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이주(移住)기
간 밤에 이번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사이트 첫 페이지부터 위치, 가격 조건만 넣고, 마음에 드는 집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든 매물에, 내가 너네 집에 (간절하게) '관심있음'과 숙박시설로 용도변경을 허락한다면 연락달라는 메일을 백 통 가까이 날렸었다.
그리고 마침내 긍정적인 메일을 한 군데 받은 것이다. 발 빠르게 내가 요청한 사항을 수용하는지 확인을 했고 맞다면 당장이라도 만나자고 회신을 날렸더니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내일 오전 10시에 그 곳에서 만나자며 집 주소를 보내왔다. WOW!! 분더바~(wunderbar~~영어의 '원더플'에 해당하는 독일어)
아.. 아.. 그런데...
특정 지역으로 제한한 필터링으로 검색을 하면 매물들이 뜨기는 하지만, 정확한 위치(주소)까지 함께 나오는 경우는 30 % 도 되지 않는다. 이는 집 주인과 임차인 간에 직거래를 막기 위한 부동산의 경영 전략인 셈이다.
내일 만나기로 한 주소를 받고 보니 내가 잘 아는 곳이다. 여기서 걸어서 채 5분도 떨어지지 않고 이곳보다 중앙역이 더 가까운 곳이긴 하다. 하지만 이 도시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수많은 프랑크푸르트 여행 정보지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중앙역 주변의 홍등가 한 가운데인 것이 문제였다.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시에서 꾸준히 그 일대를 개선해 나가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그 곳은 호텔 회전문 안에 잠자는 노숙자가 있는 허름한 2성급 호텔들과 카지노가 즐비한 거리이다. 한 낮에도 지나기 조차 민망스러운 분위기와 상호들이 번쩍이는 홍등가와 사창가, 갖가지 술집들, 항상 젖어있는 거리에서 올라오는 코를 찌르는 오줌냄새, 지나가는 행인에게 어김없이 들러붙어 호객행위를 하는 마약상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 지역이다.
밤새 고민을 했다. 지금은 비록 쫓기다 벼랑 끝에 선 입장이긴하나 저곳에 들어 가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최소 5년은 머물러야 할텐데, 5년 안에 거리가 완전히 새롭게 개선이 될리는 만무. 하루하루 5년 동안 후회만 하게 된다면 내가 살아 있을 수는 있을까..
무엇보다도 숙박업의 흥망도 입소문이 좌우하는데, 그 동안 우리가 쌓아 온 것들을 지켜가는 것에 일도 자신이 없었다. 운좋게 게스트가 왔다 하더라도 그들이 어떤 후기를 남길지 안봐도 비디오, 아니 안봐도 유튜브라 벌써부터 그 장면이 눈에 선했다. 대학생층 특히 젊은 여자 고객들이 많은 편인 이곳에, 과연 온전하게 올 수는 있을까.. 거기서 부터 걸려 버렸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미안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당신의 집은 맞지 않는 것 같아 포기하겠다'는 메일을 밤늦은 시간에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또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운명과도 같은...
이 곳은 오래전 부터 사이트에 올라왔기에 이미 알고 있는 곳이었다. 정확한 주소 역시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만으로도 위치를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만큼 특징적인 곳이었다.
내 자랑일테지만, 내겐 남들도 인정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마치 유능한 프로파일러처럼 남들에겐 평범해 보이는 사진이더라도 그 위치를 알아내거나, 쉬 보이지 않는 정보까지도 잡아내는 재주가 있어 주변 사람을 여러번 놀래킨 적이 있다.
이 집의 경우는 너무나 큰 특징이 드러나 있어 보는 순간 지도정치, 즉 위치를 알았던 곳이다. 하지만 위치는 정말 좋은데 등재된 사진들이 여느 집들과는 달랐다. 왠지 모르게 정리되어 있지 않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사람이 살고 있는건지 비어있는 건지 조차 가늠하기 힘든 사진들... 그래도 여러 차례 메일을 보냈으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곳이기에 애시당초 마음을 접어 놓았던 곳이기도 했다. 만약 이런 곳을 우리가 들어 올 수만 있다면 진짜 대박일거라는 꿈같은 상상만 하며 이미 예전에 나혼자 문 앞까지 찾아가 본 곳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