 삶이었지.


이 세상에는 작은 아이들이 살고 있다는 걸, 지성이와 서진이를 통해 알았다. 낮게 보는 법을 가르쳐줬다. 세상에는 내가 몸을 낮추어 바라봐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깊은 밤, 이불을 내차고 대자로 뻗어 자는 서진이의 통통한 엉덩이가 사랑스럽다. 해가 뜨면 내가 다가와 안며 말한다. "엄마, 좋아!"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몰랐을 삶의 진실들 앞에서 -라고 쓰고 라면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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