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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ul 19. 2016

아르데코 마이애미

나의 첫 번째 마이애미 여행기

이번 여행은 제 첫 번째 마이애미 여행이었어요. 예전에 비행기를 갈아타러 몇 번 공항만 스쳐 지나간 적은 있었는데 공항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었죠. 공항에서 몇 시간을 보내며 구경했던 이국적인 마이애미 기념품들, 쿠바 스타일 바들, 부자로 은퇴한 사람들을 위한 보통 집 가격에 0 하나는 더 붙어있는 소더비 부동산 매물 광고판들, 알록달록한 팝아티스트 로메로 브리또(Romero Britto)의 그림 등이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이 동네 인상의 전부였죠. 하지만 여기서 며칠 지내본 결과, 생각보다 마이애미에는 생동하고 있는 창의적인 문화가 있었고, 남미 등 주변 국가들과의 끊임없는 대화가 있었고, 이를 통한 사람들의 다양하고 유연한 삶의 태도가 있었어요. 바로 지금 저에게 필요한 그것 말이죠.

알록달록 로메로 브리또. 대형 크루즈 선들의 정착역이기도 한 마이애미 포트 로더데일에는 비교적 여유있는 관광객들을 위한 소품들을 파는 아트 갤러리들이 많아요.


7월 중순의 마이애미 날씨는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더워요. 마치 대형 에어컨 뒤에 서있는 기분이 들죠. 앞 아니고 뒤요. 그 뜨거운 바람이 시끄러운 모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가만히 있어도 푹푹 찌고 습도는 얼마나 높은지, 그래서 이 곳의 성수기를 3월 ~5월 정도라고 해요. 마이애미를 여행하실 분들은 꼭 참고하세요! 만약 저처럼 한여름에 마이애미를 오게 된다면 여행에서 쾌적한 날씨의 역할이 얼마나 큰 지 알게 될 거예요. 하지만, 요즘, 다시 마이애미가 가장 뜨거워지는 계절은 12월, 1월이에요. 바로 그 유명한 아트 바젤 마이애미가 그때 열리기 때문이죠. 올해는 12월 1일부터 4일까지 열린다고 해요. 그때 되면 마이애미의 좋은 호텔들은 성수기 가격으로 훌쩍 뛰죠. 저도 미국에 온 기념으로 스케줄이 괜찮다면 12월에 이 곳에 다시 올 생각이에요. 올해 여기에서 BMW의 19대 아트카 존 발데사리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거든요.


아트 바젤 마이애미: https://www.artbasel.com/miami-beach 


자, 다시 마이애미 시내로 돌아와서 이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얘기해볼까요. 마이애미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노랫말에도 나오는 마이애미 비치이지만, 또 하나, 아르 데코 거리(Art Deco District)예요. 정부에서 이 지역의 건축 양식을 보호하기 위해서 문화재 거리로 지정을 해놓았기 때문에 제 아무리 건물 주인이라도 외관 페인트 색상을 바꾼다거나, 보수를 할 때 정부의 세세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되죠. 그래서 옛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어요. 마치 196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고 있을법한 그 느낌 그대로 동네가 구성되어 있죠.


이 거리에 가면 아르 데코 워킹 투어가 있어요. 투어 가이드와 함께 한 시간 정도 이 동네를 걸으며 유명한 건물들을 둘러보는 것이지요. 플러스로 작은 아르 데코 박물관도 함께 들어갈 수 있는 투어예요.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하지 말까도 잠깐 고민했는데, 또 이때 아니면 언제 구경할까 싶어서 참가했죠. 한여름만 아니라면 꼭 참여해보길 추천해요. 수박 겉핧기로 볼 수 있을 건물들도 하나하나 전문가 설명을 들어가며 역사적 배경을 들을 수 있어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테니까요.



돈 내고 고생해서 배웠으니 한 번 정리 좀 해볼까요? 아르 데코란 1920-30년대에 유행한 장식 미술의 한 양식인데 기하학적인 무늬와 다양한 색채감이 특징이에요. 큐비즘, 모더니즘 등의 영향을 받아서, 그 이전 시대의 아르누보가 좀 더 화려하고 곡선미를 추구했다면, 이건 직선미 등이 좀 더 부각되었죠. 아르 데코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프랑스에서 시작을 했는데, 유럽과 미국의 곳곳에서 그 양식을 찾아볼 수 있어요.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대표적인 아르데코 양식이죠.


아르데코는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모습에서 점점 변화를 해갔다고 해요. 1929년 미국의 경제 대공황 이후,  점점 장식 요소를 간소화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방향으로 건축 양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지요. 마이애미 지역에서 아르 데코 건물이라고 불리기 위해선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이를테면, 코트야드, 평평한 지붕(eaves), 철제 난간, 창문의 장식 프레임, 색상과 디자인의 재미 요소(Fun), 장식이 가미된 벽 같은 거에요. 모든 건물이 다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몇 개 건물을 딱 보면, 아, 이게 아르데코이구나 하는 느낌이 오죠.


건축의 ㄱ자도 모르는 제가 느낀 그대로의 마이애미식 아르데코는... '조악하지만(나쁜 뜻은 아니고요) 뜨거운 바닷가 날씨에 어울리는 장식 스타일'인 것 같아요. 사실 유럽에서 입 딱 벌어지게 세밀하게 구성되어있는 건축 외관 장식들에 비하면 '이거 아르데코라고 이름 붙이기에 너무 대충 만들고, 대충 칠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마이애미에서 볼 수 있는 아르데코는 그런 꼼꼼하고 놀라운 기교보다는 미국의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조화로운 건축 양식인 것 같아요.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이 곳은 그냥 아르데코 문화를 보기 위함보다는, 원래에서 파생되어 지역색을 반영한 아르데코를 감상하기에 적합한 곳이지요. 미국 문화처럼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파란 하늘과 쭉쭉 뻗은 야자수, 파도치는 넓은 바다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건축 양식입니다.



아, 그리고 마이애미에서 놓치지 말아야 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맛있는 쿠바 음식이에요. 지리적으로 마이애미 바로 아래쪽에 쿠바가 있기 때문에 마이애미에는 맛있는 쿠바 음식점이 많아요. 안 그래도 쿠바 샌드위치에 대한 푸드트럭 영화를 보고 온터라 쿠바 음식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소원을 풀 수 있었죠. 더 군다가 바닷가 마을이기 때문에 맛있는 해산물들이 많아요. 전 쿠바 샌드위치와 튜나 타르타르를 시켰는데, 저 싱싱한 참치와 풍성한 식감의 아보카도의 조화는 정말로 최고였어요. 가격도 15불 정도로 무척 저렴했죠. 마이애미에서 꼭 먹어봐야 될 음식이에요.


잊지마세요! 여름에 마이애미 가는 것은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에요. 마이애미의 성수기는 3월부터 5월이라는 사실, 어쩌면 이게 이 글의 핵심일지도 모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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