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애틋한 꿈을 꾸었다.
짤따란 꿈속에서 나는
사라져 간 어느 왕조의 슬픈 왕녀였다가
기억을 잃은 나비였다가
하늘을 날았다가
곤두박질쳤다가
숨이 잠시 멎기도 했고
어느 날엔 봄볕 머금은 초목이 너무도 반짝여
가만히 그 풍광을 바라보는 일도 있었다.
또 어느 날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도시를 떠났다.
꿈속의 여행에서 나는
꿈을 꾸는 여인이었다가
꿈 그 자체였다가
어느 사이
생의 순간순간을 돌아보는 노인이었다.
홀로 꾼 꿈이었다.
꿈속에서 보았던 이들은
모두 나의 다른 얼굴이었고, 기억이었고, 바람이었다.
한바탕
홀로 애틋한 꿈을 꾸었다.
홀로 꾸었으니 홀로 깨어야 하는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