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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모 Aug 12. 2021

관계

나를 지탱하거나 혹은 무너뜨리는 것

관계에 대한 생각은 불안정하다 여겨지는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관계 자체에 대한 고민 없이도 유지되는 안정적인 관계가 있다고 믿은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 믿음이라는 것이 참 부질없다. 세상에 백 퍼센트라는 것이 있던가. 백 퍼센트의 믿음이라는 것이 본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백 퍼센트 안정적인 관계에 대한 믿음도, 안정적인 관계가 고민 없이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도 성립될 수 없다. 그렇게 믿고자 했던 착각만 덩그러니 있을 뿐.


관계에 대하여 생각한다. 이미 사라진 관계, 끝이라 다짐했으나 어느 틈에 다시 이어진 관계, 지속하고 싶은 관계, 늘 생각하게 만드는 관계, 답이 나오지 않는 관계. 문제가 생기면 본질을 찾아 이야기로 푸는 방식의 해결을 선호하나 모든 관계에 적용할 수 없음을 몇 차례의 실패로 알게 되었다. 때로 침묵이 관계를 호전시키기도 한다. 물론 그사이 완전히 틀어져 버리는 관계도 있다. 애초에 그리 될 일이었다고 호기롭게 털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내 경우 꽤 오래도록 괴로워하는 편이다. 지갑을 잃어버린 뒤 어차피 잃어버릴 지갑이었다며 잊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니.


대부분의 관계는 배려, 이해, 노력, 참을성과 같은 것들로 유지된다. 하여 어떤 쪽으로든 결핍이 생기면 피곤해지기도 하고 심한 경우 한쪽 혹은 쌍방에 의해 깨지기도 한다. 오래된 관계의 경우 함께 공유해온 것들ㅡ이를테면 시간, 기억과 같은ㅡ이 관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관계에 비할 수 없이 견고하고 특별하다 착각하게 된다. 말 그대로 '착각'이다.



관계에는 늘 오해가 끼어들기 마련이다. 잘 풀리면 약이 되지만, 그저 오해로 끝나면 독이 된다. 한 끗 차이인 독을 약으로 만드는 데에 필요한 것은 입을 여는 용기와 열린 귀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관계는 갈수록 어려워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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