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이성애자는 궁금했다. <시맨틱 에러>에 왜 사람들은 열광하는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이하는 개인적인 의견일 뿐임. 반박 시 님 말이 맞음.
1. '언니 한 번 <시맨틱 에러> 봐봐요ㅋ'
BL을 파고 있다는 것을 밝힌 지 얼마 안 된 친구로부터의 추천이었다. 왓챠 내 전체 순위 1위를 석권한 화제의 드라마. 카톡 메시지로 친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던 때에 친구의 답장의 텀이 점점 길어지는 것을 보며, '안 되겠다. 이거 보고서 감상평 나누자는 목적으로 메시지를 해야지!' 하고선 아침부터 일어나 부랴부랴 1화부터 정주행 했다.
“○○아. 이거 퀄이 왜 이래?”
친구는 원작은 4년 전에 소설로, 웹툰으로도 봤으나 아직 일본 왓챠에 올라오질 않아 못 본 상태였다고 한다. 다른 친구도 1화부터 진입장벽이 느껴져서 그만뒀다고 했단다. 하지만 난 친구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BL'이란 장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해보고 싶었다. 국내 OTT 서비스 중 화제성을 이렇게 거머쥔 드라마엔 뭔가 있을 터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꾹 참고 봤다.
1화에 거부반응이 일었던 것은 애니메이션 오프닝 이후였다. 내가 장재영이 속한 시각디자인과 출신이었기 때문이었기도 해서였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 많았다. '실기실이 저렇게 좋다고? 이야... ' ’’한국대'라고 표현했지만, 굉장한 명문대겠지? 저런 명문대에선 디자이너가 거의 스타급이구나?' '마음에 들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건 대체 어떤 것일까...' 등등... 동문들이 와서 보는 전시회라니... 화려한 판타지처럼 그려진 대학생활을 보는 데, 내 안에 작은 열등감이 샘솟았다.
이후 대학생활을 해보지 않은 듯한 묘한 연기력, 남사친과 여사친의 두터운 우정을 표현한 설정도 여자의 성 정체성보다는 억지로 보이쉬하게 보이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농담을 나누는 장면마저도 뭔가 작위적이게 느껴졌다. 주인공 둘이서 도망가는 씬은 박카스 CF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치 Yap TV로 버스 안에서 감질맛나게 30초 보여주고 끊어버리는 웹드라마 같았다. 친구는 “'30분'이고 8회차 이니 금방 보겠네!”라고 해서 참고 봤다. 차후에 왓챠의 <시맨틱 에러>는 웹드라마 감성으로 그려진 12세 드라마였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추상우(컴공과)가 앞으로 이어질 장재영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독백 장면에서 꿀벌과 꿀벌 퇴치자로 나오며 게임 같이 그려진 장면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아... 이거 12세였지'
일본에 사는 친구는 올라온 시리즈를 실시간으로 보며 말했다. "이분들 도망 한 번 한 가본 사람들 같아요." 카톡을 읽으며 현실 웃음이 터진 나는 답장했다. "살면서 도망 다닐 일이 흔하진 않지."
2. BL문화에 큰 충격을 받았었던 중학생
"○○아. BL을 보는 이유가 있어?"
사실 나에겐 '알페스' 알러지가 있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커플링을 엮는다거나, 누군가의 손톱이 짧다는 이유 만으로 성 정체성을 정의하고, 의심하고 하는 게 너무 이상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때 놀러 간 코믹월드에서 인터넷에서 만난 언니가 하는 부스에서 본 19금 만화도 한몫을 했다. 당시 코믹월드엔 인기 있는 만화 캐릭터가 가득했다.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동인지'를 파는 사람들, 사기 위해 민증을 준비하고 부스 앞에서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 그때도 호기심이 넘쳤던 나는 언니의 허락을 받아 '19금 동인지'를 펼쳐보고 5초 내로 덮어버렸다. 제목부터 거부감이 있어 보지 않았던 만화였지만, 꿈과 모험을 찾아 헤매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이라고 알고 있었던 만화 속에선 두 남자가 뒤엉키고 있었다.
어느 정도 덕질 짬바가 차오를 때쯤 SNS 상에서 누군가 들을 엮는 모습을 보면 그때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성 정체성을 정의하고, 엮는 게 무슨 재미인가 싶었다. 흥미롭지도 않아 보이는 이 장르는 확실하게 수요층이 확실했고, 먹히는 듯했다.
그런 장르가 국내에서 OTT 화제성 1위를 차지하다니! 뭔가 더 있을게 분명해 보였다. 드라마 정주행을 끝낸 후, 리디북스에서 원작을 사서 읽었다.
작은 글씨로 줄여도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 외전까지 포함해 6권이란 거대한 대하소설 같은 이 장편 소설을 읽어야 한다니…. 누가 시키진 않았지만 호기심 하나로 출발해 '올해의 독서'를 가장하여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건 정말 판타지였다. 1/3은 사랑 묘사, 1/3은 성적 묘사, 1/3은 상황 묘사처럼 느껴졌다.
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친구에게 물었다. BL을 왜 좋아하냐고. 친구는 "아무래도 현실에선 없어서 그렇죠..ㅋ"라고 얘기했다. 친구는 당시를 떠올리며 약간 수치스러웠다고 했다. '왜 좋아하는 게 수치스럽지? 누군가를 해치지 않는데?, 어떤 감수성이 있길래?'
원작에선 드라마에서 생략되거나 바뀐 장면들이 자세히 나열되어 있었으며, 2018년 리디북스 화제성을 씹어먹을 정도로 호, 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충성 팬덤이 있었다. BL소설에 여자 팬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왜? 왜? 어째서?' 질문을 던지며 읽는 중엔, 마치 일일드라마나 평범한 드라마에서 '날고 기는 인싸 능력자 남주'와 '능력은 있지만 소심한 여주'가 엮이는 것 같기도 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시맨틱 에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친구의 추천보다는 실제로 성소수자인 주변인의 인스타 스토리 때문이었다. 'BL은 판타지다. 실제로 성소수자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은 참담하다. 성소수자란 이유만으로 일에서 배제되고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판타지가 흥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사실 내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이렇게 원작까지 사서 본 이유엔 이 스토리가 한 몫했다. BL을 읽는 내내 나는 집에서 편안했으며, 그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 내 사랑은 어땠는지 상상해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실상, BL에선 현실에서 편협된 시각으로 인해 배제되는 성소수자들이 있음을 이야기하진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과연 BL이 성소수자들을 대변할 수 있을까?' 자문해보면, 자답이 알아서 따라왔다. '아니. 그렇지 않다.' 주인공 둘을 '남, 녀'란 오래되고 평범한 가치관에 대입해 보니 답이 쉽게 나왔다. 퀴어 당사자 입장에선 '남성'이란 이유만으로 '도구'로 이용하는 게 상당히 불쾌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BL에선 공(주로 능력자, 끌고 가는 자), 수(당하는 자)가 나뉘는데, 이들의 사랑이 BL(Boy's Love)이란 이름으로 판타지적이게 그려졌을 뿐. 여기에 현실은 '대학생활'이나 '회사생활'이 다였다. 물론 <시맨틱 에러>에선 부모님께 이성에서 동성으로, 사랑하는 대상의 성별이 바뀌었음을 선포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과 마주해야 할 현실들은 잘 담아냈지만, 이는 둘의 감정선을 증폭시키는 일화가 될 뿐이었다. 그런 이야기가 현실에서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지만 BL은 현실이 아닌 판타지며, 여성들이 만들어 내고 여성들이 소비하는 매체에서 떠들어 대는 '여성향 판타지 장르'였다. 여성이 썼다는 점에서 남성이 여성에 관해 야동으로 잘못 배운 스킬이나 버릇들이 보이지 않아서 불편하지도 않았다.
<시맨틱 에러> 속 여성은 좀 더 세심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걱정하는 역할(예, 최유나=최유최)로 등장한다. 이들은 주인공들이 그간 가진 이상향적인 이성애적 관점을 포용하고(류지혜 담당), 주인공들의 갈등과 확신을 이끌어내는 역할로 쓰인다.
다 읽고 보니 이성애 주의자 입장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걷히고, 낯선 장르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세계를 향한 시선이 남았다. 많은 성적 묘사 부분을 걷어내더라도 로맨스 소설로도 손색없단 생각이 들었다. <시맨틱 에러>란 코인을 타고자 하는 마음을 배제해서 봐도, 끝까지 읽고 난 다음엔 '사랑'만 남았다.
'퀴어'의 이야기라기 보단 이성애자에서 '바이'란 자신이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정체성을 의심하고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남자'란 성별 보단 '사람'으로 받아들여졌다. 나 또한 '이성애자'란 개념은 사회적 학습으로 배운 습관에 불과하지 않을까.
글을 읽는 내내 불호 평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추상우는 한국 남자를 빼닮았다'을 문장마다 찾아보려고 했지만, 난 찾을 수 없었다. 난 추상우처럼 사랑을 생각했고, 사랑해왔다. 장재영처럼 팔딱 뛰는 사랑도 해본 적 없고, 이 둘처럼 섬세한 사랑을 이야기 주고받은 적 없었다. 다 읽었을 땐 웨딩피치 짤처럼 '사랑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불쌍한 나'만 있었다.
친구에게 메시지 했다. "나. 소설까지 다 읽었어. 난 추상우 같다." "저도요..."
3. 감상에 빠지긴 아직 이르다.
원작 소설을 읽고 나니, 원작의 흥행이 더 궁금했다. 코어 팬덤이 튼튼한 원작 소설, 등장인물들의 생김새란 개연성,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려는 OTT로서의 첫 시작 등등 사업화하기 수요 요소가 충분해 보였다.
이전에 계속 봤던 힐링 드라마는 국내외 넷플릭스의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만든 <사이코지만 괜찮아>였다. 거대 자본의 투입, 총 16편, 한 편 당 할애된 시간 70-80여 분, 매번 새롭게 그려지는 애니메이션과 연출력, 제작비와 사람들 등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 드라마를 보니 <시맨틱 에러>가 달라 보였다.
상대적으로 적은 국내 자본으로, 전문 드라마 스튜디오가 아닌 데서 끌어내기 어려운 장면들을 정말 공들였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번을 정주행 했다. 비판적이었던 시각에서 제작진의 입장으로, 다시 시청자의 입장으로, 팬의 입장으로…. 여러 번의 시각으로 보다 보니 '30분', 8회 차란 시간 안에서 제작진들이 주인공 둘의 사랑을 담아내기 위해 애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찾아보니 여느 드라마들처럼 회차 순으로 찍는 것이 아닌 마지막 장면을 처음으로 찍고 점차 분량을 늘여나가는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울퉁불퉁해 보였던 연기자들의 감정선도 이해가 됐다. 보이쉬하게 보이려 했던 장재영(박서함 분)의 여사친 최유나(최유최라고 불린, 송지오 분)가 술 취해 쓰려졌을 때, 개똥벌레를 부르며 "하지만 난 여자 친구는 있지!"나 추상우(박재찬 분)가 장재영이 이제껏 만난 여자들의 데이터를 말해달라고 했을 때, 꼬시고 싶었던 언니가 있었다고 말할 때 등등. 주연 조연 가릴 것 없이 모든 배우가 원작 소설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없앴던 설정을 살려내고, 박재찬의 제안으로 추상우가 재영에게 안기며 키스하는 장면 등 없었던 장면을 살려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 주인공의 감정선에 집중하는 4회부터는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다. 가끔 힘들 땐 4회부터 8회까지 정주행 하기도 한다.
+ 가끔 어떤 장면에선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가 많이 생각났는데 오늘 날짜로 감독님이 정말로! 러브레터를 많이 보셨다고 코멘터리 하셔서 깜짝 놀랐다.(22.04.07.THU.)
로맨스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 이게 BL을 사업화하는데 가장 성대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GL 등 성소수자가 많이 등장하는 드라마의 발판을 깔아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전에도 성소수자들의 사랑을 그려낸 영화는 '그나마' 많았지만, '드라마'로서, OTT 시장에 이토록 흥행을 가져온 작품은 드물었다.
하지만 하나 경계해야 할 건 '사람들이 이런 장면을 좋아해!'란 시선으로 BL을 다루진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마치 한 때 해외 드라마에서 '퀴어 성소수자'들은 패션과 남다른 제스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편협한 모습으로 그려진 '갖고 싶은 남사친' 역할로만 그려진 것처럼 그려지진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동양적인 것을 모두 오리엔탈리즘으로 소비하는 것에 아시아인인 당사자인 우리가 거부감이 들듯, 성소수자 모두 우리랑 똑같은 사람으로서 그려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팔리기 위해서 남자끼리의 키스신이나 애정신을 보기 위해서 BL을 그려내지 않았으면 한다.
4. 박서함에게 동백꽃이 피다.
심지어 이 드라마로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는 67.3만이란 숫자의 팔로워를 지닌 박서함은 촬영 1주일 전 캐스팅된 인물이다. 박서함을 알게 된 건 @pit_4_pat이란 사진작가의 계정이었다. 스트리머 '노잼봇'의 필름 사진으로 알게 된 포토그래퍼다. 이 계정에 '박서함'이란 인물이 올라왔을 때 너무 욕심났었다. 청담에서 메이크업과 헤어까지 받고 이토록 대단한 사람과 작업하는 사람이 나 같은 쪼렙과 협업을 할리가 없었다. 그래서 난 기죽어 있었다. 하지만 지켜보고는 있었다.
그는 알고 보니 2016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들은 'KNOCK'이란 노래를 부른 '크나큰'의 멤버였다. 이렇게 한 발짝 더 멀어졌다. 그의 인스타 피드엔 감성적이고도 애매모호한 감정들이 표현된 사진들이 간혹 보였다. 어쩌다 <시맨틱 에러>가 방영되기 전 들어간 인스타 라이브에선 약간은 지쳐 보이는 기색도 보였다. (개인적인 의견일 뿐, 이에게 감정의 프레임을 씌우지 않길 바란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솸플릭스(SUAMFLIX)란 유튜브 채널엔 아직도 빨간 좋아요가 빼곡하다. 굉장히 무해하고 '센 척'하지 않는 잘생긴 남자... 집들이에 가장 친한 남자 친구를 불러서 브이로그의 현실을 말하는 그를 보며 나도 모르게 내적 친근감을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멤버로 속했던 그룹을 탈퇴했다는 입장문을 보았다.
박서함은 인터뷰에서 '20대에서 '크나큰'이란 걸 빼고 나면 인생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져 은퇴를 생각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배우 박서함은 “현실에선 재영과 친해지지 못했을 것”이라 말하면서도 상우와의 불화에 애정이 섞여드는 미묘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짚어낸다. <시맨틱 에러>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박서함은 아이돌 그룹 크나큰을 탈퇴하고 은퇴까지 고려하던 중이었다. 고민 끝에 배우라는 목표를 다잡으며, 박서함은 <시맨틱 에러>와 함께 새롭게 30대를 맞이했다.
- CINE21 인터뷰 중에서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 생활에 입성하기 위해 달려온 이였다. 한 그룹의 멤버로서 20대를 보낸 이는 지쳐있었고, 가수에게 '1위'란 트로피는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매번 최선을 다한 노력은 마음에 생채기를 낼 정도로 배반할 때도 있었다. 은퇴를 앞두고서 선택한 <시맨틱 에러>는 대박이 났다. 그는 곧바로 군대로 가갔다. 그에게 더 묻고 싶은 게 많다. 한 청년의 지독했을 고민의 끝에 동백꽃이 피었다.
마침 <시맨틱 에러> 1화를 본 날은, 힘들 때 보라며 누군가 추천해준 '오정세 수상소감' 영상을 본 날이었다.
드라마, 영화, 연극, 단편, 독립영화. 매 작품마다 하나 참여할 때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작은 배움의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은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어떤 작품은 또 위로받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또 그 깨달음을 같이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금까지 한 100편 넘게 작업을 해왔는데요. 음….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하고, 또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는 작품도 있었는데요.
그 100편 다… 결과가 다르다는 건 좀 신기한 것 같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 100편 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거든요.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은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에는 참 많은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 보면은 세상은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꿋꿋이 그리고 또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결과는 또…. 그분들에게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그냥 계속하다 보면은 평소에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들에게, 여러분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저한테는 동백이가 그랬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반드시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힘든데 세상이 못 알아준다고 생각을 할 때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요.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곧 활짝 피기를 저, 배우 오정세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정세의 수상소감 - 백상예술대상(2020)
나는 박서함이란 사람이 파파디(파도파도디지몬덕후)여도 좋다. 그가 가진 소년미에 당당했으면 좋겠고, 20대에 잃은 것보단 얻은 것을 더 볼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란 걸 그의 인터뷰를 보면서 매번 느낀다. 어쩌면 지금의 <시맨틱 에러>의 개연성이 있기 위해선 '박서함'이란 열쇠가 필요했을 거로 생각한다.
1차로 거절하고, 생일을 앞두고 2차 연락이 왔을 때, 일주일 동안 캐릭터 분석을 하기에 벅차서 다시 삼고초려를 해야 하나 싶었을 때, 때마침 장마 덕분에 촬영이 1주일이 미뤄지고, 상대역이 아이돌 현역 생활할 때 예뻐했던 '동키즈'의 멤버, 재찬이었던 것 모두. 그에게 주어진 서사 모두가 때마침 그에게 온 동백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30에 겁내 하지 말고 앞으로도 쭉 자신의 매력을 당당히 펼쳐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런 그의 모습이 보고 싶고, 닮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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