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조도계 소개
측정은 굉장히 매력적인 행위다. 사람은 본래 아날로그이며 세상은 대부분 명확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라는 체계를 발명하고 기준을 정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로서 객관적인 사고를 하고 탐구와 기록이 가능해지며 진보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렇게 거창하게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측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막연하게 느끼던 것들이 수치화되어 나타날 때 자신이 가진 감각에 대해 감탄(또는 실망) 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준을 얻기도 한다.
빛을 측정하는 행위는 특히 그렇다. 왜냐하면 우리는 빛의 밝기에 따라 적응하기 때문이다. 정온동물인 우리는 40도의 온도가 대개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변온 동물인 개구리는 온도에 따라 자신의 체온이 바뀌기에 절대적인 온도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 사람의 시각이 이와 같다.
맑은 날 야외 조도와 일반적인 실내 조도의 밝기 차이는 얼마나 날까? 밖이 더 밝으니 2~3배일까? 아니면 확연히 밝으니 10배라고 볼 수 있을까? 실제로 사무실 평균 조도가 500lux라면 요즘과 같이 여름의 맑은 날 야외는 10만lux까지 올라간다. 100~200배 더 밝은 것이 실내와 실외 조도차이다. 그에 반해 자연에서의 밤 조도는 1lux 미만으로 떨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빛의 측정은 재미있다. 이토록 빛에 적응하는 시각감각이 신기하기도 하고, 체감한 것과 다른 우리 주변의 조도 측정치에 놀라기도 한다. 나아가서는 같은 수치라도 조명 계획이 어떠하냐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공간의 감도가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조명일을 하지 않을 때도 꼭 갖고 싶었던 것이 조도계였다. 측정장비의 세계야 워낙 하늘과 땅 차이이지만, 저렴한 조도계를 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수년 전 5만 원 정도에 구입한 개인장비로서의 첫 조도계가 지금 보이는 빨갛고 귀여운 조도계다. 맑은 날, 흐린 날, 실내외 거르지 않고 열심히 가지고 다녔다. 지금은 새 장비의 등장으로 사무실 한편에 잘 전시(?)되어 있지만 여전히 잘 작동하는 의미 있는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