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의 TMI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현 Jan 01. 2021

2021년을 앞두고

2020년도의 내가 2021년도의 나에게

 어느덧 백수가 된 지 2년이 되었다.

그림을 시작하고 나서 몇 개월 뒤 엄마에게 "앞으로 2~3년간 돈을 못 벌어올 수도 있어"라고 선포했었는데 그중 2년이 벌써 지나가버렸다. 작년엔 예전 내 한 달치 월급 정도를 겨우 벌었고 올해는 작년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그림으로만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마음의 빚과 물질적인 빚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서 나를 쿡쿡 찌르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현업에 있는 작가들은 꽤 타격을 입었다. 외주작업과 강의들이 수입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많은 행사들이 취소가 되고 오프라인 강의들은 축소 및 폐강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역으로 기회를 발판으로 삼기도 했다. 화상회의를 통한 교육이나 자의 반 타의 반 유튜브로의 진출. 

 물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꾸준히 일을 만들어나가는 기성작가들과 열심히 갈고닦고 있던 준비된 지망생들에 국한된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땠을까? 
 

 목표가 없는 준비라는 건 마치 이런 느낌이다.

 정상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산을 오르겠다며 나선 지 몇 시간 만에 해가 저물어 길을 잃었고, 헤매다가 발견한 어두컴컴한 동굴 앞에서 선뜻 들어가지 못한 채 눈앞에 놓여있는 밧줄을 당기는 그런 느낌. 올해 상반기까지는 그렇게 밧줄에 뭐가 달려있을지 밧줄의 길이가 얼마나 될지 모른 채 그냥 무작정 당기고 있었다. 내 안에 무언가를 끄집어내려는 것처럼. 

 그렇게 당기다 보니 운이 좋게 은인들이 딸려 나왔다. 강의 경험을 쌓게 주선해준 은인, 아르바이트를 주선해주는 은인, 새로운 장르의 은인들, 다방면으로 조언해주는 은인 등등 많은 은인들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쌓인 경험을 가지고 다시 도전하고 이루면서 하반기에는 정말 많은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여러 번의 드로잉 관련 강의, 큐레이터, 공모전 입상, 작품 판매, 문화재단과의 협업, 에세이 입문, 영상편집 입문, 많은 작가님들을 또 만나서 느끼고 얻은 소중한 조언, 경험들. 운이 좋았다는 표현이 정말 적절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서 잘되라고 뒤에서 등 떠민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그럼 된 거 아니야?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것은 참 쉽다. '그래, 이만하면 오늘은 됐지' 하고 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바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처럼 포장해왔지만 마음 깊이 되새겨보자면 굉장히 게으르고 불안했다. 새로운 경험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발전할 거라고 나를 속여왔지만 아닌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이 커질 때마다 일을 계속 벌리려 했다. 마치 허언증을 들키기 싫어 점점 커다란 거짓말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대신 일을 벌린만큼 어느 정도는 수습하고 실천해나갔기에 불안감을 어느 정도는 컨트롤할 수 있었다. 아마 은인 중에 한 분인 에세이 선생님의 글 중에서 힌트를 얻은 까닭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데?


 나는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자기 객관화를 할 줄 안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지구력이 뛰어나다는 점. 자기 객관화를 하려고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면 이불이 남아나지 않을 때가 많다. 모든 기억을 사진과 동영상처럼 저장하는 탓에 끔찍할 만큼 생생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에 관련된 영화와 스틸컷들을 수도 없이 돌아보고 피드백하면서 고쳐나간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버티는 건 자신이 있기에 2년 전보다 나아졌을지언정 봐주기 힘든 내 그림실력도 계속 마주하고 있다.

 올해도 많은 자기 객관화를 하며 채찍질하고 돌아봤다. 새로운 경험치들을 생각해본다면 박수 세 번 정도는 쳐줄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기본기와 응용능력에 대해서는 한숨만 나올 뿐이다. 부끄럽지만 기본기가 부족한 나와 다시 마주하고 차근차근 쌓아나가야 한다. 안 그러면 몇 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원망을 하고 있겠지. 


 부디 내년 12월 31일에 글을 쓸 때는 이 글이 기폭제가 되어 많은 성장을 하고 기분 좋게 웃으면서 되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고민만 하지 말고 행동해라.
안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밖에 찾을 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글의 가격은 2만 원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