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1
자, 우리의 이번 유럽 여행은 시카고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몇 달을 서울에서 보내다가 왜 굳이 시카고까지 와서 출발을 하게 되었느냐. 바로 이 여행을 지난봄에 예약을 해놨기 때문이다. 남편이 아시아로 출장 갈 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런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모험 대신, 요즘 TV에서 내내 광고하는 대한항공 자그레브 직항의 수혜자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우린 이미 환불이 어려운 티켓으로 끊어놨을뿐더러, 이번 여행은 파리나 런던 같은 큰 도시가 아니라 비행기를 적어도 두 번은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곳들이 목적지였기 때문에 우린 조금 바보 같지만 굳이 미국까지 돌아가서 다시 유럽으로 가는 방법을 택했다.
시카고 집에 며칠 먼저 도착한 나와 아이는, 유럽으로 떠나기 전날 밤 출장지였던 홍콩, 베이징, 서울을 거쳐 시카고로 돌아온 남편과 정말 오랜만에 가족 완전체로 만났다. 시차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되는지 몰라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싸가지고 온 짐을 풀 필요도 없이 거의 그대로 출발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그래도 몇 가지 갈아입을 옷을 챙기며 우리는 이번 여행의 프리뷰, '사운드 오브 뮤직'을 배경으로 틀어두었다. 이번 여행의 여정 중에 잘츠부르크에 가서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우편배달부와 사랑에 빠진 첫째 딸이 'Sixteen going on seventeen'을 부르며 춤을 추는 것인데, 아이도 이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내가 짐을 싸고 있는 동안 아빠와 소파 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미리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저기에 가서 아빠랑 춤을 출거라며 말이다. 낭만적인 걸 좋아하는 걸 보니 내 딸이 맞긴 맞나 보다.
예측하지 못한 크리스마스 연말 여행 인파로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아슬아슬하게 탄 비행기를 탔다. '나 홀로 집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집이 바로 시카고 근교 위네카란 곳인데, 왜 그 영화가 이 곳에서 나왔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시카고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다들 어디론가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공항은 북적북적했다. 우린 총 3번의 비행기를 타게 되는데 첫 번째는 시카고에서 암스테르담(8시간 30분), 두 번째는 암스테르담에서 자그레브(1시간 50분), 마지막으로 자그레브에서 두브로브니크(55분)이다. 저녁에 탔던 비행기는 다시 하루가 지나 저녁이 돼갈 즈음 마지막 종착지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했다.
나도 남편도 물론 윤서도 모두 처음 와본, 발음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던 두브로브니크. 이 작은 도시의 공항은 이 도시만큼이나 작고 소박하고 깨끗했다. 이 곳은 유로 대신 '쿠나'란 화폐 단위를 쓰는데 아직 환율 계산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공항에서 100 유로만 바꿔보기로 했다. 그래서 받은 돈은 약 700 쿠나, 그러니까 10쿠나는 한국돈으로 2천 원 정도로 계산되는 것 같다. 사실 이런 화폐가 존재한다는 것도 두브로브니크 공항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우리 모두 여행 전에 세세하게 계획을 짜거나 일정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종종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데, 아무도 스트레스받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이런 수준이니 호텔까지 어떻게 갈지는 아무도 미리 생각하지 않고 왔다. 다행히 우리가 예약한 올드 타운의 힐튼 임패리얼 호텔은 공항에서 버스를 타면 쉽고 편리하고 저렴하게(1인당 40쿠나, 아이는 무료) 갈 수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한 아드리안 해 절벽을 따라 버스가 달려 성벽이 있는 올드타운에 도착하니 이 곳은 유럽의 도시답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버스가 내려준 올드타운의 시작점, 필레문 광장에 내려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앞에 우리의 숙소가 딱 있었다. 아직 이 도시를 여행해보지 않았지만 그 시작이 마음에 들었다. 왠지 한겨울에 아무도 찾지 않는 이 도시로 크리스마스 여행을 온 건 꽤 괜찮은 선택이 되어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