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에 육아만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육아휴직을 시작하면,
일단 아이의 등 하원만을 상상해서는 안된다.
아이가 등원하기 전에 가방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부터,
예전에는 아이 사진을 보기 위한 키즈노트가 아닌 준비물을 확인하기 위해 키즈노트를 열어봐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등원하고 나면,
같은 시간대의 등원시키는 다른 학부모와 원장 선생님과의 스몰토크도 감당해야 한다.
하루 이틀은 멋쩍은 인사로 때우지만... 며칠이 반복되면.
‘이 아빠는 무슨 일을 하는 걸까?’의 시선으로
“자주 오시네요- 시호는 좋겠다 아빠가 자주 오셔서~”
라는 말을 걸어온다.
작은 네트워크도 감당해야 한다.
정신 바싹 차리지 않으면 질문이 멈춰지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누가 시키진 않았지만 설거지와 빨래. 아침 먹고 어지럽혀진 식탁. 수건과 바닥이 지저분해진 화장실.
바닥에 밟히는 수많은 스티커들과 과자 부스러기.
아직 루틴이 생기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어린이집에는 맞벌이가 아니고서는 3시 반에는 하원을 시켜야 한다.
정리하고 점심을 대충 때우면, 어중간한 시간이 되어서 조금 딴짓을 하다가 다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그 시간에 영화는 꿈꾸기가 쉽지 않다.
육아휴직을 가면,
우리가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
멀티를 잘한다고 자부하던 나 조차도 마음이 바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