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 Oct 12. 2018

나가사키 4대 카스텔라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카스텔라 가게 4곳!


카스텔라의 성지, 나가사키 


나가사키 여행에서 나가사키 카스텔라 (長崎カステラ)를 빼놓을 수 있을까. 나가사키는 일본 카스텔라의 본고장이자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카스텔라 가게들이 시내 곳곳에 위치해 있는 카스텔라의 성지로 불린다. 실제 카스텔라 순례만을 위해 나가사키를 찾는 여행자가 있을 정도다. 나가사키 카스텔라의 역사는 16세기 서양 상인들이 나가사키 항에 입항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상인들과 함께 나가사키에 발을 디딘 포르투갈의 예수회 소속 선교사에 의해 카스텔라가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카스텔라를 설탕물에 튀긴 카스도스는 오랜 기간 보존이 가능해 긴 시간 항해를 해야 했던 선원들이 즐겨 먹었다. 이 카스도스 역시 규슈 지역의 특산물이 되었다. 


카스텔라라는 이름은 스페인의 카스티야 (Castilla) 지역명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포르투갈어로 카스티야 지역을 카스텔라 (Castela)라고 불렀고, 포르투갈어로 ‘카스티야 지역의 빵’을 뜻하는 ‘파오 드 카스테라(Pao de Castela)’라는 말을 줄여 ‘카스텔라(Castella)’로 부르게 된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카스텔라를 스펀지케이크(sponge cake)라고 부른다. 


16세기 일본에서는 카스텔라의 주재료인 설탕과 달걀이 아주 귀했기 때문에 당시 카스텔라를 먹을 수 있었던 사람은 다이묘를 비롯한 고급 관리와 귀족 정도였다. 메이지 시대부터 물엿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촉촉한 식감의 카스텔라를 일반 대중들도 맛볼 수 있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집집마다 가스 오븐과 전기밥솥이 보급되면서 쉽게 카스텔라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카스텔라는 일반 제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빵.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던 카스텔라와는 다른 나가사키 카스텔라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우선 자라메당(ざらめ糖)이라는 설탕 알갱이가 빵 바닥에 붙어 있어 바삭바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스펀지처럼 가벼운 우리나라의 카스텔라와 비교해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묵직하면서 단단하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촉촉하면서 쫀득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나가사키 카스텔라를 처음으로 만들어 판매한 곳은 1624년에 창업한 후쿠사야(福砂屋)로 알려져 있다. 카스텔라 본가 (カステラ本家)라는 상표를 가지고 있으며, 40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나가사키 카스텔라를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고 있다. 후쿠사야와 함께 나가사키 카스텔라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분메이도(文明堂)도 빼놓을 수 없는 카스텔라 명가다. 전국적인 지명도만 따지면 분메이도가 앞설 정도다. 여기에 3대 나가사키 카스텔라 가게를 꼽을 때는 1681년 문을 연 쇼오켄(松翁軒)이 포함된다. 그리고 나가사키 카스텔라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위를 기록한 이와나가 바이주켄(岩永梅寿軒)의 카스텔라도 꼭 맛봐야 한다. 


가게마다 만드는 방식과 재료가 다르다. 그래서 맛도 다르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분메이도의 경우 포장에서부터 눈길을 잡는다. 여기에 다양한 맛의 카스텔라를 갖추고 있어 선물용으로 특히 인기가 좋다. 후쿠사야는 나가사키에서 최초로 카스텔라를 만든 곳인 만큼 원조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쇼오켄은 초코와 녹차 카스텔라가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이와나가 바이주켄은 하루에 40여 개의 카스텔라만을 판매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다. 참고로 나가사키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카스텔라는 후쿠사야의 오리지널 카스텔라라고 한다.




분메이도 총본점, 文明堂総本店 


1900년에 문을 연 분메이도는 나가사키에 있는 다른 카스텔라 가게들보다 출발이 늦은 편이다. 하지만 일본 내 지명도를 놓고 본다면 다른 카스텔라 가게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그 이유는 1960년대부터 제작한 CM 덕분. 자크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의 선율에 맞춰 사이좋게 캉캉 춤을 추는 곰 인형이 등장하는 귀여운 CM으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분메이도 총본점은 데지마에서 걸어서 2분 정도 떨어진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2층 규모의 전통식 가옥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분메이도의 창업주는 나가사키 카스텔라의 원조 후쿠사야에서 일하던 직원으로 1900년에 후쿠사야에서 나와 자신의 가게를 차렸다고 알려져 있다. 분메이도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맛의 카스텔라를 만들어 고급스럽게 포장한다는 것. 분메이도는 일본 전 지역에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각 지역마다 특산물을 넣은 카스텔라를 선보인다. 또한 계절마다 한정 판매 카스텔라를 만들기도 한다. 축제 때에는 축제에 맞는 카스텔라가 한정 출시된다.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가게인 만큼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때마다 새로운 카스텔라가 출시되는 이곳에서는 직원의 추천을 받아 한정 판매 카스텔라를 구매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메이도의 카스텔라는 포장이 고급스럽고 예뻐 선물용으로도 좋다. 오리지널 카스텔라의 경우 후쿠오카 공항 및 기념품 상점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LqMA2tdZ5sH2



후쿠사야 본점, 福砂屋 本店 


후쿠사야는 1624년에 문을 연 나가사키 카스텔라 원조 가게로 가장 기본에 충실한 맛을 내고 있다. 창업 이래 수작업으로만 카스텔라를 만들고 있으며, 기본 재료인 계란, 설탕, 물엿, 밀가루 등을 제외한 다른 어떤 화학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는다. 후쿠사야는 검은 박쥐가 그려진 상표를 사용하고 있는데, 동양에서 박쥐는 행운과 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후쿠사야 본점은 나가사키 시안바시 역 (노면전차)에서 걸어서 3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가게는 390년 역사를 말해주듯 전통적인 분위기다. 


후쿠사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스텔라는 역시 오리지널 카스텔라(1본 1,188엔)다. 나가사키 카스텔라의 원조답게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오리지널 카스텔라보다 두 배 정도 가격은 비싸지만 한 단계 더 뛰어난 맛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고산야키 카스텔라(五三焼カステラ, 1본 2,916엔)도 추천한다. 고산야키 카스텔라는 흰자와 노른자의 비율을 3:5로 만든 것으로 ‘황금비율 카스텔라’라고 부른다. 원조로 이름난 카스텔라인 만큼 규슈를 비롯한 일본 전역에서 후쿠사야 카스텔라를 판매하고 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도 구할 수 있다. 여행을 마치고 떠날 때 구매해도 된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YrzVjXRhjKu



쇼오켄 본점, 松翁軒 本店


메가네바시(眼鏡橋)에서 가까운 고카이도마에 역(公会堂前駅) 앞에 3대 나카사키 카스텔라 가게 중 하나로 꼽히는 쇼오켄 본점이 위치해 있다. 쇼오켄은 일본 전역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후쿠사야, 분메이도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1681년에 문을 열어 3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카스텔라를 만들어오고 있는 역사 깊은 카스텔라 명가다. 특히 쇼오켄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진 초콜릿 카스텔라 초코라테(チョコラーテ)와 녹차 카스텔라가 유명하다. 이들은 기존 오리지널 카스텔라에 색다른 맛을 더하고 싶었던 쇼오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카스텔라로 쇼오켄을 찾는다면 초코, 녹차 카스텔라는 반드시 맛봐야 한다.



쇼오켄 본점 내부는 천장에 달린 샹드리에 조명, 빛바랜 사진과 반들반들하게 닳은 마룻바닥에서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건물은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카스텔라 판매점이고 2층은 커피와 카스텔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다. 1층에서 카스텔라만 사서 돌아가도 되지만 2층 카페 세비리야(セヴィリヤ)에서 카스텔라의 맛을 음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후쿠사야와 마찬가지로 쇼오켄의 카스텔라 제조는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카스텔라의 핵심 재료인 계란은 매일 아침마다 시마바라의 농가로부터 직접 받아 사용한다. 본점 외에 나가사키와 후쿠오카 하카타 역에만 지점이 있어 나가사키를 벗어나면 쇼오켄 카스텔라를 맛보기 힘들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38rM6jC18FQ2



이와나가 바이주켄, 岩永梅寿軒 


1830년에 문을 연 이와나가 바이주켄. 다른 유명 카스텔라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맛으로 평가했을 때 1~2등을 다투는 가게다. 일본에서 유명 나가사키 카스텔라 가게 아홉 곳을 상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1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손님이 급격히 늘어 이제는 개점 후 1시간 정도만 지나면 완판된다. 가게는 메가네바시(眼鏡橋)에서 걸어서 1분 정도 거리. 1902년에 지어진 검은색의 전통 가옥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배 밑바닥 나무로 만든 낡은 간판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카스텔라보다 다양한 종류의 화과자가 먼저 보인다. 카스텔라 가게가 맞나 싶다. 그렇다. 이와나가 바이주켄은 화과자 전문점으로 카스텔라는 예약 주문과 당일 판매용 40개 정도만 만들어서 소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전화로 미리 예약 주문 후 찾아간다. 여분으로 만들어 당일 판매하는 40여 개의 카스텔라는 오전 중으로 대부분 다 팔린다. 진한 계란 향에 마치 떡 같이 찰진 식감의 이곳 카스텔라는 다른 나가사키 카스텔라보다도 더 진하고 쫀득한 맛이 특징이다. 유통기한도 짧기 때문에 구매 후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한다. 카스텔라 외에 화과자도 하나씩 사보는 것을 추천한다. 달달하면서 부드러운 이와나가 바이주켄만의 화과자를 맛볼 수 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5gEX2NxYJzH2


매거진의 이전글 당일치기로도 충분해. 후쿠오카 근교 여행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