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목욕탕을 가다

by Silvermouse

미국에 살면서도 이젠 웬만한 한국 음식이나 물건들은 다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하나 아쉬운 점은 목욕탕이에요. 한국에 있을 때 가끔 집 앞에 있는 사우나에 가서 혼자 시간 보내고 놀다 오는 게 나름의 휴식이었거든요.


부다페스트 연말 여행을 가기로 하고 가장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건 바로 이 목욕탕이었어요. 예전 로마시대부터 내려온 목욕 문화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이어져오고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건지 궁금했거든요. 추운 겨울이 있는 동유럽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뜨끈뜨끈 욕탕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떠나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졌죠.

부다페스트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천이 5개 정도 있어요. 그중에 제일 유명한 곳은 야외 노천탕이 있는 세치니 온천인데, 아쉽게도 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는 너무 연말이라 그런지 실내 목욕탕만 문을 연 상태였죠. 그래서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아이를 데리고 멀리 가는 건 무리겠다 싶어 도심 안에 있는 겔레르트 온천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겔레르트 온천은 겔레르트 호텔 안에 있는데 이 곳은 전차들이 많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부다페스트 어디에서든 어렵지 않게 올 수 있어요.


한 해의 마지막 날 간 목욕탕, 마치 우리나라 새해 첫 날 아침처럼 사람이 많았다.





겔레르트 온천은 1918년도에 겔레르트 언덕 근처에 문을 열었어요. 미네랄이 풍부한 이 곳의 온천물은 12세기부터 병사들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겔레르트 온천이 더 유명해진 건, 이 곳의 '갤러리 스파' 덕분인데요, 화려한 아르누보 형식의 건물과 타일 장식은 마치 오래된 박물관 안에서 목욕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요. 예전에 인기 있었던 만화 '목욕의 신'에 왠지 나올법한 장면이었어요.


화려한 아르누보 스타일 장식의 아주 오래된 목욕탕




우리가 간 날은 12월 31일 마지막 날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한겨울인데도 목욕하러, 정확히 말하면 목욕탕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규모가 워낙 커서 아이를 데리고 다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장 핵심인 갤러리 스파의 따뜻한 물속에서 아이는 수영장에 온 듯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이 곳은 워낙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대중탕이고, 또 가격도 서유럽 국가들의 스파에 비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아주 큰 기대를 하고 가면 조금 실망하고 올지도 몰라요. 시설도 조금 낡은 편이고, 친절한 스파 서비스를 기대하고 가서는 안 되는 곳이죠. 그래도 한국의 오래된 정감 가는 동네 목욕탕처럼요, 좀 손때는 묻었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느낌이 물씬 드는 그런 공간이지요. 언제 다시 이 곳을 갈 수 있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뜨끈뜨끈한 온천물을 내어줄 것 같아요.






게레르트 온천 -

아이와 함께 간다면 추천하고 싶은 목욕탕입니다. 일단 시내 안에 있어서 교통이 편리하고, 실내 수영장처럼 아이들이 따뜻한 물에서 편하게 놀 수 있거든요. 수영복을 입고 여러 개 테마의 목욕탕을 다닐 수 있고 겨울이라 가보진 못했지만 야외 테라스에 나가면 다뉴브 강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http://gellerts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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