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의 뉴욕 카페 호텔에서

부다페스트 뉴욕 팔래스 호텔

by Silvermouse

우리 가족에게 12월 연말은 좀 특별합니다. 일 년 중 유일하게 식구들이 오붓하게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때이기 때문이죠. 일 년 내내 출장을 다녀야 되는 남편의 직업 특성상, 아이와 저는 항상 외롭게 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미국 생활을 해나가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크리스마스 전 주부터 시작되는 연말 휴가 기간 동안 우리 가족은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는 오랫동안 목말라있던 아빠와의 시간도 함께 보내고, 저도 잠깐 동안 주 양육자로서의 묵직한 책임감을 남편과 나누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함께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건 우리 가족의 전통이 되었지요.


사실 엄마로서 어린아이와 떠나는 여행은 쉽게 내키지는 않아요. 특히나 그게 한겨울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아이를 데리고 이 추운 날씨에 가서 볼 것도 별로 없고 고생만 하다 오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에 발길이 잘 안 떨어져요. 평소에 여행이라면 아무 준비 없이 여권과 지갑만 들고 나 혼자 바로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저도 한 겨울에 아이와의 여행은 난이도 최상입니다. 그래서 보통 연말 가족 여행 장소에 대한 고민은 남편 몫입니다. 제 머릿속에 딱히 떠오르는 곳은 없거든요.


한겨울에 부다페스트를 도대체 왜?


어느 날 남편이 겨울 가족 여행으로 동유럽을 가자고 했을 때 역시나 전 한숨이 먼저 나왔습니다. '이 한겨울에, 서유럽도 아니고 동유럽을? 가서 무슨 고생을 하려고 굳이 왜?' 동유럽 특유의 어둡고 딱딱한 분위기도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거기에 추운 한겨울 날씨까지 더해지면... 일 년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을 왜 거기에서 보내야 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던 어느 날 남편이 구글에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죠. 바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카페가 있는 부다페스트의 한 호텔 사진 말입니다. "부다페스트에 가서 지낼 호텔 1층에 이런 카페가 있는데 조식 포함이래!" 그 한 마디에 우리 가족의 겨울 휴가는 부다페스트, 좀 더 정확히는 부다페스트의 뉴욕 팔래스 호텔로 정해졌습니다.



회색빛 부다페스트 속 번쩍이는 황금 호텔


뉴욕 팔래스 호텔은 부다페스트의 중심가인 Great Boulevard에 있어요. 서울의 명동 격인 바치 거리(Váci utca)가 걸어서 십 분이 채 안 걸리는 곳에 있죠. 교통 중심지이기도 해서 주변이 좀 씨끌벅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린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할 때는 저희는 너무 한적한 곳보다는 이것저것 쉽게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있고 이동이 쉬운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 동네에 딱 도착을 했을 때 호텔을 찾기는 정말 쉬워요. 마치 혼자서 르네상스 시대의 이태리에서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 하나 있거든요. 거기가 바로 뉴욕 팔래스 호텔입니다. 호텔 1층에 있는 뉴욕 카페, 그러니까 우리 가족을 부다페스트로 이끈 이 멋진 카페에 들어가기 위해서 낮에는 밖에 긴 줄이 생기기도 합니다.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디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이 나오는데요, 마치 어디 성에 들어온 것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풍기는 로비입니다. 사실 이런 호텔 분위기는 자칫 잘못하면 천박하거나 조악해지기 십상인데, 이 곳은 하나하나 소재도, 관리도, 그리고 일하는 직원들도 이 곳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보였습니다. 1층에는 코트야드가 있는 로비가 있고 4층으로 이뤄진 건물은 어디에서나 이 코트야드를 내려다볼 수 있게 지어졌습니다. 1층의 체크인 카운터 맞은편에는 그 유명한 뉴욕 카페가 있습니다. 뉴욕 카페는 제가 살면서 가본 카페 중에 가장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데, 왜 하필 모던의 대명사인 '뉴욕'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그보다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페'란 이름이 훨씬 더 잘 어울렸을 거란 생각을 했죠. (나중에 찾아보니 이 건물이 애초에 '뉴욕 생명 보험사'에서 만든 곳이라 이런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호텔방들은 가운데 중정을 빙 두르고 복도식으로 되어있는데, 마치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아이들 방이 이런 식으로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중정 한가운데서 아빠가 호루라기를 불면 그 소리에 후다닥 각자 방에서 튀어나와서 한 줄로 대열을 맞추던 7명의 아이들 모습을 떠올리며 말이죠. 방들은 아마도 여러 번 레노베이션을 해서 그런지 호텔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풍기는 르네상스 느낌 보단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었어요. 다른 유럽 호텔들에 비해 방이 크고 천고가 높아서 아이와 함께 지내기에 편안하고 좋았어요. 만약 방까지 화려한 장식품이 가득했다면 아마도 호기심 가득한 아이에게 계속 ‘안돼! 안돼’ 소리만 지르다 하루가 다 갔겠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침 식당


이 호텔에 묵으면 좋은 점이 바로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뉴욕 카페에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들어가 아침을 즐길 수 있다는 것. 호텔 투숙객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어서 아침이면 노트북을 가지고 내려가 여유롭게 글도 쓰고 하루 일정도 정할 수 있었어요. 아침 식사는 한쪽 편에 간단한 빵, 주스, 과일 등이 뷔페로 차려져있기도 하고 또 직원들이 새롭게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디시들을 실은 카트를 가지고 아침 메뉴를 권하기도 합니다. 원하는 메뉴는 따로 주문할 수도 있고요. 어떤 메뉴를 주문하든 정성껏 그릇에 담고 꽃이나 잎으로 장식을 해서 내어주니 아침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아이도 신이 났죠.



목욕 전문가들이 만든 호텔 동굴 스파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호텔 수영장.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큰 현대식 수영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곳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동굴 수영장이 있어요. 물론 진짜 동굴은 아니지만, 정말 그런 느낌이 나게 만들었죠. 수영장과 사우나가 함께 있는 지하층으로 내려가면 구불구불 동굴처럼 만들어진 공간이 나와요. 어떤 방은 편안하게 누워서 빛과 향기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스파도 있고, 어떤 곳은 조용하게 습식 사우나를 할 수도 있죠. 오래 전 과거부터 목욕 문화가 발달되어있는 헝가리의 현재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아마도 동유럽을 날씨가 좋은 봄이나 여름, 가을에 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아이와 함께 가기엔 어쩌면 관광객이 거의 없는 겨울에 한적하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쩌면 이 번쩍번쩍 빛나던 부다페스트의 황금 같던 뉴욕 팔래스 호텔이 가장 빛나는 계절은 우리가 갔었던 그 한겨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다페스트 뉴욕 팰리스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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