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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Aug 01. 2024

조명은 악기다

악기와 조명 : 좋은 기획과 설계의 중요성


100만 원짜리 악기와 1억 원짜리 악기의 소리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우리는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요즘 흔히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다. 그러나 이 질문에서 얻을 수 있는 답은 우리가 이미 예상하는 범주 안에 있을 때가 많다.



위와 같은 질문은 결국 아주 저렴한 악기는 연주하기 어렵고, 아주 비싼 악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연주자와 청중의 역량이 악기의 가격보다 더 중요해진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악기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역량이 더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된다.



더 나아가, 우리가 듣는 음악은 거의 대부분 여러 악기의 합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음역대와 역할을 가진 여러 악기가 함께 연주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개별 악기의 성능은 전체적인 음악에서 부분적인 요소가 된다. 여러 악기의 사용과 프로듀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어떤 장르의 음악을 어떤 악기와 연주자가, 어떤 청중을 위해 연주하는지에 따라 아무리 비싼 악기라도 좋은 악기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어느 정도의 수준만 갖춘 악기라면, 그 이후에는 악기의 중요성이 줄어든다. 오히려 작곡가와 편곡자, 지휘자와 연주자가 음악을 어떻게 구성하고 흐름을 만들고 악기를 배치하느냐가 악기 자체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아무리 고가의 좋은 악기가 있더라도 음악과 뮤지션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결코 좋은 음악이 만들어질 수 없다. 그건 마치 콘서트 포스터나 앨범 자켓에 뮤지션의 이름 없이 "우리는 000 악기를 사용하였습니다."라고만 쓰여 있는 것과 같다. 좋은 악기는 좋은 음악적 기획에 사용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좋은 악기는 좋은 음악적 기획에 사용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조명도 결국 하나의 악기와 같다. 좋은 악기가 좋은 음악을 보장하지 않듯, 좋은 조명 기구를 사용했다고 해서 좋은 공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빛을 사용할 좋은 공간과 설계가 함께할 때 비로소 좋은 조명은 그 의미를 가진다.



음악에서 악기보다 뮤지션이 더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공간에서도 좋은 조명보다 좋은 설계와 좋은 디자이너가 더 많이 언급되고 인정받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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