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향 가득한 두브로브니크 식탁

크로아티아에서 우리가 찾은 맛

by Silvermouse

아침에 올라간 두브로브니크 성벽에서 내려오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다. 마음이 조금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 뜻은 곧 있으면 아이의 낮잠 시간이 다가온 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니까. 오늘 같은 날은 유모차도 없으니 아이를 재우기 위해선 얼른 호텔로 들어가거나, 몇 시간 아이가 편안하게 누워있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된다. 아니면 조금 무리해서 아이가 낮잠을 자려하는 타이밍의 짜증을 조금 받아주다가 자연스럽게 때를 놓쳐 다시 오후의 생기를 스스로 찾기를 바라야 한다. 우린, 용기 있게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두브로브니크의 12월은 해가 무척 빨리 지니까. 우린 이 도시에서의 마지막 날을 좀 더 즐겨보기로 했다.


성벽 투어가 끝나는 곳에서 마을 주민들과 같이 버스를 기다렸다. 미리 어디 갈지 알아보지 않고 떠난 여행이라 정보는 없었지만 왠지 이 중세 마을을 벗어나 북쪽 해안가인 Babin Kuk 쪽으로 가면 뭔가 멋진 것이 있을 것 같았다. 마침 구글맵을 찾아보니 어제 와인 가게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추천해준 레스토랑인 Pantarul도 근처에 있었다. 우린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거의 모든 버스가 다니는 Pile Old City가 우리의 출발 지점. Lapad와 Babin Kuk 방향으로 가보기로 했다.


두브로브니크의 길은 이해하기 아주 쉬웠다. 우리 호텔이 있는 필레 게이트가 마치 우리나라 광화문 같은 역할이라 거의 모든 버스들을 탈 수 있는 정거장이었는데, 이 곳에서 대충 아무 버스나 타면 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북쪽으로 향했다. 길도 거의 2차선으로 쭉 뻗어 있고, 양갈래로 나눠지는 길이라 한들 워낙 작은 도시라 몇 블록만 걸으면 다시 아까 그 길로 이어진다. 그러니 아무런 정보가 없는 초행길에도 별로 겁날 것이 없었다.


우리가 점심을 먹으려 했던 Pantarul은 이미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해진 곳이긴 하지만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한다. 꼭 사전에 예약을 하고 가야 된다고 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이름을 적어 놓고 한 시간 정도 후에 오면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근처에 로컬들이 가는 큰 슈퍼마켓 dm이 있기 때문에 한 시간 즈음은 구경하다 보면 금방 간다)


현지인들도 좋아한다는 식당이다. 와인 가게 아주머니의 추천을 받았다.



깊은 맛의 올리브유를 찍어먹는 식전빵.


Pantarul은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지방 음식을 파는 식당인데, 이 곳 음식은 지중해 근처인 지리적 영향과 주변 국가들의 영향으로 다양한 음식 문화를 갖고 있다. 해산물, 올리브 오일로 만든 음식들, 그리고 스테이크 종류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우린 스테이크, 조개 파스타, 스튜를 시켰다. 이 여행을 떠나기 전, '크로아티아'하면 왠지 EU의 수혜국, 가난하지만 축구는 잘하는 나라, 이런 이미지들이 있어서 음식을 먹는 게 좀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식탁 위에 하나씩 올려지는 음식들을 볼 때마다 그것이 얼마나 무지한 선입견이었는지 금세 깨달았다. 메뉴 당 가격은 2,3만 원 정도 수준이었지만, 재료와 맛은 분명 그 이상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린 다시 식당 밖으로 나왔다. 호텔로 돌아갈까 잠깐 고민을 했지만, 우린 모험을 시작한 이상 좀 더 탐험을 해보기로 했다. 길목 간판에 쓰인 'Sunset Beach'를 가보기로 했다. 뭐가 있을지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왠지 석양이 지기 시작한 이 시간에 이 곳만큼 좋은 곳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노래를 부르면서 10분 정도 언덕을 걸었을까, 다시 아드리안 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트롤리버스가 보여 우린 최선을 다해 달려 그 버스에 탔다. 그건 두브로브니크 시에서 연말에 도시 곳곳에서 진행하는 크리스마스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는데 Sunset beach를 한 바퀴 도는 것이었다. 온 동네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다 나와서 이 버스를 타려고 나와있었다. 이런 행운이! 기대하고 왔으면 별 거 아닌 거였겠지만, 아무 기대 없이 오니 이런 것 마저 행복하게 느껴졌다.


여름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지 상상이 되는 선셋 비치.
선셋 비치 마을을 한 바퀴 도는 크리스마스 트롤리 버스


트롤리버스를 타고 마을 한 바퀴를 돌고 나니 4시 반, 벌써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다. 아까 아이가 버스 위에서 지나가면서 봤던 놀이터에 들러 잠깐 놀다가 서둘러 호텔 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구글맵과 창문을 번갈아 보며 가니 얼마 되지 않아 두브로브니크에서의 깜깜한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호텔 방으로 들어와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휴식을 취하자고 하고 난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곧 양 옆에서 서라운드 시스템으로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낮잠을 자지 못하고 걸어서 피곤했던 아이와, 그 아이를 목마 태워 걷느라 고생한 남편의 정겨운 소리다. 부디 한 밤중에 둘이 깨서 배고프다고 얘기하지 않는, 평온한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조용한 엄마 만의 시간





판타룰 (Pantarul) - 달마티안 지역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http://www.pantarul.com/

올드타운의 유명한 와인 가게 주인아주머니에게 괜찮은 식당 추천을 부탁했더니 제일 먼저 알려주신 곳이 바로 이 판타룰이다. 본인도 가족들과 종종 찾는 곳이라며, 음식 맛도 좋지만 크로아티안 와인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이 지역은 사실 다른 곳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 문화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지중해의 영향으로 각종 해산물 요리, 올리브와 가지, 호박 등을 이용한 요리들이 유명하다. 느낌은 그리스, 이태리 음식과 비슷하다. 달콤한 소스의 스테이크와 함께 곁들여진 가니쉬도 맛있었고, 초리초와 조개가 잘 어우러진 파스타도 기억에 남는다. 올드 타운에서도 버스 타면 멀지 않으니, 관광객들 대상 식당이 아닌 진짜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이 가는 식당을 가보고 싶다면 찾아가 볼 만하다.


와인바 드 비노 (D'Vino) - 크로아티아의 독특한 와인을 마시고 싶다면!

https://www.dvino.net/

두브로브니크에 최초로 생긴 와인바이다. 구시가지의 스트라둔 대로에서 좁은 골목으로 올라가다보면 계단 옆에 숨어 있는 드비노를 찾을 수 있다. 100여 종이 넘는 크로아티아 와인을 구비하고 있는 드비노에서는 동굴 같이 안으로 이어진 라운지에서 간단한 타파스와 함께 와인을 즐길 수도 있고, 스태프의 추천을 받아 독특한 맛과 향의 크로아티아 와인을 한 병 사올 수도 있다. 우리가 갔던 12월 22일은 사실 드비노가 긴 겨울잠을 자는 기간이었는데 마침 크리스마스 파티에 직접 사용할 와인을 몇 병 가지러 나온 주인 아주머니가 특별히 구경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줘서 들어갈 수 있었다. 1월 초까지 문을 닫는다고 하니, 겨울에 이 곳을 방문하게 되면 꼭 오픈 일정을 확인해보는게 좋겠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여행 이야기


1. 가장 마법같은 크리스마스를 찾아서

2. 중세 도시의 크리스마스 속으로

3. 우리는 두브로브니크 스르지산 탐험대

4. '왕좌의 게임' 그 성 안에 사는 사람들

5. 쇼퍼홀릭을 위한 두브로브니크 안내서

6. 올리브향 가득한 두브로브니크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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