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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mouse Jul 18. 2016

인턴사원 남편따라 마이애미 체크인

 나의 백수 생활 고군분투 적응기 (1)  

백수가 된 지 이제 일주일,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탓에 우울증에 빠지진 않을까 했었는데, 생각보다 전 이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회사를 그만둔 다음 날 남편이 있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은 덕분에 전 나름대로 바쁘게 할 일이 생겼거든요. 이번에 미국에 온 이유는 물론 9월에 본격적인 (단기) 이민을 앞두고 준비를 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 보다 저를 더 오고 싶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남편이 인턴으로 일하는 회사에서 초청한 마이애미 행사. 더군다나 한국에서 출발해야 되는 저를 배려해서 국제선 비행기표까지 제공을 해준다고 하니 이런 건 더더욱 가야죠!


행사가 열렸던 마이애미 리조트

이번 행사는 맥킨지의 북미 지역(미국, 캐나다, 멕시코 오피스까지)에서 여름 섬머 인턴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과 그들의 가족(Significant Others라고 불리는)을 초대해서 마이애미의 한 리조트에서 여는 행사였죠. 이름하야 North America Summer Conference. 이런 행사를 하는 목적은 섬머 인턴을 하는 학생의 가족들이 함께 회사 행사에 참여해서 이 학생이 졸업을 한 후에 다시 이 회사로 돌아오는 선택을 할 수 있게끔 결정하는 데 있다고 해요. 저도 미국 회사는 다녀봤지만, 진짜 미국에서 회사를 다닌 건 아니라서 그 문화를 잘 이해를 못했었는데, 여기 현지에서 회사들을 보니 가족, Work Life Balance가 자기 삶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5시 이후에 퇴근을 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거나, 주말 근무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 등 말이죠.


주차장을 변신시켜 만든 옥상 행사장
마이애미 석양과 잘 어울려서 멋졌던 진짜 사람의 퍼포먼스



아, 물론 모든 회사가 그게 가능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뉴욕으로 뱅킹 인턴을 하러 간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새벽 2시까지 밥먹듯이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 중 하루는 회사를 나가야 된다고 해요. 대신 그들은 높은 연봉으로 보상을 받게 되는 거죠.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 힘든 생활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뱅킹 경력을 바탕으로 2,3년 내에 사모펀드 등 더 근무 환경이 좋은 회사로 많이들 옮겨 간다고 해요. 뱅킹보다 평균 연봉은 낮은 편이지만 컨설팅의 경우에도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현저하게 낮은 건 분명해요. 왜냐하면 매주 출장을 가거든요. 컨설팅사의 특성상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자기 오피스가 어디에 있든지 그것과는 상관없이 클라이언트 사이트로 가게 되는데, 보통 월요일 새벽에 출발해서 목요일 밤에 도착하죠. 오늘도 남편은 시카고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떠났어요. 대신, 이들이 보장받는 것은 바로 금요일(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고, 회사를 가더라도 5시 정도에 정시 퇴근)부터 일요일까지는 온전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거예요. 만약 부득이하게 다른 도시에서 근무를 하다가 주말에 집에 못 돌아오는 상황이 생기면, 대신 와이프에게 그 도시로 가서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비행기표를 제공해주지요. (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게 꿈과 같은 혜택입니다. 물론 가고 싶은 도시로 갈 때만!)

한 회사에서 30년 청춘을 바친 한 파트너의 이야기. 대단, 그러나 안부럽.


흠, 근데 솔직히 말하면 이번 마이애미 행사를 다녀와서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특히 제 나이 또래의 여자애들이 별로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 말들을 굉장히 자신감 넘치게 말할 때나, 파트너로 온 인턴사원의 여자친구가 알고보니 저보다 열 살은 어린 HBS  학생이거나 할 때 말이죠. 특히 저보고 "그래서 넌 무슨 일을 하니? 시카고에 와서 같은 일을 할 거니?" 따위의 말을 할 때면, 백 번 넘게 연습을 했던 예견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괜히 제 자신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 그런 순간이 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답했죠. "어, 나는 한국에서 자동차 브랜드 PR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야(2017년 4월까지는 법적으로 이 말이 어느 정도 기정사실...)"라고 하지만, 내년 4월 이후에는 뭐라고 답하죠?


아무튼 백수 생활 1주일, 전 재밌게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찌그러지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며(언제나처럼) 말이죠!

흠, 이건 아기가 없을 때 가능한 다른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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