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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感度)는 어떻게 우리를 겸손하게 만드나

타인의 세계를 존중할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by 조수민 라이트랩



어떤 이는 와인을 한 모금만 맛보면

나라와 생산자, 빈티지까지 추측할 수 있으면서도,

수십 가지 핑크색 화장품의 미묘한 색차이를

구분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낀다.



어떤 이는 타보는 것만으로도 자동차 서스펜션이나

장착된 타이어의 특성을 금세 판별하지만,

이번에 의류 브랜드에서 새로나온 원단이 가진 특징과

디자인 가능성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또 어떤 이는 타이포의 장평과 자간, 정렬의 순준과

종이 재질과 인쇄방식을 민감하게 구분하면서도,

수억 원짜리 바이올린의 소리는 알아채지 못한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눈빛 하나에도 감도(感度)는 존재한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다른 감도를 가지고 있다.

특정한 영역에서는 놀라운 감각을 발휘하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놀라울만큼 평범하다.



자신의 잘난 한 두 가지 감도로

남을 평가하는 것은 얼마나 오만한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는

각자의 다른 감도를 인정할때 가능해진다.

이것이 우리가 타인의 감각 세계를 이해하고

겸손해질 수 있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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