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생중계 관전 포인트 (스포 有)
<웰컴 대학로>에 선정된 올해의 작품 중 하나인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이하 '윌리엄들)이 [웰컴 K-스테이지] 1회 차로 선정되어 오늘 하루(10/16(월)) 자정까지 네이버 TV에서 무료 상영한다. 정말이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지, 아닐 수 없다.
매번 윌리엄들에 관해 후기를 남긴다고 해놓곤, <비더슈탄트> 보고 나선 회전을 돌다가 이렇게 짧고 급하게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대학로에선 정말 많은 다채로운 이벤트가 가득하게 일어나는 듯하다.
우선 급하게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 듯한 윌리엄들을 위한 링크를 아래에 단다.
실황중계 캐스팅
윌리엄 사무엘 아일랜드(아버지) '원종환'
H '김지철'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아들) '임규형'
연주
피아노・지휘 박윤솔
바이올린 서수진
첼로 강기한
당장 세종대극장에 걸어도 될 작품.
이야기, 존재, 음악 그리고 소품들 모든 게 완벽하다.
-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에 관한 감상
당신의 '윌리엄들'은 누구인가요?
H는 윌리엄 부자의 욕망으로 등장한다. 있어도 없는 존재. 사람이라고 보기엔 '존재'란 모호하고, 명확한 실체에 가까운 '존재'란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존재. H는 없어도 있는 존재다. 동시에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진위여부를 밝히는 재판관으로 등장한다.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거짓엔 관심이 없으며, 셰익스피어의 진위여부와 다르게 그들이 믿고 있던 신뢰와 명예가 더 특별하다고.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원작 <셰익스피어 사기극>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프레스콜 인터뷰에서 보면 아직도 '가짜뉴스'가 판치고, 거짓에 더 동요되는 세상에서 아직도 유효한 이야기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만든 극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존재를 완성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체면은 정말 중요하다. '사회적 체면'... '체면'은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단어일 테다. 곧 '명예'로 이어지는 욕구. 인간으로서의 욕구 중 최상위 욕구를 차지하는 '인정 욕구'는 사람을 구겨지게 만들기도 하고, 펴주기도 한다. 나의 명예와 체면이 내 안에 있어서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것이 아닌 타인과 타인의 창작물들로 만들어진 울타리 안에서 지어진 인정은 아슬아슬하고 쉽게 무너지고 만다.
이는 아슬아슬한 윌리엄의 가짜 셰익스피어 탄생기와도 같다.
사회에서도 버려진 상상력이 넘치는 헨리, 사랑하는 문학계에서 비판만 받고 마는 윌리엄의 아버지, 사무엘. 그들이 만들어 내는 울타리는 자신들의 뿌리에서 시작되었지만, 절대 굳건하지 않다.
상상력이 풍부한 헨리의 말과 이야기는 엉뚱한지 일반 사람들의 울타리 밖에 있어서 늘 '학교'란 무리에서 퇴출당하고 만다. '학교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으로 수식되는 헨리는 H를 만나고 나서야 자유를 찾는다.
헨리의 소네트 필사본을 셰익스피어의 진짜 문서라고 착각한 사무엘(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인정욕구는 문학계, 그리고 아버지를 향한 아들 - 헨리의 인정욕구로 이어진다. 이 모든 연결선상에는 'H'가 있다. H는 인정욕구와 명예 욕구, 모든 욕구로부터 만들어졌다. H는 후반부에 가장 화려한 펜을 들어 보이며 말한다. 사무엘이 펜을 든 순간부터 늘 함께해 왔었다고. H는 누구에게나 있는 존재다.
H는 헨리가 되고 싶은 사람
헨리는 사무엘에게 H를 신사라고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노래한다)
나와는 다르게 아주 큰 키를 가졌죠.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품위가 있죠.
나와는 다르게 친구도 많고,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훌륭한 그분은 바로 H. 아주 우연히 내 얘길 들어주셨죠.
나에게 너의 보물을 보여줬으니. 이걸 받을 자격 충분하단다.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말해줬죠.....
모두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죠.
그는 작가이자.
가난한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후원자.
"헨리! 넌 아주 특별한 사람이란다."
다정히 나의 이름을 불러준 사람.
"네 안에 있는 이야기들을 나에게 처음으로 보여주겠니?
너의 이야길 처음으로 (들어준 사람) 영광을. 나에게 주겠니?"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지만, 난 네 얘기가 제일 재밌어.
그러니까 더 상상해도 돼. 지금보다 더 많이."
"세상 하나뿐인 이야기.
너만 할 수 있는 모험담.
셰익스피어도 말했지.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고.
너만의 이야길 써 내려가. 한 권의 책 같은 인생을 살아. 너도."
그리고 헨리는 말한다.
그분은 이야기 속 주인공 같은 사람.
내가 갖고 싶은. (네가 닮고 싶은) 다 가진 사람.
내 인생의 유일한 독자.
내가 되고 싶은 유일한 사람.
너의 이야길 언제나 듣고 싶단다.
이 이야기에서 헨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낡은 방에 가득한 오래된 사물들만이 유일하게 헨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고,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버려진 투구다.
헨리는 되고 싶었던 거다. 기왕이면 키도 크고, 아버지가 보낸 학교에서 졸업도 잘해서, 프랑스어도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 그리고 늘 자신의 이야기를 이상하게 보는 게 아니라, '재밌게' 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을 테다. 품위와 존경, 친구도 많고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존중받는 사람'의 모습. 게다가 가난한 작가들을 돕는 후원자까지. 헨리는 투구에 적은 욕망과 자신의 이름을 합친 것처럼 헨리의 H는 투구처럼 헨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일한 존재다. 어쩌면 헨리에게 가장 필요로 했던 존재이자 사람.
헨리는 후반부에 자신의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리처드 16세와 유령들'이 담긴 가짜 작품을 만들다가 자신을 이루고 있던 이야기가 있는 방의 소중했던 것들이 점차 꺼져가는 것들을 본다. 투구마저 빛을 잃은 세상에 아버지가 셰익스피어의 친필이라고 귀하게 모신 액자 속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던 <소네트>가 빛난다. 헨리는 조심스레 <소네트>의 구절들을 읊는다.
그러나 결단코 그대는 누구보다 특별하다.
거짓 비유로 포장된 이들보다 더...
거짓 비유...
'거짓 없이' 인정받는다는 것. '아름답지 않은데,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다는 거지?'란 물음에 깨달은 사람처럼 쓰고 있던 펜을 놓는다. 헨리는 쓰고 있던 노트를 난로의 불쏘시개로 만들고 만다. 자리를 떠난 헨리. 그 자리를 차지한 건 H다. 재판으로 넘어가 사무엘에 의해 등장하고 마는 <리처드 16세와 유령들>・・・.
아버지로부터 아니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싶던 아들이었던 헨리, 작가로서도 인정받고 싶던 헨리, 엉뚱하고 이상한 사람이 아닌 그저 평범한, 아니 그보다 좀 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헨리. '윌리'란 아버지의 애칭에 반가워 미소를 짓는 헨리의 모습을 보다 보면, 헨리는 보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사무엘만 미워할 수 없다. 모든 일들이 연결된 길에 있던 H. 곳곳에 있었던 H도 미워할 수도 없는 것은 '다 읽어버린 책처럼 시시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사무엘이 말했던 것처럼, 초라한 인생과 허무한 삶에서 H는 우리 모두에게 있는 인정과 욕구이기 때문이다.
실황 중계는 영화로 개봉되었던 콘텐츠와 동일하다.
객석에 앉아서 볼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보이고 들린다.
마스터링 된 버전에선 현(첼로와 바이올린) 소리가 이토록 완벽하게 들릴 수 있는지 오감을 자극하기에 완벽하다. 탑 뷰(Top view)로 보며 조명이 어떻게 잡히는지 보면, 1층 객석에선 볼 수 없었던 마치 갇혀버린 듯한 사무엘이 창문에 갇힌 듯한 느낌도 든다.
더 많은 시간이 있었다면, 윌리엄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포인트를 두어서 촬영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들지만, 짧고 굵은 시간 안에 윌리엄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 욕심이 보인다. 다들 이번 무료 중계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들었으면 한다.
난 아직도 가끔 힘들 때면 윌리엄들을 찾는다.
내가 곧 윌리엄, 헨리라 윌리엄 같은 세상을 담은 음악과 이야기가 넘치는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제작 컴퍼니 일상. 적
제작 투자 (주)연극열전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상제작 (주)푸른잎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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