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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덕X최덕 Dec 12. 2019

<초콜릿> 1-4화 리뷰

사실은 50부작이 아니었을까 (스포주의)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 <착한 남자>로 히트를 쳤던 이경희 작가가 JTBC <초콜릿>으로 돌아왔다. 이경희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최덕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치정멜로, 막장, ‘미친 관계성’을 사랑하는 최덕은 이경희 작가님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를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 그 겨울은 정말 잊을 수 없다.


 드덕에게 계절과 연도는 드라마의 이름으로 기억된다고 했던가. 그 겨울, 나는 여자주인공의 오빠가 남자주인공의 펜던트를 주우려다 죽고(....), 남자주인공의 엄마와 여자주인공의 아빠가 불륜을 저지르며 그 결과 여자주인공의 엄마가 미쳐버린(척을 하지만 사실 미치진 않았다)다는 엄청난 스토리에 빠져서 이경희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위의 스토리를 보면 다들 알겠지만 내가 빠져 있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이경희 작가님의 주특기인 막장 드라마였다. 우연이나 극단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치닫는 감정선을 이경희 작가님은 꾸준히 써오셨고 나는 그런 드라마의 팬이었다.


 그러나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인생이든 드라마든 줄거리만 써놓으면 전부 막장이다.


 그러니 결국 중요한 건 그 막장의 상황이 주는 충격이 아니라, 그 막장을 둘러싼 감정선 자체가 얼마나 탄탄한가이다. <고맙습니다>에서 공효진의 딸이 장혁의 여자친구 때문에 에이즈에 걸리게 된다는 극단적인 우연은 막장의 상황일 수 있지만, <고맙습니다>가 공전의 히트를 칠 수 있었던 것은 그 상황 속에서 행동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제 4화까지 방영된 <초콜릿> 역시 줄거리가 막장 중의 막장이다. 윤계상이 죽은 줄 알고 윤계상의 친구와 사귀게 되는 하지원의 서사, 그러나 그 친구가 죽고 윤계상과 함께 낚시터에서 나오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는 우연, 그 사고 이후 뇌에 문제가 생기는 윤계상의 서사. 겨우 1-4화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엔 복잡다난하고 정신 없는 전개가 이어진다.

출처) JTBC <초콜릿> 공식 홈페이지


 어떤 이들은 하지원의 서사, 우연적인 사건들, 윤계상의 서사, 그 자체가 문제라고 얘기하지만 최덕은 그 서사들 자체는 나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애인의 친구를 사랑한다는 화소는 전형적이지만 오랫동안 팔려온 스테디셀러이다. 그리고 교통사고? 충분히 극적인 장치로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 모든 상황들이 그 앞 뒤에 인물들의 감정선으로 탄탄하게 빌드업 될 시간을 주지 않고 펼쳐진다는 것이다. 초콜릿 1-4화는 마치 16부작 드라마의 요약본, 내지는 티저를 틀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드라마에서 상황이 중요하다, 전개의 강렬함이 중요하다, 라는 얘기를 많이 하긴 하지만 결국 모든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것은 인물이다. <동백꽃 필 무렵>은 지지부진한 신파를 이어가긴 했어도 늘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을 통해 원래는 이랬던 인물이 이런 식으로 변화한다거나, 이런 인물의 감정선을 이렇게 변화시켰다던가, 인물이 무언가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는 식으로 앞 뒤에 인물의 감정선 빌드업을 탄탄하게 해주었다. 인물만 받쳐준다면 그 어떤 막장도 막장이 아니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초콜릿은 인물이 끼어들 새가 없이 사건이 펼쳐지고 또 그 사건이 인물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우리가 감지할 새를 주지 않고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진다.


출처) JTBC <초콜릿> 공식 홈페이지


 이를 테면 하지원의 전남친이 죽는다는 커다란 사건이 일어난 후, 윤계상과 하지원은 그 어떤 변화도 겪지 않고, 그저 빗 속에서 슬퍼하다가 교통사고라는 엄청난 사건을 겪는다. 하지원은 전남친이 죽고 나서 한국에서의 삶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켰고 윤계상과의 관계에 정확히 어떤 결심을 했는지에 대한 할애는 전혀 없고 그저 슬픔으로 뭉뚱그려진 감정만이 계속 전달되다 윤계상에 대한 마음이 폭발하며(왜?) 교통사고 씬으로 이어진다.


 <초콜릿>의 막장, ‘미친 관계성’, 치정멜로는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요소들이다. 그래서인지 4화 내내 계속 아, 뭔가 4화까지의 급격한 전개를 위해 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급박함 때문에 계속 뭔가를 빼먹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4화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일 수도 있고, 그 본격적인 시작을 위해 아껴두고 있는 총알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5화를 볼 뿐이지만 이미 내 머릿속엔 이런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사실은 <참 좋은 시절>처럼 50부작을 쓰려고 하셨던 게 아닙니까, 작가님!


2019년 12월 10일

by 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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