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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Jan 26. 2023

집중력을 위한 빛이 따로 있을까?

공부와 업무를 위한 집중력 높이는 빛 환경 만들기

 흔히 요즘을 집중력 결핍의 시대라 이야기한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지식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수많은 교육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런 지식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정보를 익히는 능력은 예전같이 못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익히기 위해 힘을 쏟는 대신, AI가 추천해 주는 흥미 위주의 콘텐츠에 휩쓸려 정보의 바다에 표류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집중력이다.


학생에게는 공부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업무와 자기 계발이 집중력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집중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지만, 그 기본 원리는 단순하다. 집중해야 할 대상 이외에 다른 것에 내 주의가 뺏기는 것을 막는 일이다. 그리고 이처럼 집중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 빛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럼 집중을 위한 빛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일까? 어디선가 본 것처럼 어두운 골방에 스탠드 조명을 하나 켜 놓은 환경은 집중에 도움이 될까? 우리가 빛으로 공부와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정보를 접하고 또 익힌다. 시각정보는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정보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눈은 중추신경계의 중요한 부분이다. 스탠퍼드 신경생물학 교수인 앤드류 휴버먼 박사(Dr. Andrew Huberman)는 눈을 ‘두개골 밖에 나와 있는 뇌’라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그는 ‘눈은 인간의 각성 상태를 조절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시각의 집중이 곧 정신적, 인지적 집중을 만들어낸다’고 이야기한다.

 


눈은 인간의 각성 상태를 조절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시각의 집중이 곧 정신적, 인지적 집중을 만들어낸다.



사냥을 위해 집중하는 동물의 눈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몸을 낮추고 먹잇감을 응시하는 동물의 눈은 순간적으로 확장된다. 이는 동공을 열어 많은 빛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응시하는 대상에 모든 초점과 신경을 집중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눈 역시 무언가에 집중을 하면 동공이 확장된다. 이것은 마치 카메라의 조리개를 열어 아웃포커싱을 하는 원리(스마트폰 카메라에는 '인물 모드'로 표현한다)와 유사하다. 배경이 흐릿하게 보이고, 집중하고자 하는 대상을 더욱 선명하게 보이도록 한다. 이처럼 동공을 확대하여 시각적 집중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주변의 다른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고 눈앞의 책 또는 대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 정신적 인지적 집중을 돕는다.



조리개를 열어 배경을 흐릿하게 만드는 아웃포커싱은 원하는 대상에 더욱 집중된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이는 시각적 영역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조명을 사용하여 집중을 돕는 방법도 있다. 바로 집중을 원하는 대상의 밝기를 주변 공간보다 밝게 만드는 것이다. 상대적인 밝기로 빛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시각은 이러한 환경에서 눈앞의 주요 대상을 밝고 또렷하게 인식하고, 주변은 그에 비해 어둡고 흐리게 보이도록 함으로써 시각적 집중을 이끌어낸다. 


공간 조명 설계에도 이러한 집중의 메커니즘이 활용된다.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의 조도를 다른 곳보다 높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조명설계는 주변 환경에 대한 시각적 분산을 줄이고, 주요 공간 또는 대상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어두운 객석과 공연이 이루어지는 무대 또는 영화관의 객석과 스크린 등도 이러한 원리로 계획된 빛의 공간이다. 


주변과 테이블 위의 밝기 차이를 주면 음식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각적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는 우리의 일상 공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책상, 테이블 위, 조리대와 같은 작업면의 밝기를 주변보다 밝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업무나 공부, 음식 조리와 식사의 집중을 돕는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변이 지나치게 어두운 환경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환경과 작업면의 과도한 밝기 차이는 눈부심을 발생시키거나 눈을 쉽게 피로하게 만들어 오히려 장시간 지속적으로 집중하는 데에 방해 요소가 되고, 장기적으로 눈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주변 환경 전반의 빛은 확보하되, 작업면은 그보다 좀 더 높은 밝기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집중을 위한 건강한 빛환경의 핵심이 된다. 이는 천장의 조명으로 해결하기보다 책상 혹은 작업면 위의 펜던트 조명 또는 스탠드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조도는 광원과 비추는 대상면까지 거리의 제곱만큼 늘어나고 줄어든다. 거리가 2배 멀어지면 밝기는 1/4로 줄어들고, 거리가 1/2로 가까워지면 조도는 4배로 늘어난다. 거리가 3분의 1로 줄면 조도는 9배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니 동일한 전력으로 훨씬 높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주변 환경 전반의 빛은 확보하되, 작업면은 그보다 좀 더 높은 밝기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집중을 위한 건강한 빛환경의 핵심이 된다.





 눈은 두개골 밖으로 나온 뇌와 다름없다고 한다. 우리는 눈으로 대부분이 정보를 인지하며, 눈으로 인지하는 정보는 모두 빛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빛환경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인지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좋은 조명, 효과적인 조명의 사용을 통해 쾌적하고 집중하기 좋은 빛환경을 만들 수 있다. 그러한 환경에서는 우리의 공부도, 업무도 보다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좋은 빛에 대한 관심과 변화를 통해 집중력을 높이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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