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조명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하이엔드 스피커의 가격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다. 검색만 조금 해봐도 수천만 원에서 수억이 넘어가는 스피커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그런 대단한 스피커 앞에서 눈을 감으면 실제 앞에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라고 한다.
만약 조명이 하이엔드로 발전한다고 하면 빛의 품질만으로 수천만 원, 수억 원짜리 조명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뷜로 전시 기간 중 가장 아름다운 빛을 마주했던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잠시 시간이 비었을 때 바깥의 날씨를 보기 위해 커튼을 걷었을 때였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빛이 부스에 퍼졌다. 뷜로의 빛과 자연의 빛의 조화도 아름다웠지만, 자연의 빛은 그 자체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너무나 아름답고 근사한 빛이었다. 마치 나에게 ‘겸손하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빛을 만든다 해도 하늘의 빛을 이길 순 없다. 나에게 이 부분이 오히려 조명을 하는 강한 동기와 매력으로 여겨온다. 좋은 빛에 대해 고민이 생길 때, 가장 좋은 스승은 늘 자연에 있다.
아름다운 날씨의 태양과 푸른 하늘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빛은, 음악으로 따지면 세계 최고의 베를린, 빈, 뉴욕 필하모닉의 역대 최고 지휘자들과 연주자들이 매일 우리들의 창가에 모여 연주를 하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그러니 수억 원짜리 조명이 필요할 리 있을까.
<빛의 얼굴들>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하늘의 빛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내리는 보편적 축복"이라고. 축복처럼 매일같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이 빛의 선물을 버리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 빛의 아름다움을 알고 즐길 줄 아는 눈과 여유를 갖는 것이다. 조금 더한다면 자연의 빛을 잘 활용하고 이를 닮은 공간과 조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빛의 답은 늘 자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